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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1.03 싱글녀 증후군
  2. 2007.10.09 주말에 소개팅 4

싱글녀 증후군

일상 2007. 11. 3. 22:54

'연애와 담쌓은 싱글녀 증후군'이런 우스갯거리 기사를 봤다. 사실 우스갯거리가 아니었다. 거기 나오는 증상의 대부분이 그대로 내 모습이었다. 별 중요치도 않은 기사를 내 블로그에 쓰긴 싫지만 몇 개 써 보자면.


2. 가끔 오버하는 행동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왜냐하면 너무 오래 연애를 안 했으니까. 이런 상황에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기억이 가물가물한 나머지 평상시 친구들과 어울릴 때 하던 행동을 그대로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카페나 음식점을 나오면서 지갑을 열고 더치페이를 하려고 한다거나 남자가 데려다 준다 해도 괜찮다며 부득불 혼자서 오는 버스 바로 타버린다거나.

5. 남자친구 없는 게 익숙해져서 아예 노력조차 안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찝쩍댈 남자가 없나 핸드폰 전화번호 리스트를 찾아보곤 했건만 이제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어차피 쓸 만한 놈 하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며칠전의 소개팅 때를 돌이켜보면 소개팅 한다고 말했을 때 주변인들의 반응은 '정말 너무 진지한 응원' 이었다. 어떻게 입고 갈꺼냐 부터 시작을 해서 만나는 남자 뭐하는 사람이냐. 어디서 만나기로 했냐. 남자의 이런 부분을 봐라.  이런 거 하지 말아라. 등등의 쏟아지는 코치들!!! 내가 그동안 애인 없는거 하나로 이렇게 불쌍해 보였나. 싶었는데.. 알다시피 결과는 꽝 다음기회에. 였단 말이다.
소개팅 후 또다시 쏟아지는 '어떻게 되었냐?'는 물음에. 난 '몰라요~' 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위의 기사를 보고 생각나는 내 모습때문에 소개팅 이야기를 해 보자면. 상대방 남자는 꽤 잘나가는 회사에서 디자인쪽 일를  하는 사람이었다. 백화점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그 분이 일산서 오느라고 차를 가지고 왔다고 했다.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는데 8시 반이 다가오고 있었다. 차 있는 남자를 처음 만나봤기도 했고 난 백화점 앞에서 만났으니 당연히 그의 차는 백화점 지하에 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난
-이젠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요.
라고 말을 했다.
백화점으로 가는데 왠걸. 그 분은 차를 백화점 주차장에 안대고 다른 곳에 댔다는거다. 흠.. 너무 빨리 일어난 감이 있군. 이라고 생각하며 길을 걷는데 그렇다고 '엇 몰랐어요. 제가 너무 빨리 일어나자고 했네요. 우리 할일도 없는데 좀 걸을까요? ' 이러기도 웃기고 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 남자가 결정적 한마디를 꺼냈다.
-주말에 뭐하세요?
버스정류장 앞이었다.
순간 내가 타야하는 버스가 왔고.
-엇 버스왔다. 저 가볼께요~
하고 난 냉큼 버스를 탔다. 자리에 앉아서 생각해보니 이건 좀 내가 실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그렇다고 그 버스에서 다시 내릴 수도 없고 버스 창문을 열고 '저 주말에 진짜 시간많아요~호호호호호호' 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버스 안에서. 으이구 병신. 이라고 자책을 하면서 마음속으로 '끝~!' 을 외쳤다. 크흐흐.

저번에  어떤 대리님이 남자가 데려다 준다는 걸, 혼자 살기도 하고 처음 본 남자 차타고 집 데려다 주세요. 하는 것도 웃기고 해서 저 진짜로 괜찮다고 말하며 거절하고 큰소리로 호탕하게 "택시!!!!" 를 잡아서 바로 택시타고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더 웃긴건 그 대리님을 데려다 준다고 했던 남자가 다른 사람한테 "걔 진짜 오바한다. 재수없다"고 말했다고 하더라는 대리님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들끼리 신나게 웃었다. 그 대리님은 지금 생각하니까 쪽팔려 죽겠다고 그러고. 우리는 우리대로 그 상황이 너무 웃겼던거다.

근데 택시가 버스가 된 것 빼고는 나도 똑같지 않나. 푸하하하. 결국 뭐 나도 오바하고 재수없는 여자가 되었겠지만,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연애感이 떨어졌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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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소개팅

일상 2007. 10. 9. 10:14

사용자 삽입 이미지

외출 전 집 현관에서


나의 태어나서 첫 고개팅은 대학교 3학년 때 신촌에서.
두번째 소개팅은 2007년 10월 6일 구월동에서. 였다.
애초에 약속을 3번씩이나 취소해 주셔서 흥미도가 0까지 떨어졌다가 우리동네까지 온다고 하셔서 흥미도가 8까지 회복한 상태로 소개팅에 임했다.(10점 만점)

뭐, 결과는 아무래도 서로 거절한 것 같다.
나도 뭐 그냥 그랬고, 그쪽도 그냥 그런 것 같고.
이름 한번 제대로 못 불러본 남자랑 저녁먹고 차 마시고,
대학을 졸업하니 나보다 나이 많은 분을 처음 만나면 오빠라 불러야 하나요. 뭐뭐씨라고 불러야 하나요. 나 혼자의 고뇌에 시달리다가
아.. 처음 만나선 이름 부를 일이 별로 없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친구 입장을 생각해서 평소에 청계천가서 조깅해도 될만큼 편한 내 출근 복장으로 나가면 안될 것 같아서 나름 꾸미는 중에.
어라. 너무 재밌잖아!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하도 쓸 일 없어서 깊숙히 넣어뒀던 블러셔(일명 볼터치)까지 하고 면접 이후 한번도 입지 못한 치마까지 챙겨입으면서 치장을 즐겼다.
사실 몸치장에 이렇게 시간을 들여본 적이 얼마였나. 하고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으니 기억이 나지 않았다. (더 명확히 말하자면 남자한테 잘보이려는 몸치장?)
그러다 결국 늦을 뻔 하긴 했지만.

소개팅을 하면서 지겹지는 않았다.
그냥 다른 직장 다니는 사람한테 다른 직장 얘기 듣는 거 자체로 흥미로웠다고나 할까.

아 그리고. 이제와서 이런 말 하는 거 정말로 웃기고 치졸한 거 알지만,
도대체 왜 작년 미팅에서 만난 N모씨 연락을 씹었을까!!!!
라는 생각을 또 했다.
그때야 내가 누군가를 너무 좋아하고 있을 때라 그랬대지만,
그냥 주선자가 주선하는 만남에 한 번 임하고 나니 다시 생각날 건 또 뭐람.
(그 N모씨는 나랑 친한 동기 남자애의 고등학교 동창인데 가끔 동기 남자애 싸이월드 들어가면 사진에 보이니 이런 생각하는 걸지도)

황금같은 직장인의 토요일을 소개팅 따위로 날려버리긴 아깝지만. 뭐..
앞으로 난 누가 소개팅 주선해준다고 하면 다 나가서 다 해볼 작정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모든 것에 대하여 별 기대는 안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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