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에 해당되는 글 40건

  1. 2007.10.12 우리나라 젊은 작가들 2
  2. 2007.10.09 주말에 소개팅 4
  3. 2007.10.03 부천에서 친구와의 만남 2
  4. 2007.10.02 완벽한 개꿈
  5. 2007.09.23 현명한 친구와 편지 주고받기 2
  6. 2007.09.23 다락이 있는 집 - 안똔 체호프
  7. 2007.09.20 커트 코베인
  8. 2007.09.13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9. 2007.09.12 민망하고 부끄럽지만.
  10. 2007.09.11 일 없는 화요일 2

우리나라 젊은 작가들

위로 2007. 10. 12. 16:39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신선한 생선 사나이
창비
김종은

밑에 나오는 책의 작가들만큼 뜬 것 같지는 않지만, 난 제일 좋았다.
특히 '프레시 피시맨'
한 친구가 죽었고, 다른 친구는 친구의 유골을 파란 빛 나는 화장실의 욕조에 뿌린다. 그리고 친구의 뼈가루가 소용돌이를 그리며 하수구로 흘러간다.
말 재주가 없어 이렇게밖에 표현을 못하지만 이걸 읽을 당시에는 엄청난 쇼크를 받았다.
어떤 소설에서도 나오지 않았던 장면이라.
책 제목 대로 정말로 신선했다.

'그리운 박중배 아저씨'
이 소설을 읽은 후로 지하철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달리 보이기도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달려라, 아비
창비
김애란

며칠 전 중앙일보에서 이 여자 또 상 탔다고 나오던데.
80년생.
이제는 완전히 유명한 작가 같다.

소설집 타이틀인 '달려라, 아비' (이걸로 상탄건데) 읽었을 땐 왜 이 소설을 좋다고 하지? 라는 의문을 가졌는데.

'나는 편의점에 간다'
'노크하지 않는 집'

이 두 개 단편을 읽으면서 무섭도록 공감했다.
정말 소설 읽으면서 이토록 과거의 나를 투영해보기는 처음이랄까.
약 3년 반 간의 홀로 자취생활이 슉슉 스쳐 지나가면서.
잘쓰긴 잘쓴다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달의 바다
문학동네
정한아

창작과 비평을 내가 정기구독 하는 건 아니고 어쨌든 집에 꼬박꼬박 오긴 오는데, 비평 부분이 너무 두꺼울 뿐 더러 창작 부분에서도 딱 소설만 읽고 안 읽는다. 하긴 그나마도 요즘은 안 읽는구나.
저번에 상받은 소설만 모아서 별책부록으로 나왔는데 그 책을 읽다가 82년? 우와 했었다. (그땐 김애란을 몰랐다)
제목도 기억 안나는 창작과 비평에 있던 정한아의 단편소설은 특이하긴 했지만 다 읽고 기분이 좀 나빠져서 에잇. 했는데.. 사무실에서 이 여자 소설이 마음대로 굴러다녀 한번 읽어볼까 했다.
인터넷 소설 스러운 표지와 첫 페이지부터 뭐야. 왜이래 싶었지만.
전철 왔다갔다 하면서 읽은 거 치곤 엄청 빨리 약 3일만에 다 읽어버렸다.

yes24 밑에 보니까 별점 5개 만점에 5개로 마구 평점을 매겨놓았던데. 난 그정도 까진 아니었지만.
솔직히 재밌긴하다.


-------------------------------------------------------------------------------------------------


퇴근 후 집에 가는 길을 외롭지 않게 해주는 건, 나의 mp3에서 나오는 음악. 그리고 책속에서 펼쳐지는 다른 세계 뿐. 후훗.
요즘 내가 유일하게 하는 취미 딱 두가지다. 음악듣기. 책읽기. 지독하게도 평범한 범국민적 취미. 독서와 음악감상 말이다.

p.s 내가 위에 쓴 걸 다시 읽어보니 초등학교 애들이 오늘 난 놀았다. 참 재미있었다. 수준의 독후감인데. 하핫. 굉장히 부끄럽기까지 하잖아!
흠.. 나 은근히 초등학교 3학년 때 독후감으로 우수상 받고 애들 앞에 나가서 쭈볏거리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는데. 아무래도 그때 수준에서 벗어나질 못한 것 같다.
하지만 뭐 어때. 내 블로그에 내 생각 쓰는데;; (그러면서 부끄럽다)
:

주말에 소개팅

일상 2007. 10. 9. 10:14

사용자 삽입 이미지

외출 전 집 현관에서


나의 태어나서 첫 고개팅은 대학교 3학년 때 신촌에서.
두번째 소개팅은 2007년 10월 6일 구월동에서. 였다.
애초에 약속을 3번씩이나 취소해 주셔서 흥미도가 0까지 떨어졌다가 우리동네까지 온다고 하셔서 흥미도가 8까지 회복한 상태로 소개팅에 임했다.(10점 만점)

뭐, 결과는 아무래도 서로 거절한 것 같다.
나도 뭐 그냥 그랬고, 그쪽도 그냥 그런 것 같고.
이름 한번 제대로 못 불러본 남자랑 저녁먹고 차 마시고,
대학을 졸업하니 나보다 나이 많은 분을 처음 만나면 오빠라 불러야 하나요. 뭐뭐씨라고 불러야 하나요. 나 혼자의 고뇌에 시달리다가
아.. 처음 만나선 이름 부를 일이 별로 없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친구 입장을 생각해서 평소에 청계천가서 조깅해도 될만큼 편한 내 출근 복장으로 나가면 안될 것 같아서 나름 꾸미는 중에.
어라. 너무 재밌잖아!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하도 쓸 일 없어서 깊숙히 넣어뒀던 블러셔(일명 볼터치)까지 하고 면접 이후 한번도 입지 못한 치마까지 챙겨입으면서 치장을 즐겼다.
사실 몸치장에 이렇게 시간을 들여본 적이 얼마였나. 하고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으니 기억이 나지 않았다. (더 명확히 말하자면 남자한테 잘보이려는 몸치장?)
그러다 결국 늦을 뻔 하긴 했지만.

소개팅을 하면서 지겹지는 않았다.
그냥 다른 직장 다니는 사람한테 다른 직장 얘기 듣는 거 자체로 흥미로웠다고나 할까.

아 그리고. 이제와서 이런 말 하는 거 정말로 웃기고 치졸한 거 알지만,
도대체 왜 작년 미팅에서 만난 N모씨 연락을 씹었을까!!!!
라는 생각을 또 했다.
그때야 내가 누군가를 너무 좋아하고 있을 때라 그랬대지만,
그냥 주선자가 주선하는 만남에 한 번 임하고 나니 다시 생각날 건 또 뭐람.
(그 N모씨는 나랑 친한 동기 남자애의 고등학교 동창인데 가끔 동기 남자애 싸이월드 들어가면 사진에 보이니 이런 생각하는 걸지도)

황금같은 직장인의 토요일을 소개팅 따위로 날려버리긴 아깝지만. 뭐..
앞으로 난 누가 소개팅 주선해준다고 하면 다 나가서 다 해볼 작정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모든 것에 대하여 별 기대는 안하지만 말이다.
:

부천에서 친구와의 만남

일상 2007. 10. 3. 14:52
사용자 삽입 이미지

부천역 민들레영토 에서 낙서 중


연휴 첫날에 파마를 했다.
원래 미용실 가서 이렇게 해주세요. 저렇게 해주세요. 까다롭게 주문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결국 거기서 하자는대로 했는데..
원장이 하다 말고 견습생한테 다른 왼쪽은 니가 해봐라 하고 파마를 시키는거다. 좀 안내켰는데, 난 또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오른쪽만 파마가 잘되고 왼쪽은 벌써 풀려가고 있다. 제기랄!
7만7천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한 파마인데.
거깃다 이건 파마도 아니고 셋팅이라고 말하는 거라는데, 사실 처음 해보는 거였다.
디지털파마 해주세요.
했더니 손님 디지털파마는 컬이 너무 얇게 나와서 어쩌구 저쩌구.
결국 셋팅하라는 이야기라서.
네 그럼 셋팅 해주세요. 했는데..
오.. 셋팅 기계를 머리에 달고 있으니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메두사 같았다.
아무리 그래도 7만7천원주고 한 파마치곤 별로다. 진짜.

저번주 금요일에는 입사이후 최고의 스트레스 day 였다.
약 0.2 초 간 내가 일하고 있는 9층 에서 창문을 뚫고 뛰어내리고 싶을 정도였는데.
울컥하는 성질이 그대로 나올 뻔 했다.

결국 부천에 사는 친구에게 S.O.S 를 쳤다.

오늘 뭐해?
묻지마. 알면서 왜그러냐.
그럼 좀있다 부천역서 잠깐 보자.

이런 대화 끝에 만났는데 세상에!! 친구가 직접 만든 호두파이 두조각을 들고 나온 것 아닌가.
완전 감동의 도가니였는데.
맛은 그것의 100배정도는 더 감동이었다. 너무 맛있었다!!!!!! (진짜)
한편으론 이런 걸 '동성'친구한테 밖에 못주는 친구 처지에 살짝 마음도 아팠다;

아 요즘 그 친구에게 하루에 10개 이상의 문자를 주구장창 보내는 남성이 있는데.
난 그날 그 남자가 보낸 문자 보면서 약간의 컬쳐쇼크에 시달렸다.

오널 정말 수고해써여.
도착해써여?
피곤해서 죽게써여.

오오오오. 잘 기억은 안나지만 위에 열거한 것들 이외에 더욱더 스펙터클하고 다이나믹한 내용들이 많았는데.
한껏 비웃어줬다. 더욱 놀라운 건 저 문자를 보낸 사람이 79년생이라는건데.

솔직히. 난 그렇다. 아무리 얼굴이 조인성님같이 생겼더라도 저런 문자를 받으면 정이 저 안드로메다 저 멀리로 떨어지지 않을까 싶은.
그래서 난 절대 이남자 만나지 말라고 말렸다.

뭐 사실 걔나 나나 남자 따질 입장은 아니지만서도.

아.. 그리고 난 오늘 좀 많이 우울하다.
이제 오늘이 끝나면 12월 25일까지 휴일이 없다.
휴일이 전혀 없단 말이다.

좀 있다. 혼자 원스 라는 영화나 보고 올까 생각 중이다.
쳇. 혼자라도 봐줄테다.

:

완벽한 개꿈

일상 2007. 10. 2. 13:17



평소 싫어하는 영화가 킬빌같이 잔인한 영화이다.
사실 잘 쳐다도 못보고.
그러면서 전쟁영화는 어떻게 보느냐 하면.. 흠.. 모르겠다. 그래도 전쟁영화에서는 총 맞고 피 흘리고 이거니까.
물론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는 창자도 나오고 팔 잘리고 하긴 했지만. 어쨌든. 그건 전쟁이고.
내가 싫어하는 건. 상대방에게 위해를 가하면서 위해를 가하는 자신은 즐긴다던가, 속 후련함을 느낀다던가 하는 류.
전쟁영화는 그렇지 않으니까.

난 평소에 잔인한 생각은 안하려고 노력하고.
뉴스에서 손 절단 됐다. 이런 이야기 들으면 너무 싫단 말이다.
그런데 요사이 꾸는 꿈들은
정말 내가 정신병자가 아닐까 싶은 꿈들이 대부분이다.
내가 당하는 입장도 아니고 내가 가해자도 아니지만.

사람 몸 전체에 대못이 박혀서 피를 흘리고 있는 것을 본다던가.
벙커에 사람들 다 가둬놓고 기름을 부은뒤 태워버리는 것을 본다던가.
머리통이 돌에 깨져서 부서지는 것을 본다던가.

이외에 더 내 입으로 말못할 그런 모습들은 내가 괴로워하면서 목격을 한다.
오늘도 새벽 1시 10분에 눈을 번뜩 뜨여선.
꿈이였구나 안도하고.
2시 20분쯤에 또
3시 반쯤에. 또 4시 40분 쯤에.
이렇게 계속 괴롭게 깼다 시달렸다를 반복하다가 눈을 떴다.

난 평소에 아무리 미운 사람이 있어도, 뭐 그 사람이 죽는다던가 하는 생각한 적 한번도 없다.
저번에 어떤 사람이 자기는 너무 미운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트럭에 짓이겨져서 죽는 상상을 하면 풀린다고 했을 때
헉. 진짜 무섭다.
라는 생각을 했다.

맹새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한번도 없는데, 왜 이런 꿈을 꾸는건지.
말 그대로 사탄아 물러가라. 하고 싶은 심정이다.

아니면 레드선 같은거라도.

오늘 이런 엄청난 개꿈 때문인지 하루종일 시달렸다.
아침부터 눈앞에서 모든 버스 모든 지하철을 놓쳤고.
회사에서도 정말로 예상치 못한 일이 터져버렸다.

여하튼.
도대체 왜 이런 꿈을 꾸냐고!
차라리 야한 꿈을 꾸면 머리라도 빨리 자라지.;

:

현명한 친구와 편지 주고받기

일상 2007. 9. 23. 23:45

저번에 만난 대학 친구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나는 편지봉투만 보면 아주 약간은 가슴이 두근 거리곤 하는데,
워낙에 편지를 쓰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그래서 아직까지도 진짜 친한 친구들에게는 (소심해 보일지라도) 편지를 끄적여서 내 진짜 속마음을 전달하거나, 심경의 변화 등등을 알려 주는 것을 즐긴다.

현재, 내가 편지를 줄 수 있을만큼 친한 친구는 3명.

뭐 예전에 군대간 애한테는 장장 8장의 편지를 쓴 적도 있었다. 글쎄,
그때는 우리집에 여러 우울한 일도 있었고,
날씨는 엄청 좋은데 금요일 오후에 도서관에 혼자 앉아서 학교 풍경이나 보고 close to you 같이 청승맞은 노래 듣고 약 한 달전에 군대에 애인을 보낸 내 신세에 취해서 한 순간에 8장을 휘갈겨쓰고 그대로 우체국으로 향했다.
그 편지를 한번 더 읽었다면 내 자신이 부끄러워서 박박 찢어 버릴 것이 뻔해서였다.
흐흐흐. 그래서인지 8장이나 썼음에도 그때당시 뭐라 썼는지 기억도 안나고, 뭐 분명 싸이코 스러운 이야기의 향연이었겠지. 싶다. 이자리를 빌어서 그 편지를 읽고도 나를 바보 취급 안해준 걔한테 고마움을 느낄 것은 뭐람.

어쨌든.
나에게 편지를 준 친구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친구인데, 대학 친구는 고등학교 친구보다 못하다는 편견을 무참히 깨부수고, 거의 나와 No.1 으로 친하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친하다. 1학년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갔던 M.T 기념 롤링페이퍼에다 그 친구가 써 주었던 말이 갑자기 생각난다. ' 앞으로 심상치 않은 friendship이 진행될 것 같지?' 라는 간단명료하고 기분 좋은 말이었다.

자꾸 안똔 체호프 얘기하니까 내가 안똔 체호프 말고는 아는 작가가 하나도 없는 것 같아 좀 그렇지만 (그만큼 빠져 있는 상태) 어떤 소설인지는 기억 안나도 이런 말이 나온다.

훌륭한 가정 교육이란 식탁보에 소스를 흘리지 않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누군가 다른 사람이 실수로 소스를 엎지르더라도 모르는 체 하는 데 있지요.

이런 구절.
편지를 주고 받다 보면, 편지안에서만 하는 얘기는 이상하게 얼굴을 맞대하고는 거의 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은 그만큼 편지에서 할 수 있는 말이 실제로 하기 힘든 말일 수도 있는 것이고, 편지에서만 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한 것이고 뭐 그럴 것 같다.

편지 뿐 아니라 음성으로 내뱉지 않고 글로 하는 말은 다 그런 것 같다. 나만 해도, 지금 블로그에 적고 있는 이 말을 실제로는 한마디도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글로 하는 것은 묘하게 그런 힘이 있단 말이다. 블로그, 일기, 심지어는 채팅, 문자 까지. 그 중에서도 으뜸은 역시 편지일 것이다.
너는 왜 글로 하는 태도랑 평소 태도랑 그렇게 다르냐? 넌 니 생각을 제대로 말못하는 병신이냐? 하면 또 할말이 없다. 난 진짜로 그렇다. 글로 할 수 있는 말은 분명히 따로 있다고 본다.

상대방과 편지를 주고 받기 위해서는 아.. 너 혹은 나는 이런 심경상태이고 너한테 이런 일이 있었구나. 하는 것을 다 알더라도 암묵적으로 실제 만나서는 그것에 대하여 거의 한마디도 안 꺼내는데, 우리 꼭 이렇게 하자. 라고 약속을 한 것도 아닌데 그렇게 된다는 것이 신기해서다. 그냥 그 친구가 괴로운 걸 꼭 이렇게 만나서까지 내 입으로 말해야 되나 싶은.

그 친구가 나에게 준 편지를 읽을까 말까. 고민을 계속 하다가, 아 이건 내가 좀 지쳤을 때 힘내야 할 때 읽자 싶어서 일주일이나 묵혀두었다가 너무 피곤해서 토할 것 같을 때 꺼내 읽었다.(그리고선 힘을 얻었다)

내 주변의 여성들은 어쩜 그렇게 일관적으로 남성과의 연애 에서 다 빗나가는 경향이 있는데, 나 역시도 마찬가지고. 다들 요즘 사람답지 않게 착한데, 왜 그럴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나온다. 나야 지은 죄가 많아서 그렇다지만.

지금 말하는 친구는 평소 엄청난 독서량을 자랑하는데, 자기 전 하루 한 권 읽는 다른 내 친구 만큼은 아니어도 일주일에 한 권정도는 거뜬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그런지 그 친구 편지는 나에게 아주 크나큰 힘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뭐 일단 책으로 쌓은 내공 때문인지, 글로하는 그 친구의 심경이나 나에 대한 위로에 대한 표현이 상당한 수준이니까.

나는 고백했다가 보기좋게 차였고, 그 뒤로도 2년동안 정신 못차리다가 상처만 입고 끝났다. 그 친구는 나보다 앞서서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고, 나보다 현명하기 때문인지 딱 6개월만에 모든 것을 다 털고 마음정리를 끝냈다. 고백 이후 안 좋았던 일 이후, 그 친구가 했던 블로그를 통해서 혹은 편지를 통해서 어느정도는 그 친구의 심경을 다 알았던 것 같다. 그리고선 위에 말한대로 평소 때는 그 사람에 대해서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그 친구 역시 내가 해왔던 우스운 짝사랑에 대하여 가장 많이 아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 사람 중 하나가 아니라 거의 유일한 사람이랄까.
난 그 친구의 편지를 읽고, 3장짜리 답장을 썼다. 나는 또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도대체 왜 나는 아직도 그 사람 꿈을 꾸느냐. 하는 등의 자질구레한 내용들. 왜 이제 안보고 사는데도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지 하는 등의 청승맞은 말들.;
내친구는 현명하게 일찍 정리를 했지만 가끔씩 한때 좋아했던 그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쓴다. 2005년 봄의 일이니 벌써 2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말이다.
갑자기 겁이 덜컥 났다. 6개월만에 지독히 힘들게 모든 것을 급속도로 정리해버린 내 친구도 2년동안 가끔 그 사람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도대체 몇 년동안 이래야 한다는 거지!! 이런.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현명한 그녀도 빨리 다른 사람의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고.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so, happy together 해야 할 것 아닌가.
:

다락이 있는 집 - 안똔 체호프

위로 2007. 9. 23. 23:36



나는 이제 다락방이 있는 집에 대해서 잊어버리기 시작했고, 단지 아주 가끔씩 글을 쓰거나 책을 읽을 때 언젠가 창문을 통해서 보았던 녹색 불빛이나, 사랑에 빠진 내가 추위로 언 손을  비비며 집으로 돌아가던 밤에 들판에서 들려오던 내 발자국 소리가 생각나곤 했다. 그리고 더 드물게는 고독감에 젖어 우울해질 때면, 나는 어렴풋이 옛날을 회상하며 그녀 역시 나를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아마도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고개를 들고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미슈시, 당신은 어디에!

-다락이 있는 집 중에서-

글쎄. 이것도 나혼자만의 착각 중의 착각이겠지만.
작년 이맘 때 쯤엔 이력서를 많이 썼고,
또 서류에서 많이 미끄러졌고.
거깃다 많이도 그 사람 얼굴을 본 것 같다.
훗. 추석 특집 영화로 내일 타짜도 하고 미녀는 괴로워도 하고 그런댄다.

연애를 처음 했을 때
그리고 헤어졌을 때
주말의 명화나 특집 영화 대부분이 예전에 다 본 것들 뿐이로구나.
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 경우에는 이번 특집영화만 보고 나면
예전에 본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은 안하겠지.
그럴만한 사이도 뭣도 아니었으니까.

뭐.. 그냥 이맘때쯤 여러 생각이 나서...
좀 웃기다.
그때라도 관둘껄.

:

커트 코베인

위로 2007. 9. 20. 20:04



이 사진은 도대체 왜 이렇게 봐도 봐도 웃긴거냐.
.
.
.
.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위로 2007. 9. 13. 10:45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 뿐 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
대학교 2학년 때도 이 시를 봤는데.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 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 뿐이었구나.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특히 이 부분이 오늘따라 갑자기 너무 울컥한거다.
21살때와 25살의 나는 확실히 변하긴 한 모양이다.

내 감성을 자극하는 일을 되도록이면 자제하고 있는 중이다.
내 핸드폰에는 문구에는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다고 써놨지만.
사실은 모르겠다.

누군가를 기다리지 않고
누군가를 좋아하지 않고
그 누구도 절실히 날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
이렇게 편한지 몰랐다.
다시는 예전 상태로 살고 싶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죽은 것 같이 살고 싶지는 않고.

뭐 그렇다는 거.

:

민망하고 부끄럽지만.

일상 2007. 9. 12. 22:24
점점 이뻐지시는 거 아니예요?
점점 이뻐지시는 거 아니예요?
점점 이뻐지시는 거 아니예요?
점점 이뻐지시는거 아니예요?

푸하하하.
그냥 예의상 해준 말인데 이렇게 기분이 좋다니!
(남자한테 들은 말이라 그런가)
나도 여자긴 여자구나. 싶었다.

뭐 여기에 대고.

"아 감사합니다. (표정 관리 못하고 아마 또 싱글벙글 댔겠지.)
하지만 속은 썩어가고 있어요."

라고 대답할 필요는 없었는데.
허허허
:

일 없는 화요일

일상 2007. 9. 11. 10:44

회사 컴퓨터로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 없다고 생각을 하지만, 집에 가서는 밥 먹고 뉴스보고 잠. 이외의 행위를 하나도 안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생각보다 본사근무 인원이 작기 때문에 내 컴퓨터 글을 누군가가(컴퓨터 관리하는 곳에서) 볼 수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말이다.

일주일동안의 교육으로 바로 현장에 투입되어서 더군다나 나만 혼자 남겨놓고 3명치 일을 약 한달간 하다보니깐 일 잘한다는 소리를 꽤 듣고 있다. 일 잘한다는 소리 들으면 기분이 엄청 좋을 줄 알았는데, 또 그건 아니다.
1년 일한 애 같다고 한 들, 1년 일찍 승진을 시켜줄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지.

약 2주전만 해도 지금 같이 이렇게 할 일이 밀려들지 않을 때에도 난 뭔가 일을 찾아서 했을 것이다. 뭐 책상을 어떻게 하면 내가 편한대로 물건 배치를 할까. 쌓여있는 저 서류는 어떻게 처리를 할까. 내 컴퓨터 하드에 들어있는 업무관련 파일은 뭐가 있나. 등등 시키지도 않은 일을 알아서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사실 아주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 몇 개가 남아 있긴 한데,
아.. 오늘은 그냥 아무 일도 안하며 업무외적인 일로 오전을 보내고 싶구나.;

어제는 결혼식 축가 연습을 했다. 케이블 티비에서 보니까 결혼식은 원래 여자들이 될 수 있는 한 최고로 멋을 내고 가야 하는 장소라고 말을 하는거다. 난 이번 주말에 먼 길을 가야하기 때문에 안경쓰고 버스에서 자야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난 끝끝내 안경을 쓸 거긴 하지만)
가장 최근에 간 결혼식은 둘째 큰아빠댁의 쌍둥이 딸 중 첫째 언니 결혼식이었는데, 대전에 있는 호텔이었다. 아버지가 대전 가는 김에 논산에 있는 할아버지 묘에 들리자고 해서 나는 벌초 하는구나 싶어서 남방에 청바지 운동화를 신고 충실히 벌초에 임하고 그대로 결혼식장에 갔더니만, 여자들이 다들 원피스에 화장에 구두에 난리가 아닌거다. 그 때 좀 초라해져기는 기분을 느꼈다. 나 왜이러고 왔니? 이러면서.

흠.. 결혼식 청첩장이 뭐 축하해주러 오세요. 라는 의미도 되지만, 갑자기 이런 것이 의외로 강요가 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우리 엄마는 너는 아는 사람도 없어서 나중에 결혼식에 하객 없어서 어떡하냐고 그랬지만. 난 사실 나랑 안 친한 사람은 결혼식 안왔으면 좋겠다. ;; 그리고 난 축가가 싫다. 축가가 싫다기보다는 축가로 불리는 노래들의 분위기가 싫은 게 맞는 말말 일지도 모른다. 특히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류의 분위기. 결혼식에서 그렇게 싫어하는 노래를 듣고 있어야 되다니. 너무 암울하잖아.

남의 연애사는 너무 재밌다. 20대 중반이 되어서 깨달은 것인데, 남자는 29살 부터는 정말 조금만 괜찮아도 인기폭발인 것 같다. 노처녀들이 많은가? 어쨌든 키만 조금 커 주고 직업이 괜찮으면 그냥 왠만하면 인기 폭발인 거다. (사실 이 키 큰 편에 직업 괜찮기가 워낙에 어려운 것이긴 하지만)
내 주변에는 현재 연애 진행 중인 사람이 극소수 이지만 그 중 한 명에게서 놀라울만한 소식을 들었다. 7월달에 차였다는.
아. 그리고 여자가 27살 쯤 된 다음부터는 연애가 아주 놀라울만한 속도로 진행이 되서, 한 달만에 그냥 헤어지는 경우가 정말로 많다는 건데. 물어봤더니 이젠 나이가 임박해서 결혼으로는 안될 것 같은 사람은 서로 빨리 빨리 정리하는 게 좋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한다. 맞는 말 같기도 하고. 그러고보니 대부분은 사귄지 1년 쯤 뒤에 결혼을 하던데, 어렸을 때는 1년 사귀어 보고 어떻게 결혼까지 결심하나 싶었더랬다. 그런데 지금은 이해 간다.

일하면서 정말 뼈저리게 느끼는데, 난 세상에서 55세 이상 아저씨들이 막말할 때가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 아 왜 난 55세 이상 아저씨들이 욕하면 이렇게 쪼그라들지. 한 일년동안 들으면 욕하든 말든 알아서 하소. 이런 수준이 되려나.

오늘도 난 혼자 일한다. 조용하고 좋긴 하지만, 혼자 일하다보면 전직원 회의도 못들어가고 회사행사에는 전혀 참석할 수가 없다. 그래 뭐 일 좋다 이거다. 하지만 이제 두 달이 되어가는데 내가 하는 일 이외에 회사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전혀 없고, 더불어 소속감도 전혀 느낄 수가 없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다들 저녁밥도 우르르 같이 가서 먹는데, 사실 난 그냥 저녁 안먹고 무한워크 후에 집에 가는 게 100배는 더 좋아서 그냥 밥도 안먹고 일한다.
흠.. 당분간은 그냥 회사에는 적도 친구도 안 둘 생각인데. 친구는 몰라도 나의 적이 회사에는 없었으면 좋겠다.

직장 생활을 하려면 관두고 싶을 때 마지막으로 날 잡아줄 only one 을 하나 잡고 있어야지 버틸 수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곰곰히 생각 중인데, only one 이라고 말할만큼 거창한 것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은 무슨 only one 을 위해서 이 지겨운 하루 하루를 견뎌내고 있는 건지 나한테 좀 힌트를 줬으면 좋겠다.

only one은 고사하고 나에게 지금 필요한 건 뭐? 스피드~ 가 아니라. 사실 더 절실한 건 그때 그때 발생하는 머리 터질 것 같은 스트레스 해소법인데. 오늘 같이 한가한 날이면 네이버 웹툰이라도 보면서 긴장완화를 한다지만, 안그런 날에는 스트레스를 떠안고 일을 하다보면 뇌가 터져버릴 것 같은 때가 꽤 된다.
그럴때 내가 잘하는 짓은 제일 친하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에게 문자 보내기. 이건데, 사실 내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흠. 그래 난 이런 친구가 있지. 그래. 내가 친구가 단 한명도 없는 것은 아니야!! 라는 것 이외에. 직접적으로 문제가 되는 그건 전혀~ 해결이 안되는 것이다. 뭐 세상 만사가 그렇겠지만.
그래서 말인데, 정말로 애인이 있으면 뇌가 터질만큼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에서 애인님 목소리만 들으면 오오 눈이 새로 열리고 뇌가 말끔해졌어와요. 이렇게 되는지. 그게 정~말로 궁금하단 말이다.
그..그런데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해서는 나 위로해주소! 할 순 없는 거고. 그 사람도 그 사람 나름의 일상이 있으니까. 그리고 진짜 오늘은 도저히 이대로는 못들어가겠다 싶을 때 매일 불러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나에게 필요한 건 친구도 애인도 아닌, 그냥 시간 엄청 많은 사람인 것 같다. 대학생 때 이상형이었던 같은 동네 백수 정도?

내 머리 스타일에 획기적 변화가 필요함을 매일 느낀다. 예전 미용실 상품권 (이런 신기한 상품권도 다 있더라) 이 생겨서 비싼 파마 했더니, 우리과 애들이 도대체 어디서 파마를 한거냐고 물어보는 애들이 많았다. 미용실에서 손님~ 파마 너무 잘됐어요~ 라면서 호들갑 떨때는 얘들이 왠 자화자찬이야. 했는데.
지금 머리는 뭐 어떻게 간수해야 할 지 모르겠다. 죽기전에 긴 생머리 혹은 긴 웨이브 머리 한번 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기르고 있지만. 그 머리를 하려면 앞으로 2년은 더 이 상태로 머물러야 할 것 같다. 벌써 지겨운데.
저번에는 어떤 사람이 머리 잘랐냐고 물어보질 않나. 내 머리카락이 자라기는 커녕 다시 구멍으로 들어가는거 마냥 자라지 않고 있다.
며칠전 미용실에서 추석맞이 30% 세일 한다는 문자를 받았는데, 이번 황금같은 주말은 미용실에서 보내볼까 생각 중.

사고 싶은 물건이 많아졌다. 우선. 구두. 이건 추석 전에 월급 받으면 받자마자 백화점 가서 사버릴거다. 왠지 돈을 버니까 된장녀가 되가는 것 같은데. 된장녀면 뭐 어때. 난 진짜 신발 샀을 때가 기분이 제일 좋더라.;;
장기적으로 바라볼 땐 정장에 들어도 기죽지 않을만한 가방. 그런데 이건 당장에 해결이 불가능할 것 같고.
DMB- 핸드폰은 사실 지금 핸드폰으로서 기능을 거의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별 필요 없지만, DMB폰은 너무 갖고 싶다. 그런데 난 그냥 동인천역 지하가서 개통하려 했더만 내동생 친구중에 핸드폰집에서 알바하는 애 있다고 꼭 걔한테 사라고 동생이 강요한다. 21살짜리가 핸드폰 하나 팔아보겠다는데 외면하기는 불쌍하고.
MP3 - 저번에 고장난 줄 알았는데 동생님께서 손수 MP3를 분리하셔서 납땜까지 깨끗하게 마무리 지어주신 덕분에 아무 문제 없이 쓰고 있다. 근데, 드디어 1기가가 나에게 부족해졌다. 부족해 졌다기 보다는 귀찮아졌다는 표현이 더 맞을 듯 하다. 아예 한 8기가 쯤 되는 걸로 사고 싶어졌는데, 위에 열거한 모든 것들을 다 해결하기는 어려우니. 이거 역시 안될 듯 싶다.

흠.. 문득 깨달은 건데, 사무실에서 이따위 쓰잘데 없는 긴 글을 쓰고 있다니. 참 청승맞지 않나? 부끄러울 정도로 길구나. -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