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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15 이런 건 무슨 상태인걸까?
  2. 2007.07.28 Hello, 충무로.

이런 건 무슨 상태인걸까?

일상 2007. 8. 15. 17:36
 
  나는 아직 첫 월급을 받지 못했다. 고로 일한지 한달도 안되었다는 소리. 저번주에는 공장견학을 갔는데 월요일은 그나마 경기도권이라 다녀올만 했으나 화요일에는 거의.. 초죽음 상태였다. 충무로까지 1시간 반, 다시 충무로에서 4시간 반, 돌아올 때도 역시 마찬가지. 덕분에 그 다음날 입사 후 처음으로 칼퇴근이라는 걸 해봤지만 이후로 입안이 다 헐어버려서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쳇. 이제서야 체력의 중요성을 뼈저리도록 느끼고 있고, 진짜 헬스라도 다녀야 하나 싶지만. 시간이 정말로 없다. 평균 5시간 정도 밖에 못자는 이 생활리듬에서 운동까지 어떻게 하나.

  일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월요일에는 일이 너무 많아서 너무 힘이들고.. 솔직히 매일 아침, 저녁으로 한강횡단 하면서 한시간 넘게 지하철 타는 것도 너무 지치고. 다들 너무한 것들 뿐이다. 다 엄살이라고 해도 소용없다. 그렇지만, 진짜로 힘든 걸 어떡하나.

  처음 일주일 아니 3일동안은 그래도 첫출근인데. 하면서 일어나서 화장도 하고 옷도 좀 신경써서 입고 다니고 그랬더랬다. 하지만 그거 하는 시간에 차라리 자는 게 낫겠다 싶어서 지금은 매일 안경에 옷도 편한 것 위주로 입고 다니다 보니 거울을 보면 내 자신도 우울해진다. 덕분에 회사 사람들은 애가 갈수록 망가진다고 그러고 크흐흐 맞는 소리라 뭐 더 이상 할 말도 없었지만.

  제기랄. 또 비는 쏟아지고. 도대체 나 공장 견학 갔던 그 주에서 부터 비가 안온날이 없다. 아. 여름은 아무리 더워도 햇빛 쨍쨍 쏟아지고 땀은 줄줄 흐르고 그렇게 여름다워야지 가을에 과일도 싼값에 실컷 먹는건데! 제발 스탑잇~~~ 햇빛때문에 더워 죽을 것 같은 여름이 그리워질 줄이야. (이젠 별거에 다 신경질 낸다)

  오늘은 정말 어메이징할 정도로 잠을 잤다. 놀라지 마시라. 어제 12시 반에 잠들어서 오늘 1시 반에 일어났다. 물론 중간에 한번 일어났다가 다시 다른 방 가서 잔 것이긴 하지만, 눈을 뜨고 나혼자 헉 하고 놀랬다. 어떻게 인간이 이렇게까지 잘 수 있지? 하는 것에.

  예전에 내가 아주 흔하게 저질렀던 실수가 하나 있다. 그건 나보다 편하게 살아온 것 같은 사람이 힘들다고 말할 때 속으로 비웃으면서 그와는 전혀 다른 것으로 위안을 삼으라고 강요했던 행동 말이다. 이런 건.. 뭐라고 할까. 구역질날 정도로 역겨운 잘난척. 상대방을 우습게 보는 심리. 그 사람의 인생 전체가 나보다 쉬웠기 때문에 니가 겪는 고통은 나에게 있어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심리. 뭐 여러가지가 되겠지만.

  예를 들면, 만약에 어떤 사람이 돈이 너무 많아서 돈 걱정이라곤 한번도 안해본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연애가 제대로 안되서 힘들다든가, 앞으로 뭘 해먹고 살아서 고민한다든가 해도 그래도 넌 돈이 많잖아. 라고 생각하는 거라고 할까. 말해놓고도 내가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도 아직 죽어버릴까 싶을 정도로 힘들어 본 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설사 어떤 사람이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힘들었던 적이 있고 그 모든 것을 혼자의 힘으로 이겨낸 강한 사람이라고 할 지라도. 그보다 곱게 자란 사람의 고통을 별 것 아닌것으로 치부하고 비웃을 필요는 없지않나. 하는 그런 생각.

  그냥 저번에 넌 진정한 고생을 모른 다는 얘기를 듣고 내가 이제까지 해왔던 불평불만이 상대방이 다 별것도 아닌걸 가지고 호들갑 떤다고 생각해왔다는 것을 알았을때의 수치가 생각나서 해본 말이다. 뭐 애초에 이런 걸 상대방에게 말하고 알아달라고 말하는 행위 자체가 덜 컸다는 증거였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래도 말이다. 그냥 요즘에 부모님께 직장에서 일도 제대로 못하고 (한달도 안되었으니 당연한 것이지만) 맨날 무슨 일만 닥치면 하나도 몰라서 미치겠어요. 라고 말할 수도 없고. 친구들도 못만나고 있고. 친구들한테 이런 얘기 했다가는 취직해서 배부른 소리라고 뭐라 할 것 같고. 또 내가 힘들다고 하면 진짜 힘든가보다. 하고 가슴 아파해줄 누군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매일 5시 반에 무슨일이 있어도 눈을 떠야하고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야 하고. 한강을 횡단해야 하고. 적어도 8시간 이상은 일을 해야 하고.

  그리고 또 가끔씩 진짜 잊고 싶었던 것들을 생각해내야 하고, 병신 같았던 과거의 나를 자책하면서 나에게 독설을 퍼부었던 사람을 증오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을 위해 빨리 잠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면서.

  하루는 오후 5시반을 위해 살고 일주일은 금요일을 위해 살고 한달은 월급날을 위해 사는 그런 정신과 감정이라고는 어딘가에 헐값에 팔아먹은 가치없는 인간으로 전락해버린 .. 이런 요즘 기분은 뭐 어떤 방법으로 익숙해져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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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충무로.

일상 2007. 7. 28. 23:21
1. 교육
- 난 신입사원이다. 공채 신입도 아니고 내가 하는 일은 공채들이 하는 일 보다는 훨씬 더  rough 한 일이고. 공채가 아니지만 회사에 대하여 알아야 되기 때문에 일주일동안 회의실에서 혼자 교육을 받았다. 수업이 끝나면 지나치게 조용한 회의실에서 멍하니 앉아 있거나 창밖을 봤다. 십분 내외의 짧은 쉬는 시간 이었지만, 심심하고 우울했다. 내가 지금 여기서 교육 받는 것도 어색하고 바깥 풍경도 아직 익숙하지 않고 교육 받는 내용도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넋두리 하고 싶었지만 그럴 사람이 없었다. 나중에는 혼자 칠판에 이거저거 적고 혼자 대답하는 짓도 했다.

2. girls, girls, girls
- 내 인생에는 남자에 비해 여자들이 필요이상으로 많은 것 같다.  여중과 여고를 졸업했고, 대학에서도 우리학교내의 여대라고 불릴만큼 우리과의 98%가 여자였다. (교수포함해서 200% 여자만 바글바글 했던 수업이 대부분) 이번년도에 새로 전화번호를 입력한 사람도 전원여자. 새로 일할 직장 직원 역시 거의 여자다. 내가 일하는 팀에도 20명이 넘는 사람 중 남자는 단 3명이다.

3. 스트레스 관리
- 교육하러 들어온 직원들이 다들 했던 말은 앞으로 할 일 진짜 최고로 힘든 일이라서 스트레스 엄청 받을 거라고. 그 스트레스 안 풀면 병난다는 말이었다. 여러명에게 이런 말을 들으니 심란하면서도 진짜 내가 불쌍한 인간이 된 것 같았다. 물론, 그렇게 신경써 주셔서 감사하긴 했지만 말이다. 각오하라는 뜻으로 알아들어야겠다.

4. 학교 선배님
- 다행스럽게도 나와 가장 긴밀히 일해야 하는 분이 너무 괜찮은 분이다. 내가 일하는 곳은 딱 세명이서 일하는 데 .. 그 분이 우리학교 우리과 선배님. 학연, 지연 안되는 것이지만 그래도 반갑고 의지하게 되는 걸 어떡해.

5. 실전
- 선배님이(사실 사무실에서 자꾸 언니라는 말이 튀어나와서 힘들었다) 건강이 안좋으셔서 다음주부터 일주일간 휴가라고 하셨다. 그래서 토요일인 오늘도 나가서 교육을 받았다. 일주일 교육 받고 바로 실전투입인데, 각오는 하고 있지만 엄청 깨질 것 같다. 처음인데 어떻게 잘해. 라는 태도로 배째라 하고 싶지만, 아마 그렇게 잘 안될 것 같다. 그냥 다음주는 죽었다는 생각으로. 근데 뭐 나는 매도 먼저 맞는게 낫다는 말을 완전 믿기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이렇게 된 건 잘된 일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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