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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ing a whole year.

일상 2007. 11. 3.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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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년 반 넘는 기간 동안 연애에 있어서는 끝내주는 삽질러 중의 삽질러였던 나는 결국 삽질러에 어울리는 결말을 맞았다. 사실 그 사람을 좋아하고 있었던 매순간 알고 있었다. 결국 그 사람은 날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내가 이렇게 발버둥쳐야 달라지는 것이 하나도 없을 것이며, 그 사람에게 있어서 나는 내가 그사람을 생각하는 것의 100분의 1 만큼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풋. 100분의 1이 아니라 만분의 1정도라도 되었으면 엄청 감사했을텐데 말이다.

내 일상의 모든 기쁨이 그 사람이 나한테 무관심하다. 라는 것 하나로 기뻐지지 않고, 내 일상의 모든 슬픔이 그 사람이 나한테 잘해준다. 하나로 슬퍼지지 않았던 내가 좀 불쌍하고 안쓰러워서, 사실은 난 다시는 누군가를 안 좋아하기로 맘을 먹은 상태다. 하지만 내가 또 하나 알고 있는 것은 난 또 똑같은 상황이 와도 또 그런 짓을 일삼을 프로 삽질러 라는 것.

이번년도도 마찬가지로 난 애인님을 만들기는 글러버린 것 같다. 25일과 27일 내 생일을 또 그냥 슬프게 보내야 할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하면 난 이제 슬픈 감정도 없다. 애인이 있었을때도 크리스마스를 애인과 맞는다는 데 그닥 큰 기쁨을 느끼지 못했다. 정말로.

위에 말한대로 난 나에게 어울리는 결말을 맞았는데,
나는 정말 그 사람 말대로.
내 잘못은 모르고 남의 잘못만 보는 사람인가.
남의 말을 내 멋대로 해석하여 오해하는 사람인가.
내가 남을 비방하는 방식이 인터넷 악플러 수준인가.
라는 문제를 아직도 매일 퇴근길에 곱씹고 있다. 그만 생각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나보다. 퇴근길은 몸이 힘들어서 상념이 많아지는 시간대니까.
정말로 내가 그런 호러블 한 인간인 것 같은 생각이 들면 가끔 눈물까지 그렁그렁 맺히기도 한다.

이런 나의 상태를 반성 혹은 내 자신을 반추 해 보는 것 정도로 말해도 되는 거라면, 아마도 그 사람이 원하는 결말이 이거 아니었을까.
난 정말로 매순간 그 사람이 말한 것에 대하여 이렇게 생각하고 안그러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말이다.
근데 또 문제는 그 사람 말대로 나는 내 멋대로 해석하여 오해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지금 이해하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이 또 다 오해면 어떡하나. 라는 쓰잘데 없는 생각이 들기도 한단 말이다.

그런 말 일수록. 그 말에 대하여 난 전혀 상관이 없다. 난 나한테 떳떳하다. 라는 태도를 유지해야 되는 거라는데, 어찌 그게 되겠나. 그때 들은 말들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는걸.

그냥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는 것, 그렇게 좋아했던 사람을 이제 못본다는 것 이 모든 것을 다 떠나서 이 세상에 나를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한사람 있구나. 하는 걸 알게 되었다는 거 자체게 나에게 너무 큰 상처였다.
훗. 1년이 넘는 시간동안 꽤나 자주 날 봤던 사람이 매순간 날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그런 사람을 두고 그렇게 좋아했으니.. 나도 참. 병신 같았다. 이거다.

난 정말 전혀 좋은 사람이 아닌걸까.
흐흐흐.
아무래도 그런 것 같은 생각이 요즘 들어 강하게 든다.
내 입으로 이런 이야기 정말로 하기 싫지만, 이를 계기로 요즘 앞으로 내가 사랑 받는게 가능하기는 한걸까? 하는 강한 의문까지 들 때도 있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건..
앞으로는 내 자신을 비하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을 좋아해야겠다. 는 결심을 하고 또 하는 수 밖에는 없다는 것.

적극적으로 찾아나서지도 않을 것이며, 적극적으로 좋아하지도 않겠다는 이 폐쇄적 마음의 상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겠고, 언제 내 앞에 내 진짜 짝이 나타날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이 내가 1년 넘게 느꼈던 지독한 외로움이나 서러움이 전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멋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너무 큰 소망일지도 모르지만.

*Third eye blind - Losing a whole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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