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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0.26 '사색' 중에서 - 이문열
  2. 2007.10.25 freeTEMPO, Stereophonics, Foo fighters 5
  3. 2007.10.12 우리나라 젊은 작가들 2
  4. 2007.09.23 다락이 있는 집 - 안똔 체호프
  5. 2007.09.20 커트 코베인
  6. 2007.09.13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7. 2007.08.14 하울의 움직이는 성
  8. 2007.08.12 별빛속으로
  9. 2007.08.09 안똔 체호프-아리아드나
  10. 2007.07.12 Danny Chung-Happy together (春光乍洩 , 부에노스 아이레스, 해피투게더 OST 중)

'사색' 중에서 - 이문열

위로 2007. 10. 26. 12:19
자기에게 끊임없는 성찰(省察)의 눈길을 던지는 것,
자신을
정신적인 무위와 혐오할 만한 둔감 속에 방치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너는 지금 어떠한 일의 와중에 있으며, 그 의미는 무엇이며 또 그러한 네가 현재에게 지불해야 할 것은 어떤 것들인가에 대해 항상 눈떠 있어야 한다.
일체가 무의미하다는 것, 혹은 우리 삶의 궁극은 허무일 뿐이라는 성급한 결론들의 비논리성에 유의하라. 근거 없는 나힐리즘은 조악한 감상주의 이상 아무것도 아니다.
저급한 쾌락주의, 젊음의 일회성(一回性)에 대한 지나친 강조 따위, 일상적인 삶의 과정을 경멸하도록 가르치거나 그것을 위한 성의와 노력을 포기하도록 권하는 모든 견해에 반역하라.
그것들은 대개,
피상적 체험이나 주관적인 인식만으로도 사물의 핵심에 도달할 수 있다는 지난 날의 네 믿음처럼 자기류(自己流)의 사변(思辨)을 학문적으로 진술한 것에 불과한 것이므로,
또 너는 무엇이건 지나간 것은 모두 가치있고 아름답게 만드는 기억의 과장을 경계하라.
지난 날들이 감미로운 방랑으로 되살아나 너를 충동하게 하는 것은 네 삶을 떠돌이의 비참에 맡기는 것과 같다.
:

freeTEMPO, Stereophonics, Foo fighters

위로 2007. 10. 25. 11:32

요즘 내 MP3 플레이어 에서 반복되고 있는 앨범들.
어둠의 경로로 파일을 다운 받는데 지쳐서 합법적 음원사이트에 가입했다.
(합법적인 음원이라 생각하니 내 맘도 편하고 왠지모를 자부심까지 들었다)
가입하고 나서는 너무 편리해서 도대체 왜 이제서야 가입했나 싶었다.
대신 안좋은 점이 하나 있다. DCF 파일이라서 내 블로그에 올릴 수 없다는 사실.;

1. freeTEMPO - oriental quaint + imag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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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ing 1 CD
1. A New Field Touch
2. Prelude
3. Lightning
4. Universe Song
5. Immaterial White
6. Oriental Quiet
7. Happiness
 
  Tracking 2 CD
1. Imagery
2. Love Will Bring You Back
3. Vamos A Bailar
4. Loveaffair
5. Melody Feat. Cana With I-dep (korea Sprcial Track)



  나카무라 코우의 이력서와 함께 들었던 음악.  일본소설에 일본 음악에. 묘하게 책이랑 어울렸다. 이런게 일본의 감성인가;
freetempo는 sky high 라는 음악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유명해진 일본의 DJ 인걸로 안다. 그 이외에는 아무것도 모른다. 며칠전에 우리나라에 온 적 있었고 TV에서 얼굴을 봤는데 완전히 평범한 얼굴이었다. 홍대 클럽에 가면 이런 음악을 귀에 쩌렁쩌렁 울리도록 들을 수 있는건가? 싶어서 한 번 가서 듣고 싶다는 생각은 했다.
일렉트로니카 라고 불리거나 우리나라에서는 시부야계'(정작 일본에는 전혀 이런 말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함)라 불리우는 음악의 전형적 스타일인데 내가 맘에 드는 점은 묘하게 슬픈 분위기가 난다는 점. 제일 좋아하는 곡은 Loveaffair - 마지막 부분에서 남자목소리가 맘에 든다.

*보너스로 freetempo가 유명해진 계기인 sky high


2. Stereophonics - Pull the p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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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oldiers Make Good Targets
2. Pass The Buck
3. It Means Nothing
4. Bank Holiday Monday

5. Daisy Lane
6. Stone
7. My Friends
8. I Could Lose Ya
9. Bright Red Star
10. Lady Luck
11. Crush
12. Drowning
 





  평소에 radiohead,coldplay, placebo 등등의 밴드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다니긴 하는데 특이한 게 난 그냥 어떤 밴드든 가수든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냥 앨범만 딱 듣는거지 그 밴드의 구성원들에 대해선 전혀 정보를 캐지 않는다. 그닥 그럴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이기도 하고 재미도 없기 때문에.  그래서 난 밴드를 좋아한다기 보단 그 밴드가 낸 음반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게 맞을 지도 모른다. 난 ok computer, parachute, sleeping with ghost 를 좋아해. 이렇게.
stereophonics 는 분명히 라디오에서 어떤 좋은 노래를 들었는데 무슨 노래인지를 몰라서 이 사람들 앨범을 다운받아 듣는 중 (아직도 그 곡은 못 찾았지만) 2007년 10월 출시된 따끈 따끈 한 저 앨범을 좋아하게 됐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멋부리지 않은 연주에, 건들 건들 거리는 보컬의 목소리가 딱 맘에 든다. 왠지 얼굴도 멋있지 않을까.(아직 얼굴도 모르고 보고 실망할까봐 못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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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diosalve도 얼굴 모르고 있다가 예전에 사진을 찾아봤는데..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와 싱크로율 100%를 자랑하는 모습에 완전 흡족했던 생각이 난다. (잘못 건들었다간 끝장날 것 같은 성질 드럽지만 섹시한 모습!!)  
stereophonics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참고사진 ← audioslave






stereophonics 앨범에서 BEST of BEST 는 It means nothing.  한 번 들으면 계속 머리속에서 it means nothing 이라고 노래부르는 부분이 떠오를 것이다. 흐흐흐 it means nothing~~

3. Foo fighters - Echoes, Silence, Patience&Gr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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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he Pretender
2. Let It Die
3. Erase/Replace
4. Long Road To Ruin
5. Come Alive
6. Stranger Things Have Happened
7. Cheer Up, Boys (Your Make Up Is Running)
8. Summer S End
9. Ballad Of The Beaconsfield Miners
10. Statues
11. But, Honestly
12. Home






  foo fighters 는 왜 walking after you 와 learn to fly 같은 초기 곡 빼고는 그닥 맘에 드는 곡이 없었다. 특히 walking after you 는 고등학교 시절에 들었던 나의 명곡 중의 명곡으로 앨범 버전보다는 x-file 사운드트랙 버전을 더 좋아한다.

그러나 이번 앨범, 저 멋들어진 제목의 새 앨범에서 come alive 는 조용하게 시작해서 곡의 절정 부분에서는 분위기가 사정없이 고조되는 = 내가 좋아하는 곡의 구성 을 보여주는 곡으로 내 나름대로는 foo fighters 가 이렇게 연륜있는 분위기까지 가능한 팀이었나 하는 감탄까지도 하게 만든 곡이었고, 듣는 순간 walking after you 만큼 좋아하는 곡이 되어버렸다.
바로 뒤에 이어지는 stranger things have happend 는 언제 내가 그랬냐는듯 조용하고 서정적이다.

몇 달간 딱히 들을 노래가 없어서 예전 노래만 계속 들었는데 이 세개의 앨범이 나에겐 어찌나 반갑던지!!!
당분간은 keep on playing 될 예정이다.

:

우리나라 젊은 작가들

위로 2007. 10. 12.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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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생선 사나이
창비
김종은

밑에 나오는 책의 작가들만큼 뜬 것 같지는 않지만, 난 제일 좋았다.
특히 '프레시 피시맨'
한 친구가 죽었고, 다른 친구는 친구의 유골을 파란 빛 나는 화장실의 욕조에 뿌린다. 그리고 친구의 뼈가루가 소용돌이를 그리며 하수구로 흘러간다.
말 재주가 없어 이렇게밖에 표현을 못하지만 이걸 읽을 당시에는 엄청난 쇼크를 받았다.
어떤 소설에서도 나오지 않았던 장면이라.
책 제목 대로 정말로 신선했다.

'그리운 박중배 아저씨'
이 소설을 읽은 후로 지하철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달리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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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아비
창비
김애란

며칠 전 중앙일보에서 이 여자 또 상 탔다고 나오던데.
80년생.
이제는 완전히 유명한 작가 같다.

소설집 타이틀인 '달려라, 아비' (이걸로 상탄건데) 읽었을 땐 왜 이 소설을 좋다고 하지? 라는 의문을 가졌는데.

'나는 편의점에 간다'
'노크하지 않는 집'

이 두 개 단편을 읽으면서 무섭도록 공감했다.
정말 소설 읽으면서 이토록 과거의 나를 투영해보기는 처음이랄까.
약 3년 반 간의 홀로 자취생활이 슉슉 스쳐 지나가면서.
잘쓰긴 잘쓴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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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바다
문학동네
정한아

창작과 비평을 내가 정기구독 하는 건 아니고 어쨌든 집에 꼬박꼬박 오긴 오는데, 비평 부분이 너무 두꺼울 뿐 더러 창작 부분에서도 딱 소설만 읽고 안 읽는다. 하긴 그나마도 요즘은 안 읽는구나.
저번에 상받은 소설만 모아서 별책부록으로 나왔는데 그 책을 읽다가 82년? 우와 했었다. (그땐 김애란을 몰랐다)
제목도 기억 안나는 창작과 비평에 있던 정한아의 단편소설은 특이하긴 했지만 다 읽고 기분이 좀 나빠져서 에잇. 했는데.. 사무실에서 이 여자 소설이 마음대로 굴러다녀 한번 읽어볼까 했다.
인터넷 소설 스러운 표지와 첫 페이지부터 뭐야. 왜이래 싶었지만.
전철 왔다갔다 하면서 읽은 거 치곤 엄청 빨리 약 3일만에 다 읽어버렸다.

yes24 밑에 보니까 별점 5개 만점에 5개로 마구 평점을 매겨놓았던데. 난 그정도 까진 아니었지만.
솔직히 재밌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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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집에 가는 길을 외롭지 않게 해주는 건, 나의 mp3에서 나오는 음악. 그리고 책속에서 펼쳐지는 다른 세계 뿐. 후훗.
요즘 내가 유일하게 하는 취미 딱 두가지다. 음악듣기. 책읽기. 지독하게도 평범한 범국민적 취미. 독서와 음악감상 말이다.

p.s 내가 위에 쓴 걸 다시 읽어보니 초등학교 애들이 오늘 난 놀았다. 참 재미있었다. 수준의 독후감인데. 하핫. 굉장히 부끄럽기까지 하잖아!
흠.. 나 은근히 초등학교 3학년 때 독후감으로 우수상 받고 애들 앞에 나가서 쭈볏거리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는데. 아무래도 그때 수준에서 벗어나질 못한 것 같다.
하지만 뭐 어때. 내 블로그에 내 생각 쓰는데;; (그러면서 부끄럽다)
:

다락이 있는 집 - 안똔 체호프

위로 2007. 9. 23. 23:36



나는 이제 다락방이 있는 집에 대해서 잊어버리기 시작했고, 단지 아주 가끔씩 글을 쓰거나 책을 읽을 때 언젠가 창문을 통해서 보았던 녹색 불빛이나, 사랑에 빠진 내가 추위로 언 손을  비비며 집으로 돌아가던 밤에 들판에서 들려오던 내 발자국 소리가 생각나곤 했다. 그리고 더 드물게는 고독감에 젖어 우울해질 때면, 나는 어렴풋이 옛날을 회상하며 그녀 역시 나를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아마도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고개를 들고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미슈시, 당신은 어디에!

-다락이 있는 집 중에서-

글쎄. 이것도 나혼자만의 착각 중의 착각이겠지만.
작년 이맘 때 쯤엔 이력서를 많이 썼고,
또 서류에서 많이 미끄러졌고.
거깃다 많이도 그 사람 얼굴을 본 것 같다.
훗. 추석 특집 영화로 내일 타짜도 하고 미녀는 괴로워도 하고 그런댄다.

연애를 처음 했을 때
그리고 헤어졌을 때
주말의 명화나 특집 영화 대부분이 예전에 다 본 것들 뿐이로구나.
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 경우에는 이번 특집영화만 보고 나면
예전에 본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은 안하겠지.
그럴만한 사이도 뭣도 아니었으니까.

뭐.. 그냥 이맘때쯤 여러 생각이 나서...
좀 웃기다.
그때라도 관둘껄.

:

커트 코베인

위로 2007. 9. 20. 20:04



이 사진은 도대체 왜 이렇게 봐도 봐도 웃긴거냐.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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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위로 2007. 9. 13. 10:45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 뿐 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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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2학년 때도 이 시를 봤는데.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 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 뿐이었구나.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특히 이 부분이 오늘따라 갑자기 너무 울컥한거다.
21살때와 25살의 나는 확실히 변하긴 한 모양이다.

내 감성을 자극하는 일을 되도록이면 자제하고 있는 중이다.
내 핸드폰에는 문구에는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다고 써놨지만.
사실은 모르겠다.

누군가를 기다리지 않고
누군가를 좋아하지 않고
그 누구도 절실히 날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
이렇게 편한지 몰랐다.
다시는 예전 상태로 살고 싶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죽은 것 같이 살고 싶지는 않고.

뭐 그렇다는 거.

:

하울의 움직이는 성

위로 2007. 8. 1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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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다이애나 윈 존스

   친구가 하울의 움직이는 성 책을 샀다는 얘기를 듣고, 솔직히 좀 부러웠다. 누가 친구 아니랠까봐 서로 이 책에 대해서 얘기 안했는데 알고보니 걔도 이 책 읽고 완전 좋았다고 할 줄이야. (여기 현실감각 없는 사람 하나 추가요) 작년 겨울에 이 책을 단숨에 읽고, 많이 힘들 때에 책만으로 잡념을 없애고 기분을 좋게 해줄 수 있다는 사실에 좀 놀랬다.
  1권은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 진 적 있는 내용과 똑같은데 솔직히 애니메이션만으로는 도저히 어떤 내용인지 이해 불가능 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다 지브리에 실망했다고 했지만, 뭐 나는 끝까지 그래도 좋다고 박박 우겼다;
   하울이 그토록 찾아 해매던 사람이 자신이었던 사실도 모르고 할머니로 변한 채 혼자 질투하고 고민했던 소피. 24살 씩이나 먹어선 소피한테 심각하게 감정이입을 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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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친한 친구도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좋아한다고 해서 해 본 소리.

:

별빛속으로

위로 2007. 8. 1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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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약 그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거짓임을 알아주세요.'
 
  토요일에 영화를 봤다.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 개막작이었다는 별빛속으로. 기담을 보고 싶었지만 같이 보는 분이 무서운 영화를 너무 싫어하기도 했고, 사실 표가 없기도 했고. 그래도 오랜만에 꽤~ 기억에 남는 영화를 봐서 기분이 좋았다. 내가 은근히 냉소적인 것 같으면서도 유치하지만 언제나 감동적인 남녀의 지고지순한 로맨스에 관한 영화에는 많이 약하니까.
 
  난 괜찮았는데 영화 끝나고 엔딩크레딧 올라갈때 몇몇 사람들은 이게 뭐냐는 식의 욕과 함께 돈 아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우에 따라선 사실 뭐 이따위로 끝나나.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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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를 보면서 현수영 역으로 나왔던 정경호를 다시 봤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에서 부잣집 아들내미 할 때는 영 매력을 못 느꼈는데, 이 영화에서는 정경호 이외에 다른 남자가 하면 정말 아니었겠다 싶을 정도로 현수영의 역할에 너무 잘 어울렸다. (내가 좋아하는 몇몇 남자 배우들을 대입해봐도 영 아니다)
  순진하고 애초에 순수하게 태어난 것 같으면서 어리버리하고 착하고 엉뚱한, 혼자 자취하는 대학생 역할. 고등학교 여자애의 첫사랑으로서 전혀 부족함이 없는 그런 인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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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현수영(정경호)을 짝사랑하는 여고생으로 나오는 수지 역할의 차수연 이라는 배우도 알게 되었다. 역할 자체가 그리 연기력을 요하는 것은 아니라 연기력에 대해서는 모르겠지만, 요즘 TV만 틀면 나오는 틀에 박힌 얼굴이 아닌 뭔가 좀 신비로운 얼굴이 앞으로 역할만 잘 맡으면 꽤 괜찮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에서 이 여자 역시 완벽한 적역. (나보다 어린 줄 알고 프로필을 검색해 봤더니 81년 생이랜다. 세상에! 진짜 동안이다!! 여고생 역할에도 전혀 어색함이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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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훗. 오랜만에 숨겨져 있던 내 감성을 자극하는 영화랄까? 다 보고 나서 기분 진짜 좋았다! 현수영 빼고는 도무지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는 인물들과 79년이라고 하기에는 전혀 촌스럽지 않은 그들의 복장과 헤어스타일 이런 것을 다 빼고라도, 스크린에 나오는 인물들이 다들 눈부시게 젊고 순수하고 나쁜짓이라곤 할 줄 모를 것 같은.. 그런 것에서 오는 편안하고 안락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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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배우가 된 김C의 새로운 모습. (김C가 처음 등장했을 때 사실 극장에 있던 사람들이 다들 조금씩 웃더라)

  난 기분 좋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한테 적극 추천하기는 좀 그런 영화.
:

안똔 체호프-아리아드나

위로 2007. 8. 9. 16:15
  "정말, 당신은 남자가 아니고, 어떤, 용서하세요. 우유부단한 사람이에요. 남자라면 즐겨도 보고, 이성도 잃어보고, 실수도 하고 괴로워해야 해요! 여자는 당신의 불손한 행동과 뻔뻔함은 용서해도, 당신의 그 신중함은 이해하지 않을거예요!"

--중략--

  "물론 여자는 여자일 뿐이고, 남자는 남자일 뿐이지만 우리 시대에 과연 모든 게 그렇게 태곳적부터 간단한 것이었을까요. 문화인이고, 복잡한 심리구조를 가지고 태어난 제가 과연 저의 한 여자에 대한 강한 감정을 육체적인 것으로 설명해야 하는 것일까요. 오, 이건 정말 끔찍한 일입니다! 제게는 본능에 대항해 싸우는 이성이 마치 적과 싸우듯 육체적 사랑에 대항해 싸운다고 생각되었고, 만약 그 이성이 육체적 사랑에게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친밀한 관계나 사랑이라는 환상의 올가미에 걸려들게 된다면, 적어도 제게는 이 사랑이 마치 개나 개구리처럼 저의 동물적 기관으로 향해진 본능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이고, 매번의 포옹 또한 감동적으로 깨끗하고 진실한 감정의 폭발로, 여성에 대한 존경으로 나타날 수 있는 그런 포옹이 되는 것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사실, 동물적 본능에 대한 혐오는 수세기 동안 수세대에 걸쳐 교육되었고, 그것은 제 피를 따라 흐르고 제 조직의 한 부분으로 되어 있어, 만일 제가 지금 사랑을 미화시킨다면, 그것은 현 시대에 제 귀뼈가 움직이지 않고, 제가 털로 덮여 있지 않다는 것만큼 자연스럽고 보기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요즘 세대의 사랑에 있어 도덕적이고 시적인 요소의 부재가 마치 격세유전의 현상처럼 냉대받고 있기 때문에 저는 대부분의 문화인들이 이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말하기를, 이것이 수많은 광기의 탄생 징후라고들 하죠. 사실 사랑을 미화시킨다는 것은 우리가 사랑하는 대상에 대해 그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미덕을 만들어 내는 것이고, 이것은 반복되는 실수와 고통을 낳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으론 여자는 여자일 뿐이고, 남자는 남자일 뿐이라는 사실로 자신을 위로하는 것 보다는 괴로워 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라 여겨지는군요. "

--중략--

  "얼마 후, 저 역시 그녀로부터 향기 나는 종이에 쓰여진 문학적인 편지를 받았습니다. 그녀는 제 아름답고, 총기 있는, 사랑에 빠진 눈동자를 그리워한다고 썼고, 저는 제 젊음을 헛되이 시골에서 썩히고 있다고 질책했습니다. 하지만 그 때 종려나무 아래에서 오렌지 향을 맡으며 천국에서 사는 그녀와 제가 어떻게 조금이라도 비슷해질 수 있었겠습니까?
그리고 이렇게 서명했더군요.
'당신에게 버림 받은 아리아드나.'
그리고 이틀 후 그런 류의 또 다른 편지가 왔습니다. 서명은 '당신에게 잊혀진'. 저는 괴로웠습니다. 저는 그녀를 무섭도록 사랑했고, 매일 밤 그녀의 꿈을 꾸는데 '버림 받은' '잊혀진' 이라니-이것은 도대체 무엇에게? 무엇 때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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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26살의 이반은 아리아드나를 만나러 오스트리아에 간다. 현재 여기까지 읽었다.
아.. 너무 흥미진진하다.
주문해놓은 책이 안와서 집에 있는 책을 집어 들었는데 아버지가 사다놓은 안똔 체호프의 단편집이었다.

저번에 열린책들 에서 나온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이라는 단편집을 읽을 때도 지금도. 1904년에 죽은 사람의 책이 어쩜.... 하긴 고전은 괜히 고전이 아니니까!
:

Danny Chung-Happy together (春光乍洩 , 부에노스 아이레스, 해피투게더 OST 중)

위로 2007. 7. 12. 23:29

Imagine me and you, I do
I think about you day and night, it's only right
To think about the girl you love and hold her tight
So happy together

If I should call you up, invest a dime
And you say you belong to me and ease my mind
Imagine how the world could be, so very fine
So happy together

I can't see me lovin' nobody but you For all my life
When you're with me, baby the skies will be blue For all my life

--------------------------------------------------------------------
I can't see me lovin' nobody but you For all my life
내가 평생동안 당신말고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걸 생각할 수도 없어요.
-이 노래가 좋은 이유는 바로 이 부분 때문이 아닐까.
당신말고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니!  이렇게 멋질수가!

P.S 춘광사설의 뜻은 '구름 사이로 잠깐 비치는 봄햇살' 이라고 한다.

영화 '해피투게더' (제목에도 썼듯이 제목이 3개나 되지만 난 그냥 해피투게더 라고 부른다) 는 동성애 영화라고 우리나라에서 상영금지 처분 받고, 결국 왕가위 감독이 우리나라에서 상영하기 위해 다시 편집해서 개봉을 했다.
난 아직 벨벳골드마인드는 못봐서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벨벳골드마인드 도 아무 문제 없이 상영되었는데, 왜 해피투게더가 상영금지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몇 장면이 짤려나가긴 했지만, 왕가위가 편집했으므로 보는 데 아무 무리는 없었다. 동성애 영화라고 해서 혐오감 느낄만한 내용은 절대 아니다.
이제와서 다시 하는 생각이지만, 남자와 남자의 사랑일 뿐이지.. 스토리 자체는 그냥 일반적인 사람의 일반적인 사랑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아쉬울 때만 찾아와서 아휘(양조위)의 마음을 온통 뒤흔들어놓고 훌쩍 떠나버리는 보영(장국영) / 화내면서도, 해달라는대로 다 해주는 아휘.
뭐 한번이라도 진짜로 누군가를 좋아해본 적이 있다면 (두 사람이 남자라고 하더라도) 둘 중 한 명한테 감정이입이 안될래야 안될 수가 없을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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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가 정말로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마지막 장면 때문이다.
난 해피투게더의 결말을 보며 왕가위 감독이 '아휘의 포기에 절대적 축하와 격려를!' 이렇게 외치는 것 같았다.

아휘는 그냥 훌쩍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떠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만난 친구 (장진) 의 아버지가 운영할지도 모르는 대만의 국수집에서 국수를 한 그릇 먹고, 홍콩으로 온다.
다음으로 크리스토퍼 도일 특유의 카메라 촬영으로 펼쳐지는 홍콩의 야경.

그냥 뭔가 새로 시작할 것 같고, 뭔가 홀가분할 것 같고, 뭔가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을 것 같은.
그런 약간의 흥분의 상태에서, 창밖을 보고 싱긋 웃는 아휘.
그리고 마지막으로 흐르는 노래가 이노래 haapy together 이다.
오리지널은 turtles 버전이지만 (물론 오리지널이기 때문에 좋지만) 난 왕가위 친구라는 danny chung 버전의 happy together 를 들으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생각나서 마구 힘이 나고 울컥 하기 때문에 오리지널보다 더 좋아한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본 이후로, 거창하지만 이 노래가 내 희망가 쯤이 되어버린거다.
(결국, 이 노래 빼고 대부분이 아르헨티나 무명 탱고 밴드의 음악과 피아졸라의 탱고로 채워져 있는 다소 어려운 O.S.T 까지 구입해서 계속 들었다. happy together 이 곡이 너무 맘에 들어서!)

홍콩으로 돌아와서도 아휘에게 별로인 일만 가득하더라도,
그냥 모든 걸 다 뒤로하고 떠나왔다는 것 만으로. 가슴이 뛰지 않았을까.

난 그렇다.
아무 소용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재빨리 포기할 수 있는 건.
뭔가를 이루고 성취한 것 이상으로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어쩌면, 계속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가장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건,
뭔가를 시작하는것, 그 다음은 뭔가를 포기하는 것, 그 다음은 뭔가를 계속 하는 것.
그냥 난 그렇다는거다.
계속 노력을 하면, 계속 살던대로 현상유지라도 되지만,
포기를 하면, 계속 하던 게 없어지기 때문에, 생활의 변화가 너무 크기 때문에.
그리고,
뭔가를 포기했다는 건, 또 다른 뭔가를 다시 시작하기 위한 결심의 첫단계 라고 해도 되는 것 아닌가?
생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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