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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01 첫월급 7
  2. 2007.08.23 out of control
  3. 2007.08.21 45명 중 1명 2
  4. 2007.08.15 이런 건 무슨 상태인걸까?
  5. 2007.08.14 하울의 움직이는 성
  6. 2007.08.12 별빛속으로
  7. 2007.08.09 안똔 체호프-아리아드나
  8. 2007.08.06 나를 위해서.
  9. 2007.07.28 나약한 신체. 2
  10. 2007.07.28 Hello, 충무로.

첫월급

일상 2007. 9. 1. 23:33

저번주에는 첫월급을 탔다.
아르바이트 첫월급도 있었고, 전에 다니던 곳에서의 첫 월급도 있었지만.
어쨌든 정규직에서의 첫 월급이니까.
원래 돈이 적은 곳이라 별 기대는 안했지만.
뭐 역시.
훗. 하지만 이보다 훨씬 덜 받는 곳도 가고 싶어서 안달했던 적이 있었으니까.

첫월급을 받아서 나는 시계를 샀다.
이제까지 차던 시계는 다 뉴코아 아울렛에서 구천원에 팔던 시계였는데,
생애 최초로 10만원 넘는 시계를 구입.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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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께는 돈을 드리고, 동생한테도 돈을 주고.
아는 사람에게 miller time 에서 술을 사고.
그러고 보니 여름에 맥주를 마신게 그때가 처음이었다.

첫월급. 생각보다 별 것 아니었고...
취직을 했어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건 좋은건가 나쁜건가.
체력적으로 힘들면 마음의 평화가 올 줄 알았는데 별로 그렇지도 않고.
힘든건 힘든 것 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괴롭다.

요즘은 출퇴근길에서 읽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두께와 내용의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 을 읽고 있는데. (예전 일하는 데서 할일없을 때 빌려 읽다가 뒤에가 너무 궁금해서 그냥 구입) 거기에 나오는 스쩨빤 뜨로피모비치 라는 우스꽝스러운 인물이 자기가 꾸었던 꿈에 대하여 집착하는 내용이 나온다. 하는 일과 일상에 아무런 자극이 없으니 꿈에라도 집착하는 수 밖에.

원래도 꿈을 아주 자주 꾸고 너무나도 현실적인 꿈을 잘꿔서 헛소리를 잘하는데.
예를 들면.
내가 쇼파에 누워서 낮잠을 잘 때 엄마가 왜 이불도 안덮고 자냐고 이불을 덮어줬는데. 일어나서 보니 그게 꿈인 줄도  모르고 엄마 어디갔냐고 하는 행동.
꿈속에서 친구한테 문자 보내놓고, 나중에 걔한테 그때 내가 문자 보내지 않았냐고 하는 행동 등.

직장 집만 왔다갔다 하는 무미건조한 생활을 딱 1개월 해놓고선, 위에 말한 스쩨빤 같은 웃긴 사람이 되어 가는 것 같다. 꿈에 집착하는 그런 사람.

어제밤에는 또 꿈을 꿨는데, 두려워했던 일이 꿈속에서 일어났다. 내 앞에서 여자친구 생겼다고 말을 하는 꿈이었는데 꿈임에도 불구하고 울다가 새벽에 눈을 뜨고 꿈인 것을 깨닫는데 좀 시간이 걸렸다.
지금의 마음의 평화가 오기까지 내가 얼마나 웃기고 정신병자 같은 인물이 되었는데. 이제와서 왜 그런 꿈을?
뭐 그런 웃긴 인간이 되버리고, 불굴의 의지로 안보기로 결심했으니까 이런 일이 꿈에서 일어났지. 아마 계속 알고 지났으면 어젯밤 꿈에서 본 꼴이 현실이었겠지.

금요일에는 6시쯤 퇴근을 했고 거짓말처럼 모든 지하철이 제때제때 와서 기분이 좋아져 있는데, 어떤 사람이 전화를 했고 같이 얘기하는 중에 평생 돈 한푼 안벌고 먹고 자기만 하는 남편 때문에 돈버느라 일생을 다 바친 내 주변의 어떤 여성의 얘기를 하게 되었다. 바로 그 타이밍에서 그 사람은 자기는 놈팽이가 아니라는 의미로 한 말이 객관적으로 생각해도 난 괜찮은 남자야. 라는 말이었는데, 하긴 내 입장에서 이정도면 과분하지. 라는 생각이 들어서 갑자기 자신감이 없어졌었다. 그냥 어버버 하면서 대충 전화를 끊고 나서 생각을 해보니 좀 분했다.

아니. 난 그럼 지한테 안 괜찮은 줄 알어?
지나가는 사람 붙들고 다 물어봐봐. 내가 너한테 그렇게 뒤떨어지는 여자인지.
너한테 나는 괜찮은 남자야. 라고 말한 거 자체가 내가 너 좋아하는 거 고마운줄 알아라. 이런 의도로 말한거 아니야 이거?
왠 잘난척?

이런 유치하고 오만방자한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나빠졌고,
아 내가 왜 아까 그렇게 주눅들어선 암말도 못해줬지.
왜이래 나도 괜찮은 여자야.
이렇게 말해줄껄 후회후회를 하다가.

동인천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집앞 정류장에서 내리던 중에.
버스 계단을 내려오면서 7cm 하이힐 신은 내 발을 너무나도 완벽하게 접질러서.
승객들에게는 몸개그를 선보이고.
나는 너무 아파서 그때 당시 울뻔했다가.
오늘 하루종일 절뚝 거리고 뭐 그랬다.;;

흠. 결국 첫월급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로 흘렀네.
뭐 첫월급이 생각보다 나에게 별 의미없이 다가왔으니 할말이 없는 것이 당연하지.
사실 너무나도 좁은 인간관계 때문에 첫월급 탔다는 자랑을 할 데도 별로 없었고,
한달동안 수고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사람도 별로 없었고.

하.. 정말 내 20대를 이렇게 보내도 되는건가;;
입술이 건조해서 부르트는 걸 보니 확실히 이젠 여름이 간 것 같다.
가을.. 싫은데.
(하루종일 바깥에 한번도 안나가고 의미없는 인터넷 뒤지기와 TV 시청으로 토요일을 보내서 우울한 상태임.)

:

out of control

일상 2007. 8. 23. 19:10

내가 모든 부분에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 라는 인간의 가장 큰 문제는.
감정표현의 방법이 학동기 아동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과.
그런 감정표현을 어떻게든 표현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건데.

예를 들면 아무리 엄숙한 상황에서도 웃기면 깔깔대고 웃어야 하고,
슬픈 상황에서는 쪽팔리든 말든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울어야 한다는 거다.

사람과 알고 지낼 때도 남자를 좋아할 때도
내가 좋다고 말하면 싸이코인가 싶을 정도로 그 사람을 무지하게 좋아하는 거고.
걔 싫다고 말하면 거의 인간취급을 안할정도로 싫다는 뜻.

니가 이런 너를 고치려고 1%라도 노력을 했냐고 묻는다면.
할말은 없다.
이미 그런 상황에서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뭐 어떻게 못하기 때문이다.

오늘 밤에는 내가 현실에서 아슬아슬한 차이로 이루지 못했던 것들이 모조리 다 이루어지는 꿈을 꿨다.
꿈속에서 나는 전지현 처럼 이쁜 여성도 아니었고,
우리집이 이건희 집마냥 부자도 아니었다.

그냥 난 이렇게 생긴 애였고, 직장도 지금 직장이었고, 돈도 지금 만큼 있었는데.
너무나도 리얼하게도 내가 진정 원하던 것이 꿈속에서 떡하니 이루어져 있었다.

조인성이랑 결혼하는 허무맹랑한 꿈이 아니라 현실에서 일어날법한 파라다이스를 겪고 일어난 아침은 날 더욱 더 허탈하게 만들었다.

원래 직장생활에서 3개월까지가 고비라고 하지만,
오늘은 또 병신같이. 회사안에서 찔찔 짰다.

상사의 꾸지람때문도 아니고 인간관계의 어려움 때문도 아니다.
내가 해야할 일의 본성이 점점 드러나고 있는 것이고
오늘따라 내 옆을 많이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원래 그런 거라고 울지 말라고 위로해줬다.

내경우에는 실컷 울어요. 라고 말보다
울지 말라는 말을 들었을 때 서러운 감정이 증폭되는 특성이 있는데.

여하튼 내가 첫번째로 울게 된 계기도 분해서 였는데.
나중에는 분한 것 보다 쪽팔린 감정이 더 컸다.

푸흐흐 ..
뭐 싸이코답게 별거 아닌 것에 다 잊으니까.
기다려 보는 수 밖에.

:

45명 중 1명

일상 2007. 8. 21. 13:19
저번주에 내 핸드폰 전화번호부 정리를 했다.
이름을 봐도 도통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 사람도 있고,
지울까 말까 망설였던 사람도 있고,

여하튼 이거저거 다 필요없다고 생각해서 지우고 나니
내 전화번호부에는 45개의 번호만이 저장이 되었다.

초슬림전화번호부 아닌가? 45개라니.

그런데 저번주에 45명 중 한 사람한테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또 한 것 같다.

어렸을 때만 해도 난 내가 꽤나 냉철하고 철두철미하다고 생각했는데,
한치앞도 생각치 못하고 내 기분 내키는대로 행동하고.
이런 일로 인해 이런 결과가 생길 것은 명약관화인데도, 죽어도 모르니.

저장되어있는 45명 중 몇명이 또 남을지 모르겠지만.
쨌든. 이런 나를 다 참고 곁에 있어줘서 참 고마워. ;;
:

이런 건 무슨 상태인걸까?

일상 2007. 8. 15. 17:36
 
  나는 아직 첫 월급을 받지 못했다. 고로 일한지 한달도 안되었다는 소리. 저번주에는 공장견학을 갔는데 월요일은 그나마 경기도권이라 다녀올만 했으나 화요일에는 거의.. 초죽음 상태였다. 충무로까지 1시간 반, 다시 충무로에서 4시간 반, 돌아올 때도 역시 마찬가지. 덕분에 그 다음날 입사 후 처음으로 칼퇴근이라는 걸 해봤지만 이후로 입안이 다 헐어버려서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쳇. 이제서야 체력의 중요성을 뼈저리도록 느끼고 있고, 진짜 헬스라도 다녀야 하나 싶지만. 시간이 정말로 없다. 평균 5시간 정도 밖에 못자는 이 생활리듬에서 운동까지 어떻게 하나.

  일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월요일에는 일이 너무 많아서 너무 힘이들고.. 솔직히 매일 아침, 저녁으로 한강횡단 하면서 한시간 넘게 지하철 타는 것도 너무 지치고. 다들 너무한 것들 뿐이다. 다 엄살이라고 해도 소용없다. 그렇지만, 진짜로 힘든 걸 어떡하나.

  처음 일주일 아니 3일동안은 그래도 첫출근인데. 하면서 일어나서 화장도 하고 옷도 좀 신경써서 입고 다니고 그랬더랬다. 하지만 그거 하는 시간에 차라리 자는 게 낫겠다 싶어서 지금은 매일 안경에 옷도 편한 것 위주로 입고 다니다 보니 거울을 보면 내 자신도 우울해진다. 덕분에 회사 사람들은 애가 갈수록 망가진다고 그러고 크흐흐 맞는 소리라 뭐 더 이상 할 말도 없었지만.

  제기랄. 또 비는 쏟아지고. 도대체 나 공장 견학 갔던 그 주에서 부터 비가 안온날이 없다. 아. 여름은 아무리 더워도 햇빛 쨍쨍 쏟아지고 땀은 줄줄 흐르고 그렇게 여름다워야지 가을에 과일도 싼값에 실컷 먹는건데! 제발 스탑잇~~~ 햇빛때문에 더워 죽을 것 같은 여름이 그리워질 줄이야. (이젠 별거에 다 신경질 낸다)

  오늘은 정말 어메이징할 정도로 잠을 잤다. 놀라지 마시라. 어제 12시 반에 잠들어서 오늘 1시 반에 일어났다. 물론 중간에 한번 일어났다가 다시 다른 방 가서 잔 것이긴 하지만, 눈을 뜨고 나혼자 헉 하고 놀랬다. 어떻게 인간이 이렇게까지 잘 수 있지? 하는 것에.

  예전에 내가 아주 흔하게 저질렀던 실수가 하나 있다. 그건 나보다 편하게 살아온 것 같은 사람이 힘들다고 말할 때 속으로 비웃으면서 그와는 전혀 다른 것으로 위안을 삼으라고 강요했던 행동 말이다. 이런 건.. 뭐라고 할까. 구역질날 정도로 역겨운 잘난척. 상대방을 우습게 보는 심리. 그 사람의 인생 전체가 나보다 쉬웠기 때문에 니가 겪는 고통은 나에게 있어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심리. 뭐 여러가지가 되겠지만.

  예를 들면, 만약에 어떤 사람이 돈이 너무 많아서 돈 걱정이라곤 한번도 안해본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연애가 제대로 안되서 힘들다든가, 앞으로 뭘 해먹고 살아서 고민한다든가 해도 그래도 넌 돈이 많잖아. 라고 생각하는 거라고 할까. 말해놓고도 내가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도 아직 죽어버릴까 싶을 정도로 힘들어 본 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설사 어떤 사람이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힘들었던 적이 있고 그 모든 것을 혼자의 힘으로 이겨낸 강한 사람이라고 할 지라도. 그보다 곱게 자란 사람의 고통을 별 것 아닌것으로 치부하고 비웃을 필요는 없지않나. 하는 그런 생각.

  그냥 저번에 넌 진정한 고생을 모른 다는 얘기를 듣고 내가 이제까지 해왔던 불평불만이 상대방이 다 별것도 아닌걸 가지고 호들갑 떤다고 생각해왔다는 것을 알았을때의 수치가 생각나서 해본 말이다. 뭐 애초에 이런 걸 상대방에게 말하고 알아달라고 말하는 행위 자체가 덜 컸다는 증거였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래도 말이다. 그냥 요즘에 부모님께 직장에서 일도 제대로 못하고 (한달도 안되었으니 당연한 것이지만) 맨날 무슨 일만 닥치면 하나도 몰라서 미치겠어요. 라고 말할 수도 없고. 친구들도 못만나고 있고. 친구들한테 이런 얘기 했다가는 취직해서 배부른 소리라고 뭐라 할 것 같고. 또 내가 힘들다고 하면 진짜 힘든가보다. 하고 가슴 아파해줄 누군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매일 5시 반에 무슨일이 있어도 눈을 떠야하고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야 하고. 한강을 횡단해야 하고. 적어도 8시간 이상은 일을 해야 하고.

  그리고 또 가끔씩 진짜 잊고 싶었던 것들을 생각해내야 하고, 병신 같았던 과거의 나를 자책하면서 나에게 독설을 퍼부었던 사람을 증오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을 위해 빨리 잠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면서.

  하루는 오후 5시반을 위해 살고 일주일은 금요일을 위해 살고 한달은 월급날을 위해 사는 그런 정신과 감정이라고는 어딘가에 헐값에 팔아먹은 가치없는 인간으로 전락해버린 .. 이런 요즘 기분은 뭐 어떤 방법으로 익숙해져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단 말이다.
 
:

하울의 움직이는 성

위로 2007. 8. 1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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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다이애나 윈 존스

   친구가 하울의 움직이는 성 책을 샀다는 얘기를 듣고, 솔직히 좀 부러웠다. 누가 친구 아니랠까봐 서로 이 책에 대해서 얘기 안했는데 알고보니 걔도 이 책 읽고 완전 좋았다고 할 줄이야. (여기 현실감각 없는 사람 하나 추가요) 작년 겨울에 이 책을 단숨에 읽고, 많이 힘들 때에 책만으로 잡념을 없애고 기분을 좋게 해줄 수 있다는 사실에 좀 놀랬다.
  1권은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 진 적 있는 내용과 똑같은데 솔직히 애니메이션만으로는 도저히 어떤 내용인지 이해 불가능 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다 지브리에 실망했다고 했지만, 뭐 나는 끝까지 그래도 좋다고 박박 우겼다;
   하울이 그토록 찾아 해매던 사람이 자신이었던 사실도 모르고 할머니로 변한 채 혼자 질투하고 고민했던 소피. 24살 씩이나 먹어선 소피한테 심각하게 감정이입을 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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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친한 친구도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좋아한다고 해서 해 본 소리.

:

별빛속으로

위로 2007. 8. 1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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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약 그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거짓임을 알아주세요.'
 
  토요일에 영화를 봤다.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 개막작이었다는 별빛속으로. 기담을 보고 싶었지만 같이 보는 분이 무서운 영화를 너무 싫어하기도 했고, 사실 표가 없기도 했고. 그래도 오랜만에 꽤~ 기억에 남는 영화를 봐서 기분이 좋았다. 내가 은근히 냉소적인 것 같으면서도 유치하지만 언제나 감동적인 남녀의 지고지순한 로맨스에 관한 영화에는 많이 약하니까.
 
  난 괜찮았는데 영화 끝나고 엔딩크레딧 올라갈때 몇몇 사람들은 이게 뭐냐는 식의 욕과 함께 돈 아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우에 따라선 사실 뭐 이따위로 끝나나.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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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를 보면서 현수영 역으로 나왔던 정경호를 다시 봤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에서 부잣집 아들내미 할 때는 영 매력을 못 느꼈는데, 이 영화에서는 정경호 이외에 다른 남자가 하면 정말 아니었겠다 싶을 정도로 현수영의 역할에 너무 잘 어울렸다. (내가 좋아하는 몇몇 남자 배우들을 대입해봐도 영 아니다)
  순진하고 애초에 순수하게 태어난 것 같으면서 어리버리하고 착하고 엉뚱한, 혼자 자취하는 대학생 역할. 고등학교 여자애의 첫사랑으로서 전혀 부족함이 없는 그런 인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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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현수영(정경호)을 짝사랑하는 여고생으로 나오는 수지 역할의 차수연 이라는 배우도 알게 되었다. 역할 자체가 그리 연기력을 요하는 것은 아니라 연기력에 대해서는 모르겠지만, 요즘 TV만 틀면 나오는 틀에 박힌 얼굴이 아닌 뭔가 좀 신비로운 얼굴이 앞으로 역할만 잘 맡으면 꽤 괜찮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에서 이 여자 역시 완벽한 적역. (나보다 어린 줄 알고 프로필을 검색해 봤더니 81년 생이랜다. 세상에! 진짜 동안이다!! 여고생 역할에도 전혀 어색함이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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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훗. 오랜만에 숨겨져 있던 내 감성을 자극하는 영화랄까? 다 보고 나서 기분 진짜 좋았다! 현수영 빼고는 도무지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는 인물들과 79년이라고 하기에는 전혀 촌스럽지 않은 그들의 복장과 헤어스타일 이런 것을 다 빼고라도, 스크린에 나오는 인물들이 다들 눈부시게 젊고 순수하고 나쁜짓이라곤 할 줄 모를 것 같은.. 그런 것에서 오는 편안하고 안락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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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배우가 된 김C의 새로운 모습. (김C가 처음 등장했을 때 사실 극장에 있던 사람들이 다들 조금씩 웃더라)

  난 기분 좋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한테 적극 추천하기는 좀 그런 영화.
:

안똔 체호프-아리아드나

위로 2007. 8. 9. 16:15
  "정말, 당신은 남자가 아니고, 어떤, 용서하세요. 우유부단한 사람이에요. 남자라면 즐겨도 보고, 이성도 잃어보고, 실수도 하고 괴로워해야 해요! 여자는 당신의 불손한 행동과 뻔뻔함은 용서해도, 당신의 그 신중함은 이해하지 않을거예요!"

--중략--

  "물론 여자는 여자일 뿐이고, 남자는 남자일 뿐이지만 우리 시대에 과연 모든 게 그렇게 태곳적부터 간단한 것이었을까요. 문화인이고, 복잡한 심리구조를 가지고 태어난 제가 과연 저의 한 여자에 대한 강한 감정을 육체적인 것으로 설명해야 하는 것일까요. 오, 이건 정말 끔찍한 일입니다! 제게는 본능에 대항해 싸우는 이성이 마치 적과 싸우듯 육체적 사랑에 대항해 싸운다고 생각되었고, 만약 그 이성이 육체적 사랑에게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친밀한 관계나 사랑이라는 환상의 올가미에 걸려들게 된다면, 적어도 제게는 이 사랑이 마치 개나 개구리처럼 저의 동물적 기관으로 향해진 본능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이고, 매번의 포옹 또한 감동적으로 깨끗하고 진실한 감정의 폭발로, 여성에 대한 존경으로 나타날 수 있는 그런 포옹이 되는 것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사실, 동물적 본능에 대한 혐오는 수세기 동안 수세대에 걸쳐 교육되었고, 그것은 제 피를 따라 흐르고 제 조직의 한 부분으로 되어 있어, 만일 제가 지금 사랑을 미화시킨다면, 그것은 현 시대에 제 귀뼈가 움직이지 않고, 제가 털로 덮여 있지 않다는 것만큼 자연스럽고 보기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요즘 세대의 사랑에 있어 도덕적이고 시적인 요소의 부재가 마치 격세유전의 현상처럼 냉대받고 있기 때문에 저는 대부분의 문화인들이 이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말하기를, 이것이 수많은 광기의 탄생 징후라고들 하죠. 사실 사랑을 미화시킨다는 것은 우리가 사랑하는 대상에 대해 그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미덕을 만들어 내는 것이고, 이것은 반복되는 실수와 고통을 낳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으론 여자는 여자일 뿐이고, 남자는 남자일 뿐이라는 사실로 자신을 위로하는 것 보다는 괴로워 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라 여겨지는군요. "

--중략--

  "얼마 후, 저 역시 그녀로부터 향기 나는 종이에 쓰여진 문학적인 편지를 받았습니다. 그녀는 제 아름답고, 총기 있는, 사랑에 빠진 눈동자를 그리워한다고 썼고, 저는 제 젊음을 헛되이 시골에서 썩히고 있다고 질책했습니다. 하지만 그 때 종려나무 아래에서 오렌지 향을 맡으며 천국에서 사는 그녀와 제가 어떻게 조금이라도 비슷해질 수 있었겠습니까?
그리고 이렇게 서명했더군요.
'당신에게 버림 받은 아리아드나.'
그리고 이틀 후 그런 류의 또 다른 편지가 왔습니다. 서명은 '당신에게 잊혀진'. 저는 괴로웠습니다. 저는 그녀를 무섭도록 사랑했고, 매일 밤 그녀의 꿈을 꾸는데 '버림 받은' '잊혀진' 이라니-이것은 도대체 무엇에게? 무엇 때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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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26살의 이반은 아리아드나를 만나러 오스트리아에 간다. 현재 여기까지 읽었다.
아.. 너무 흥미진진하다.
주문해놓은 책이 안와서 집에 있는 책을 집어 들었는데 아버지가 사다놓은 안똔 체호프의 단편집이었다.

저번에 열린책들 에서 나온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이라는 단편집을 읽을 때도 지금도. 1904년에 죽은 사람의 책이 어쩜.... 하긴 고전은 괜히 고전이 아니니까!
:

나를 위해서.

일상 2007. 8. 6. 21:53

"넌 연애할 생각이 있는거냐? 없는거냐? "
"글쎄... 지금은 별로야. 그냥 부지런히 돈이나 벌래."
"너 28살쯤 되서 내가 다른 사람 만나고 있을 때 만나달라고 해도 쳐다도 안본다. 알겠어?"

  그 상황에서 난 그냥 웃고 말았다.
지난 토요일에는 상대방이 나에게 무슨 이야기를 기대하는 지 뻔히 알면서도 계속 모르는 채 하면서 오후 시간을 보냈다.
 
  앞으로 현재의 애매모호한 관계보다 발전되기를 원치 않으면서 심심치 않게 그 사람을 만나고, 그리고 나는 꽤나 너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 상대방에게 얼마나 잔혹한 것이고 미치게 하는 일인지 알고 있다. 뭐 내 경우와 절대 100% 같지는 않겠지만 나 역시도 그 비슷한 기분을 느껴봤으니 말이다. 그러면서도 똑같은 행위를 하고 있는 내가 과연 괴롭다고 엄살부릴 자격이 있는 것일까?

  다 알고는 있다. 솔직히 몇 년동안 끊임없이 잘해줘왔고. 내가 누군가를 너무 좋아하고 그것 때문에 괴로워하는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생중계로 다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사람이 나한테 아직도 이렇게 잘해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자존심 상하는 짓이고. 용기를 낸 행동이고, 진심어린 행동인지.
 
  하지만, 잔인하지만 어쩌랴. 아무리 그 분이 나에게 잘해주셔도 아무리 존경스러울 정도로 아량이 넓으셔도, 나에게는 직접적 위로가 되지 않는 걸. 애초에 A라는 것으로 상처를 받았을 때 전혀 다른 B로 아무리 이 짓 저 짓을 해봐도. 해결도 안되고 위로도 안되는 것이다. 내가 힘든 일이 있었고 그것 때문에 발버둥 쳐도 결국은 시간이 지나도 아무 것도 해결이 안되는 거다. 누군가가 날 기분 좋게 해주려고 무지하게 애를 쓴다고 해도 그 때 뿐이지 어떻게 그게 완벽한 위로가 되겠는가. 결국 내가 그 기분 나쁜 일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방법은 그 일의 해결인 것을.

  예전에 수업시간에 '쇼핑중독'에 대한 비디오를 본 적이 있었다. 쇼핑중독의 시작은 이런 심리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내가 오늘 이렇고 저런 일이 있었고 그것 때문에 너무 속이 상하고 기분이 나빴어. 그러니깐 난 오늘 이 정도 돈을 써도 되는거야. 하는 이런 심리.
그러니깐 기분이 나빠지게 된 계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쇼핑이라는 행위로 부터 위안을 얻으려는 행위 말이다.

   어떤 사람에게 사랑을 받지 못했다는 것 때문에 굉장히 힘들었고, 나 혼자 심각해선 내가 봐도 혐오스러운 짓을 일삼다가 보기 좋게 지금 이 따위 밖에 안된 내가 위로랍시고 그 분께 제발 구원해 달라고 손을 내밀어봤자. 그게 되겠나? 그 분이 무슨 대체품도 아니고 솔직히 지금 이 상황에서 손을 내미는 것은 그 사람의 대체품을 찾는 것 밖에 안되는데. 그리고 내가 이렇게 지칠 줄도 모르고 괴로워 하는 것 역시 그 분 때문도 아닌데. 뭐하러 그 분에게 손을 내미나 싶었다. 그렇게 된다면 쇼핑중독에 걸린 사람이나 나나 다른 점이 뭔가. 전혀 위안이 되지 않는 것을 탐하고 옆에 두려고 하면서 위안이 된다고 착각하는 행동.

  결국에는 다 나혼자 시작하고 끝내버린 일에 대하여 예전 그 사람의 희생을 넘어서서 뭐하러 이 분까지 희생하게 만드나.

  물론, 그런 걸 다 알면서도 내 곁에 있으려는 그 분의 생각도 다 알지만, 그 분의 애인이랍시고 옆에 있어봤자 득이 될 게 뭐가 있겠는가. 그 분을 생각해서 이런 얘기 하는 것이 아니다. 첫째로 그런 내 자신이 행복할지 의심이 되서 하는 얘기다. 난 이기주의자 니까 말이다. 그 분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인격이 훌륭하고 다정하고 앞으로 절대 곁의 여자에게 피해가는 짓을 안할 좋은 남자. 라는 것 이외에 내가 느끼는 감정이 도대체 뭔가. 내가 누군가를 진심으로 (입에 잘 올리지도 못하고 아직도 어색해 해는)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의 감정인걸까? 불행히도 그것 보다는 우정에 더 가까운 감정인 것 같다. 그래 남녀 사이에도 우정은 있는 거니까.
 
  내 괴로움을 풀어줄 단 한 사람은 그 사람이었지만, 그 사람은 이제 영원히 볼 수 없는 사람이고, 아마 이 괴로움은 영원히 미결된 채로 남아있다가 결국엔 잊혀지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시간이 흐르고 흐르는 수 밖에는 없는 것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냥 시간이 계속 흐르고 또 흘러서 이젠 그 사람에 대하여 잘 기억나지 않는 상태까지 흐르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제발 좀 위로 좀 해주십시오. 하고 기대서 민폐 끼치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그리고선 내 마음에 이제 그 누구의 흔적도 남아 있지 않은 백지장 같은 상태가 되면, 또 누군가를 좋아하고 23살 때 내 자신을 미워하게 되고 또 상대방 또한 가시방석에 앉은 것 처럼 불편한 상태로 만드는 병신같은 방법으로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좀 성숙한 방법으로 고마운 분에게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지... 지금 성급하게 그 분 께 대답하고 어쩌고 하는 건 좀 아니란 말이다.

   정리가 안되지만, 좋은 사람이지만 위로는 되지 않는 그 분을 이제는 좀 멀리하고 나한테서 벗어나서 편안히 계시라고 작별인사를 해야할 때가 된 것 같다는 거다. 그 분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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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약한 신체.

일상 2007. 7. 28. 23:48
"주말에 이렇게 병원에 누워있으면 우울하잖아요?"
"네? 네..그렇죠."
"다음부터는 이런 일 없어야 되겠죠?"
"네.."

엊그제 그러니깐 토요일에 나는 한의원에 누워서 침을 한 10대가량 맞았다.

사실 첫출근 하기 바로 전 주에, 나름대로 충격스러운 일이 있은 뒤로 병에 걸렸다.
뭐 100% 그 사건 때문은 아닐 것이라 본다. 풋. 만약 그렇다면 남자한테 한번만 더 차였다간 중풍걸리게.
어쨌든 7월 23일 월요일 바로 전의 금요일 집으로 걸어오는데 오른쪽 어깨에서 부터 심각하게 아픈거다. 간신히 집까지 어기적 어기적 걸어왔는데 결국 허리도 못숙이고 얼굴도 안 돌아가고 손도 못 들어올리는 반병신 상태가 되었다.
허리 측망증이 좀 심하다는 얘기를 들었던 터라 이대로 난 병신이 되어버리는걸까? 하는 심각한 두려움이 엄습했다. 내 몸이 내 생각대로 움직이려해도 안되고 설령 해보려고 해도 식은땀만 삐질삐질 나면서 너무 아팠으니까. 태어나서 그런 적은 처음이었으니까 말이다. (결국 그날밤엔 옷도 엄마가 갈아입혀줬다)

다행히 걸을 수는 있어서 다음 날 가까운 한의원에 갔다. 한의사가 말한다. 담에 걸렸다고.
내나의 25살에 담이라니. 담을 담석과 같은 걸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건 아니고 그냥 목과 어깨 허리 쪽 더러운 혈액이 뭉쳐서 결린거라는데.
한의사가 이 병의 원인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운동부족이라는데 뭐 나같은 경우에는 운동부족이 첫번째 이유겠지. 남들은 운동안해도 이런거 안걸리던데 왜 난 이따위 병에 걸려선.

결국 그 때 걸린 담이 아직도 완치가 안되서 내 오른쪽 어깨와 허리 사이에는 시퍼런 멍자국이 몇주째 머물고 있는데. 엊그제 치료를 제대로 받았는지 이젠 팔을 올릴 때 통증이 거의 없다고 해도 될만큼 나은 것 같다. 
오십견도 아니고 쪽팔리다. (내친구는 나보고 25살인데 오십견 걸렸다고 반오십견이라고 말은 하더라만)

그러는 와중에도 좀 기쁜 일이 있었다. 만 23살인 내가 키가 컸다. 분명히 큰 것 같다. 내가 입사신체검사, 인천 롯데백화점 앞, 한의원 이 세군데에서 모두 키를 쟀는데 세상에. 작년보다 키가 1cm 가량 컸다. 그리고 살은 2kg이 쪘다.  그리고 며칠전에 오랜만에 만난 사람 역시 나보고 키가 큰 것 같다고 말했으니까. 여자가 몇살까지 키가 자라는 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2년만 더 이대로 커줬음 좋겠다.

몇주간 날 괴롭혀 오던 질병에서 벗어나서 건강관리를 해보려고 했는데 이번 주에는 고단한 일이 많은 한 주가 될 것 같다. 오늘은 회사가 가지고있는 공장 중 가장 큰 공장에 다녀왔다. 서울에서는 꽤 떨어진 곳이었기 때문에 차를 타고 가는데 뒷 목 바로 윗 부분이 너무 아팠다. 이런 걸 바로 골치가 아프다고 그러는 건지 몰라도 결국 두통약 두알로 무마해보려 했으나, 전혀 되질 않았다.
중학교 때부터 여자만 드글거리던 곳에서 살다가 공장에서 단 하루 있었을 뿐인데, 남자만 드글거리는 곳의 분위기에 도저히 적응이 안됐다. 남자들 사이에서 꽃보다는 여자들 사이에서 그냥 여자로 사는 게 더 속편하지.. 싶었다.

내일은 1시간 반 가량 걸려서 충무로에 가면 또 그 충무로에서 4시간 가량 걸려서 다른 공장에 가야 한다. 하하하. ;; 피곤해 미칠 것 같다. 그리고 오늘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돌아오는 길에 mp3플레이어가 고장났다.

P.S - 이번 병으로 새롭게 알게 된 사실 하나가 있는데, 그건 바로 난 왼쪽으로 몸을 돌려눕지 않으면 단 한숨도 진짜 단 함숨도 잘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깐 아픈 오른쪽 어깨를 밑에 깔지 않으면 거의 잘 수 없다는 거다. 거의가 아니라 아예 잘 수가 없다. 그래서 아픔에도 불구하고 난 매일 오른쪽 어깨에 무리가 가는 자세로 잠을 잔다. 오늘밤도 내일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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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충무로.

일상 2007. 7. 28. 23:21
1. 교육
- 난 신입사원이다. 공채 신입도 아니고 내가 하는 일은 공채들이 하는 일 보다는 훨씬 더  rough 한 일이고. 공채가 아니지만 회사에 대하여 알아야 되기 때문에 일주일동안 회의실에서 혼자 교육을 받았다. 수업이 끝나면 지나치게 조용한 회의실에서 멍하니 앉아 있거나 창밖을 봤다. 십분 내외의 짧은 쉬는 시간 이었지만, 심심하고 우울했다. 내가 지금 여기서 교육 받는 것도 어색하고 바깥 풍경도 아직 익숙하지 않고 교육 받는 내용도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넋두리 하고 싶었지만 그럴 사람이 없었다. 나중에는 혼자 칠판에 이거저거 적고 혼자 대답하는 짓도 했다.

2. girls, girls, girls
- 내 인생에는 남자에 비해 여자들이 필요이상으로 많은 것 같다.  여중과 여고를 졸업했고, 대학에서도 우리학교내의 여대라고 불릴만큼 우리과의 98%가 여자였다. (교수포함해서 200% 여자만 바글바글 했던 수업이 대부분) 이번년도에 새로 전화번호를 입력한 사람도 전원여자. 새로 일할 직장 직원 역시 거의 여자다. 내가 일하는 팀에도 20명이 넘는 사람 중 남자는 단 3명이다.

3. 스트레스 관리
- 교육하러 들어온 직원들이 다들 했던 말은 앞으로 할 일 진짜 최고로 힘든 일이라서 스트레스 엄청 받을 거라고. 그 스트레스 안 풀면 병난다는 말이었다. 여러명에게 이런 말을 들으니 심란하면서도 진짜 내가 불쌍한 인간이 된 것 같았다. 물론, 그렇게 신경써 주셔서 감사하긴 했지만 말이다. 각오하라는 뜻으로 알아들어야겠다.

4. 학교 선배님
- 다행스럽게도 나와 가장 긴밀히 일해야 하는 분이 너무 괜찮은 분이다. 내가 일하는 곳은 딱 세명이서 일하는 데 .. 그 분이 우리학교 우리과 선배님. 학연, 지연 안되는 것이지만 그래도 반갑고 의지하게 되는 걸 어떡해.

5. 실전
- 선배님이(사실 사무실에서 자꾸 언니라는 말이 튀어나와서 힘들었다) 건강이 안좋으셔서 다음주부터 일주일간 휴가라고 하셨다. 그래서 토요일인 오늘도 나가서 교육을 받았다. 일주일 교육 받고 바로 실전투입인데, 각오는 하고 있지만 엄청 깨질 것 같다. 처음인데 어떻게 잘해. 라는 태도로 배째라 하고 싶지만, 아마 그렇게 잘 안될 것 같다. 그냥 다음주는 죽었다는 생각으로. 근데 뭐 나는 매도 먼저 맞는게 낫다는 말을 완전 믿기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이렇게 된 건 잘된 일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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