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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다.

일상 2007. 7. 23. 21:10
오후 5시 55분 경에 서울역 플랫폼에서 울면서 서 있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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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니다.

제기랄.


오늘의 가장 중요한 일은 첫 출근이었겠지만.
너무나도 피곤했던 첫 출근과 근무와 퇴근.
서울역에 서 있는데 갑자기 amazing할 정도로 외로워졌다.

나 아직도 그 사람 때문에 흘릴 눈물이 남았던가?
나름대로 잘 버티고 잘 지낸다고 생각했는데.
왜 갑자기 보고 싶어지고 지랄.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게 되었고, 대충 분위기도 알게 되었고.
하루종일 교육도 받고 내가 할 일을 보고.
애초에 무슨 일 하는 지는 알았지만,.. 취직했다는 것에 기뻤지만.
내 인생이 여기서 이렇게 굳혀질지도 모른다는 것에서 오는 심한 공포.
내가 이렇게 매일 매일 반복되는 생활을 잘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데서 오는 의심.

여러가지가 뒤엉켜서, 힘들고 혼란스러웠다.
그렇게 원했던 취직인데 말이다.

충무로에서 서울역으로 서울역에서 용산가려고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예전에 내가 누군가와 어쩌면 보이지 않는 무언가로 연결되어 있다고 믿었던 것이.
그래서 나에게도 상대방에게도 필요하다고 느꼈던 사람이.
그 시간 내 곁에 단 한명도 없다는 불쌍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일차적으로는 너무 갑작스런 변화를 못 견뎌내는 나약하고 못난 내 모습에 대한 실망이었지만,
내가 그 사람 많은 곳에서 서서 부끄러운 것도 모르고 눈물을 줄줄 흘렸던 건.
정말. 외롭다는 생각에 사무쳐서였다.
이런 순간에 나 오늘 첫 출근 어떻고 어땠다고 솔직하게 말할 사람이 단 한명도 없다는 것에서 오는 외로움.

이런 이유들로 인하여.
이젠 누군지도 모를 그 사람이.
너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22살 이후 부터 밀리고 밀려있던 외로움과 애정결핍이,
첫 출근의 고단함보다 더 힘들었던 하루였다.
내가 버텨나가야 할 것은 업무량과 스트레스가 아니라.
어떻게든 이 모든 것을 혼자 해내야 한다는 외로움이라는 것도 역시 깨달았다.

너무 뼈져리게 느껴지다 보니 목이 꽉 막히고. 결국에는 그렇게 우스꽝스러운 꼴로.
엉엉 울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고 집에 들어왔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정해진 시간에 맞춰 일하다가,
아무 생각도 없는 단계에 어서 빨리 이르렀으면 좋겠다.
몸을 혹사 시키면 정신은 맑아지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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