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해당되는 글 28건

  1. 2007.11.03 Losing a whole year.
  2. 2007.11.03 싱글녀 증후군
  3. 2007.10.31 Dramagods-bury you
  4. 2007.10.29 금요일 오후에 사무실에서 있었던 일 5
  5. 2007.10.22 이력서 - 나카무라 코우 2
  6. 2007.10.19 대학로
  7. 2007.10.17 니 자신을 소중히
  8. 2007.10.09 주말에 소개팅 4
  9. 2007.10.03 부천에서 친구와의 만남 2
  10. 2007.10.02 완벽한 개꿈

Losing a whole year.

일상 2007. 11. 3.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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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년 반 넘는 기간 동안 연애에 있어서는 끝내주는 삽질러 중의 삽질러였던 나는 결국 삽질러에 어울리는 결말을 맞았다. 사실 그 사람을 좋아하고 있었던 매순간 알고 있었다. 결국 그 사람은 날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내가 이렇게 발버둥쳐야 달라지는 것이 하나도 없을 것이며, 그 사람에게 있어서 나는 내가 그사람을 생각하는 것의 100분의 1 만큼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풋. 100분의 1이 아니라 만분의 1정도라도 되었으면 엄청 감사했을텐데 말이다.

내 일상의 모든 기쁨이 그 사람이 나한테 무관심하다. 라는 것 하나로 기뻐지지 않고, 내 일상의 모든 슬픔이 그 사람이 나한테 잘해준다. 하나로 슬퍼지지 않았던 내가 좀 불쌍하고 안쓰러워서, 사실은 난 다시는 누군가를 안 좋아하기로 맘을 먹은 상태다. 하지만 내가 또 하나 알고 있는 것은 난 또 똑같은 상황이 와도 또 그런 짓을 일삼을 프로 삽질러 라는 것.

이번년도도 마찬가지로 난 애인님을 만들기는 글러버린 것 같다. 25일과 27일 내 생일을 또 그냥 슬프게 보내야 할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하면 난 이제 슬픈 감정도 없다. 애인이 있었을때도 크리스마스를 애인과 맞는다는 데 그닥 큰 기쁨을 느끼지 못했다. 정말로.

위에 말한대로 난 나에게 어울리는 결말을 맞았는데,
나는 정말 그 사람 말대로.
내 잘못은 모르고 남의 잘못만 보는 사람인가.
남의 말을 내 멋대로 해석하여 오해하는 사람인가.
내가 남을 비방하는 방식이 인터넷 악플러 수준인가.
라는 문제를 아직도 매일 퇴근길에 곱씹고 있다. 그만 생각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나보다. 퇴근길은 몸이 힘들어서 상념이 많아지는 시간대니까.
정말로 내가 그런 호러블 한 인간인 것 같은 생각이 들면 가끔 눈물까지 그렁그렁 맺히기도 한다.

이런 나의 상태를 반성 혹은 내 자신을 반추 해 보는 것 정도로 말해도 되는 거라면, 아마도 그 사람이 원하는 결말이 이거 아니었을까.
난 정말로 매순간 그 사람이 말한 것에 대하여 이렇게 생각하고 안그러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말이다.
근데 또 문제는 그 사람 말대로 나는 내 멋대로 해석하여 오해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지금 이해하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이 또 다 오해면 어떡하나. 라는 쓰잘데 없는 생각이 들기도 한단 말이다.

그런 말 일수록. 그 말에 대하여 난 전혀 상관이 없다. 난 나한테 떳떳하다. 라는 태도를 유지해야 되는 거라는데, 어찌 그게 되겠나. 그때 들은 말들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는걸.

그냥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는 것, 그렇게 좋아했던 사람을 이제 못본다는 것 이 모든 것을 다 떠나서 이 세상에 나를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한사람 있구나. 하는 걸 알게 되었다는 거 자체게 나에게 너무 큰 상처였다.
훗. 1년이 넘는 시간동안 꽤나 자주 날 봤던 사람이 매순간 날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그런 사람을 두고 그렇게 좋아했으니.. 나도 참. 병신 같았다. 이거다.

난 정말 전혀 좋은 사람이 아닌걸까.
흐흐흐.
아무래도 그런 것 같은 생각이 요즘 들어 강하게 든다.
내 입으로 이런 이야기 정말로 하기 싫지만, 이를 계기로 요즘 앞으로 내가 사랑 받는게 가능하기는 한걸까? 하는 강한 의문까지 들 때도 있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건..
앞으로는 내 자신을 비하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을 좋아해야겠다. 는 결심을 하고 또 하는 수 밖에는 없다는 것.

적극적으로 찾아나서지도 않을 것이며, 적극적으로 좋아하지도 않겠다는 이 폐쇄적 마음의 상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겠고, 언제 내 앞에 내 진짜 짝이 나타날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이 내가 1년 넘게 느꼈던 지독한 외로움이나 서러움이 전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멋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너무 큰 소망일지도 모르지만.

*Third eye blind - Losing a whole year
:

싱글녀 증후군

일상 2007. 11. 3. 22:54

'연애와 담쌓은 싱글녀 증후군'이런 우스갯거리 기사를 봤다. 사실 우스갯거리가 아니었다. 거기 나오는 증상의 대부분이 그대로 내 모습이었다. 별 중요치도 않은 기사를 내 블로그에 쓰긴 싫지만 몇 개 써 보자면.


2. 가끔 오버하는 행동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왜냐하면 너무 오래 연애를 안 했으니까. 이런 상황에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기억이 가물가물한 나머지 평상시 친구들과 어울릴 때 하던 행동을 그대로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카페나 음식점을 나오면서 지갑을 열고 더치페이를 하려고 한다거나 남자가 데려다 준다 해도 괜찮다며 부득불 혼자서 오는 버스 바로 타버린다거나.

5. 남자친구 없는 게 익숙해져서 아예 노력조차 안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찝쩍댈 남자가 없나 핸드폰 전화번호 리스트를 찾아보곤 했건만 이제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어차피 쓸 만한 놈 하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며칠전의 소개팅 때를 돌이켜보면 소개팅 한다고 말했을 때 주변인들의 반응은 '정말 너무 진지한 응원' 이었다. 어떻게 입고 갈꺼냐 부터 시작을 해서 만나는 남자 뭐하는 사람이냐. 어디서 만나기로 했냐. 남자의 이런 부분을 봐라.  이런 거 하지 말아라. 등등의 쏟아지는 코치들!!! 내가 그동안 애인 없는거 하나로 이렇게 불쌍해 보였나. 싶었는데.. 알다시피 결과는 꽝 다음기회에. 였단 말이다.
소개팅 후 또다시 쏟아지는 '어떻게 되었냐?'는 물음에. 난 '몰라요~' 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위의 기사를 보고 생각나는 내 모습때문에 소개팅 이야기를 해 보자면. 상대방 남자는 꽤 잘나가는 회사에서 디자인쪽 일를  하는 사람이었다. 백화점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그 분이 일산서 오느라고 차를 가지고 왔다고 했다.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는데 8시 반이 다가오고 있었다. 차 있는 남자를 처음 만나봤기도 했고 난 백화점 앞에서 만났으니 당연히 그의 차는 백화점 지하에 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난
-이젠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요.
라고 말을 했다.
백화점으로 가는데 왠걸. 그 분은 차를 백화점 주차장에 안대고 다른 곳에 댔다는거다. 흠.. 너무 빨리 일어난 감이 있군. 이라고 생각하며 길을 걷는데 그렇다고 '엇 몰랐어요. 제가 너무 빨리 일어나자고 했네요. 우리 할일도 없는데 좀 걸을까요? ' 이러기도 웃기고 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 남자가 결정적 한마디를 꺼냈다.
-주말에 뭐하세요?
버스정류장 앞이었다.
순간 내가 타야하는 버스가 왔고.
-엇 버스왔다. 저 가볼께요~
하고 난 냉큼 버스를 탔다. 자리에 앉아서 생각해보니 이건 좀 내가 실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그렇다고 그 버스에서 다시 내릴 수도 없고 버스 창문을 열고 '저 주말에 진짜 시간많아요~호호호호호호' 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버스 안에서. 으이구 병신. 이라고 자책을 하면서 마음속으로 '끝~!' 을 외쳤다. 크흐흐.

저번에  어떤 대리님이 남자가 데려다 준다는 걸, 혼자 살기도 하고 처음 본 남자 차타고 집 데려다 주세요. 하는 것도 웃기고 해서 저 진짜로 괜찮다고 말하며 거절하고 큰소리로 호탕하게 "택시!!!!" 를 잡아서 바로 택시타고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더 웃긴건 그 대리님을 데려다 준다고 했던 남자가 다른 사람한테 "걔 진짜 오바한다. 재수없다"고 말했다고 하더라는 대리님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들끼리 신나게 웃었다. 그 대리님은 지금 생각하니까 쪽팔려 죽겠다고 그러고. 우리는 우리대로 그 상황이 너무 웃겼던거다.

근데 택시가 버스가 된 것 빼고는 나도 똑같지 않나. 푸하하하. 결국 뭐 나도 오바하고 재수없는 여자가 되었겠지만,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연애感이 떨어졌을 뿐.

:

Dramagods-bury you

일상 2007. 10. 31. 10:17

If you think you've seen the last of me you're wrong
Yeah your time is nearly up it won't be long

There's no need to run
There's no need the damage has been done
Tomorrow soon will come
It gives me hope
lt gives me hope

No doubt about it, you're in my head
Don't think about it, a broken man
No doubt about it, this is the end
I'll bury you
I'll bury you

Even God is denied the power to change you
Only lips of dying men will speak the truth

I can see your fate
As you sit and plan your great escape
Tomorrow is too late
It gives me hope
lt gives me hope

Howling at the moon
Your blood is slithering inside my veins
I'll soon be rid of you
It gives me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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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gods - Love

01.  Megaton
02.  Lock Down
03.  Bury You
04.  Broken
05.  Pilots
06.  Interface
07.  Heavy
08.  Something About You
09.  Fearless Leader
10.  Sometimes
11.  So'k
12.  Replay
13.  Nice To Meet You
                                                                          14.  Sky


Nuno Bettencort 는 실력에 비해서 참으로 운이 없는 것 같다.
저번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때도 비교적 잘 안나가는 밴드들이 공연하는 백주대낮에 편성되어 노래하질 않나.;; (괜히 내가 다 자존심 상했다) 솔직히 placebo 나 muse  인기가 훨씬 많은 건 알고 있지만, 연배로 보나 연주 실력으로 보나 level 이 다른 사람인데. 뭐 물론 placebo, muse 다 나의 favorite band 이긴 하지만.

난 익스트림 때 노래보다 나중에 솔로 앨범이 더 좋던데. 저번에 보니 충격적이게도 nuno의 솔로 앨범은 평론가들에게 혹독한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extreme 이야 워낙에 연주실력으로 검증된 비운의 밴드로 유명하고. (하지만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예전 population1 때도 우리나라에 와서 홍보활동을 펼치던 그 인데. 일본만 가고 한국은 거들떠도 안보는 가수가 대부분인 것에 비해 얼마나 바람직한 모습인가!

난 bury you 가 너무 좋다. bury you 야 워낙 멜로디 자체가 뛰어난 노래이지만 멜로디의 좋고 싫음을 떠나서 연주를 너무 잘한다. 나 같은 막귀도 그렇게 들을 정도니.
훗. 뭐 이렇게 이야기 하면 nuno 에 대해서 많이 아는 사람 같지만 사실 딱 이정도만 알고 있다. 이정도면 충분치 않은가? 흐흐
:

금요일 오후에 사무실에서 있었던 일

일상 2007. 10. 29. 16:53
금요일이지만 토요일도 일해야 되는 금요일이라 풀이 확 죽어선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외부에서 전화가 왔다.
시덥지 않은 질문이었다.
아는 대로 대답을 했다.

그런데 상대방 남자가 갑자기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풀색은 남자 파란색은 나.

"혹시 젊은 여자분 이시죠? 아직 아가씨죠?" (헉 아가씨??;)
"네? 네. 그런데요."
"아 저도 젊은 남자 입니다. 목소리가 상냥하셔서 그러는데 제가 시에 미쳐있거든요."
"아.. 네.."

"시 좋아하세요?"
"네? 네 좋아합니다."
(사실 그닥 좋아하진 않는다. 이해를 못해서)
"어떤 시인 좋아하세요?"
"기형도 좋아합니다. "
(내 책상앞에 붙어 있는 시가 기형도 시였기 때문에)
"엇 누구지? 그런 시인도 있나." (아니! 기형도를 모르면서 시를 좋아한다고 할 수 있는거야? 이 때서부터 난 이 사람에게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제가 시를 읽어드리고 싶은데요. 괜찮을까요?"
"아. 네?"
(여기서 그럼 뭐라고 말하나. 절대 싫다고 할 수도 없고, 여하튼 대답도 안했는데 이미 읽고 있었음)
"안도현의 가을 엽서 입니다."

(완전히 진지하게 시낭송- 난 뭐 어찌할 바를 몰랐고 이 사람이 왜이러나 미쳤나? 하는 온갖 잡생각이 다 들었다)

"아 제가 한 개만 더 읽어 드려도 될까요?"
"아.. 네..;;"
"이정하 사랑할 수 없음은."
(또 다시 진지하게 시 낭송)
"아. 네 감사합니다." (뭐 어찌할바를 모르겠어서 나온 말이었다)
"이 세상에 사랑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알고 있죠?"
"네 알고있습니다."
(알긴 뭘 알아!!)
"앞으로 많은 사랑 하고 사시길 바랍니다."
"아. 네."

그러고 그 남자는 전화를 끊었다.
난 진심으로 무서웠다. 정말 진심으로 무섭다가, 전화를 끊고나서는 너무 황당해서 헛웃음이 났다.

아니 세상에 태어나서 나한테 시 읽어준 남자가 이런 얼굴도 이름도 모를 남자라니!
편지로 시 쓴 걸 받은 적은 있었지만 난 또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난 그날 저녁에 친구를 만나서 이 얘기를 했고, 진짜 황당하지 않냐고 말했다.

그 남자 나름대로는 아마 전화 끊고. 자기 자신한테.
'짜식. 너 진짜 너무 멋있는거 아냐?' 이러고 의기양양 했을 지 모르지만.

난 황당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심지어 공포스럽기까지 했으니.
풋. 다시 생각해도 웃음난다.

그리고 그 사람이 읽어준 시를 오늘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봤는데. 이럴수가!!!
너무 닭살이잖아!
그래도 50대 넘어간 아저씨가 그런거 아니니까 다행으로 여기며 위안 삼기로 했다.
아 그리고 오늘은 월요일인데 오늘 다시 전화 안왔으니까!
:

이력서 - 나카무라 코우

일상 2007. 10. 22.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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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
나카무라 코우
문학동네

아래 띠 맨 앞
Be Cool! 아무 스펙 없는 이력서 한 통으로 이 세계에서 행복하게 살아남기!

제39회 문예상 수상작
나카무라 코우의 '새로운 시작 3부작' 1st

아래 띠 뒷 면
이름 한자와 료
나이 19세
면허 및 자격 어디든지 갈 수 있는 티켓
취미 및 특기 호신술과 다림질
지원동기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남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

뒷면 표지
주유소 심야 아르바이트 이력서가 가져온 세벽 세시 도시 한복판의 비밀스런 랑데부

당연한 일이지만, 그것은 간단히 둥글게 말 수도 불태울 수도 있는 평범한 종이였다.
하지만 그것은 기대와 호기심에 넘치고 모든 가능성을 감춘 생명체처럼 느껴졌다.
또 그것은 하나의소우주처럼 완결되어 있기도 했다.
그것은 그런 종이였다.
-중요한 것은 의지와 용기. 그것만 있으면 웬만한 일들은 다 잘 풀리게 되어 있어.
그런말을 듣고 쓴 나의 이력서 였다.

124페이지
  사무실의 문이 벌컥 열리고 '신입'이 똑바로 걸어나온다. '신입'은 주유소 가장자리까지 와서 꾸벅 인사를 한다.
  거기서 '신입'이 시작한 것은,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체조였다.
  실제로 그것은 그저 흔히들 하는 무릎운동과 스트레칭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우루시바라는 그것이 자신에게 보여주는 특별한 체조임을 알고 있었다.
  지금, 같은 하늘 아래서 '신입'의 호흡을 인식한 우루시바라가 있고, 그 인식을 인식한 '신입'이 있다.
  서로의 인식은 서로를 몇 겹으로 감싸서 출구 없는 하나의 완성된 세계를 구축하고 있었다.
  다른이가 개입할 수 없는 두 사람만의 세계. 관찰과 응원이라는 심플한 행위에 순화된 따스한 세계. 심야의 우루시바라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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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대리님 책상에 책이 산더미 처럼 쌓여 있길래. 마침 읽을 책이 없기도 하고 그래서 대리님 '책 좀 빌려주시면 안돼요? ' 했더니 정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빌리지 말고 그냥 가져도 상관없다는 대답이 바로 그것.
알고보니 동생이 문학동네 에 다녀서 이런 책은 집에 넘쳐난다는 거다. 난 새삼 부러움을 느끼며 정말 가져도 되요? 하고 진짜로 그냥 가져왔다.
그렇다고 이 책을 집에 고이 모셔두진 않을 거고. 다 읽은 건 그냥 팀 책상 빈자리에 놓을 생각이다.
생각해보니 한 때 꿈이 출판사 취직 이었다. 언제였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잡지사 혹은 출판사 취직. 잡지와 출판을 동시에 하는 곳이라면 더 없이 좋았겠지만.
출판사는 세상에서 내가 제일 꼼꼼하다 생각했던 사람도 끝없는 절망을 하게 되는 곳 이라던데.(이루지 못한 꿈이여!!)

내가 위에 책 표지에 있는 글을 써 놓은 이유는 현재 우리 출판사들이 얼마나 얼토당도 않은 과장된 문구들로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는가 에 대하여 경각심을 갖기 위해서다. 하핫. 저 대단한 문구들!!!!

평소 때 난 일본소설에 대한 이상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데, 일단은 그냥 그들의 문체가 맘에 들지 않았다. 안그런 일본 작가도 많다. 그건 나도 알지만 요즘 유행하는 일본 소설은 특히 내 취향이 아니다 이 말이다.

대리님 책상에 있는 책 이 대부분 일본소설들이었고, 문학동네라는 곳이 꽤나 많은 유명 일본 작가들의 판권을 소유하고 있는 곳이고. (요즘 출판가의 화두는 일본작가 판권 사들이기 라는 기사를 봤다) 또한, 이력서 라는 제목이 혹시 일본 애들이 취직할 때 겪는 어려움 등등 을 말하는 것 아닐까 싶어서. 읽었는데 ... 왠걸. 전혀 아니었다.

위에 본문을 써 놓은 이유는 좋아서가 절대 아니라,
그냥.. 내 딴에는 요즘 일본 작가들이 말하는 투랑 저 문단이랑 일맥상통하는 면이 많아서다.
일본적인 너무나도 일본적인.

단숨에 읽어놓고 이런 말 하긴 뭐 하지만, 난 정말 별로다. 이런 문체.
문체 뿐 아니라 도대체가 내 감성과 머리로는 이런 이야기를 보면서 이해를 못하겠다 이거다.;; 하하핫.

이력서 다음 이야기는 '여름휴가' 라고 하던데 별로 읽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 이건 읽지 않고 그냥 빈 책상에 둘 생각이다.
뭐 어쨌든 '이력서' 라는 소설이 2007년에 읽은 책 목록 중 한 줄은 차지하겠지만 말이다.

난 참 특이한 게 책 읽는 걸 좋아하면서도 책을 사기는 싫으니.
하긴 책 읽기를 좋아하는 거지 책 을 좋아하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사실 괜히 책 샀다가 읽기 싫은 책이면 돈만 아깝고.
이제껏 그랬듯 앞으로도 내 독서철학은 공짜로 집히는 책을 최우선순위로 읽기 다.
음헤헤헤헤.
:

대학로

일상 2007. 10. 19.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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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주 금요일에는 대학로에서 팀회식을 했다.
흠. 내가 우리 회사에 불만인 게 딱 세가지 있는데 이거야 말해도 안 고쳐지니까 말 안하기로 하고.
한가지 좋은 걸 이야기 하자면 회식이 별로 없을 뿐더러.
회식에서도 소주 드실 분, 맥주 드실 분, 콜라 or 사이다 드실 분.
으로 나눠서 각자 마시고 싶은 거 마셔도 된다는 거다.
난 회식한다고 해서 삼겹살에 소주 마시는 회식을 생각하곤 방바닥에 앉아도 편한 옷차림=청바지 를 입고 왔는데. (청바지 입어도 눈치 안주는 분위기도 좋은 점 중 하나)
대학로에 있는 이탈리아 요리집에 가서 생맥주 마시는 회식이었다. 거기에 완전 고급스러운 실내까지. 안타깝게도 속이 안좋아서 많이 먹진 못했지만.
가까운 명동, 종로 다 건너뛰고 대학로까지 간 이유는 뭐가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우리 회사는 대학로를 참 좋아한다.

위에 보이는 양손 브이 사진은 노래방에 가서 찍은 사진인데, 내가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사회경험이 거의 없음을 말해주는 수치 중 하나가 찜질방 한번도 가본 적 없음 과 노래방 가본 적 태어나서 10번 이내. 이거라 하겠다. 뭐 나이트 한 번도 가본 적 없음. 클럽 한 번도 가본 적 없음. 수도 없이 많긴 하지만.

10번도 못가본 노래방을 들어가선 벌벌 떨고 있다가 막내의 숙명으로 노래를 하긴 했는데, 혹자의 말에 의하면 내 이미지랑 딱 어울리는 노래 라고. 허허허. 뭐.. 좋게 좋게 생각하자. 우리가 갔던 노래방은 젊은이 취향인지 각종 가면 모자가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는 곳인데 난 저 빨간 반짝이 카우보이 모자가 너무 맘에 들었다! (유치하게 모자, 가발, 가면 등 착용해보는 걸 즐김)

금요일밤 대학로에는 싱그러운 청춘들과 젊은 연인들이 넘쳐났는데, 그냥 젊은 애들 보니까 나도 기분 좋고 노래방에서 재밌기도 했고 해서 기분이 헬렐레~ 되선 전철을 탔다.
저번에 엠제이가 지하철에서 만나는 여성에 대해서 말한 적이 있었는데. 흠. 사실 출퇴근 시간에는 '나 취직한지 3년 이내요~'라고 얼굴과 온 행동에 써붙이고 다니는 젊은대다 늘씬하기까지 한 양복맨들이 많은 건 사실이다. 그닥 눈여겨 보진 않지만. (슬프게도 그들도 날 눈여겨서 안볼것 같고)
여하튼 다시 회식날 얘기로 돌아가서 시간이 좀 늦긴 했지만 난 용산에서 직통을 탔고 필사적으로 재빨리 움직인 덕에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그런데 맞은편 11시 방향에 젊고 늘씬한 양복맨이 아니라 대학 3학년에서 4학년 정도로 생각되는 남자애가 앉아 있었다. 뭐 착각의 늪에 빠진 여자로 보이긴 싫지만 분명히 걔가 날 너무 뚫어져라 쳐다봐서 '응? 왜 그러지?' 라고 생각을 했는데. 또 너무 뚫어져라 쳐다봐주시니 뭐 내가 행동을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는거다. '야. 곽미영. 불쌍하게 왜그래. 너 남자가 쳐다보는 것만으로 이렇게 진땀 뺄만큼 불쌍한 여자였어?' 라는 생각을 거듭에 거듭을 하며 자연스럽게 음악을 듣고 책을 보려고 노력했다. 책에 눈을 고정하다가(당연히 책내용은 들어오지 않았다) 갑자기 궁금해져서 다시 고개를 들었는데 아니 아직도!!!! 쳐다보고 계시는거다. 그런 나의 바보스런 행동을 계기로  그 남자애가 '후훗. 쟤도 내가 쳐다보는 걸 의식하고 있군.'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 생각하니 부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고선 신도림역이 되었고. 사람들이 왕창 탔다. 아마 그 남자애는 사람들 때문에 나 쳐다보는 걸 관두었을 것이 분명하고, 부평역이 되어 사람들이 다시 우르르 내린 뒤 다시 11시 방향을 쳐다본 결과 언제 내렸는지 그 남자애가 없었다는 것. 이렇게 the end 되었다.

워낙 무미건조한 생활이고 나에게 관심 보이는 남자가 너무 없는 나머지
이따위, 그러니까 '내가 쳐다봤음에도 눈을 절대 안피하고 내 눈빛을 그대로 맞받아치는 남자를 지하철에서 봤다' 바로 이 아무것도 아닌 일 때문에 두근거리고 허둥지둥 대다니! 란 자책을 하니 나 혼자 안쓰러웠다.

사실 예전에도 쳐다봤음에도 바로 맞받아쳐서 눈 안피하는 남자들은 봤지만, 또 저렇게 장시간 뚫어져라 쳐다보는 사람이 처음이긴 했다. 그래. 그래서 그런거라 생각하자.

또다른 한편으론.
내가 만약에 연애에 능통한 여자였다면 외국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여자들처럼 유혹스런 눈길을 보낸다던가. 너 나 따라 내려라. 하는 무언의 암시를 보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웃음이 나왔다. 하핫. 웃음이 나오는 이유는 내가 그런 행동을 할 수 없으리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제도 난 대학로에 갔는데 회사에서 교육 있다고 하루 일 빼먹어도 좋으니 대학로 어디어디로 와서 교육받아라 해서 갔다. 확실히 일을 안하는 건 너무 기분이 좋았다. 또 다른 부서 사람들은 하나도 모르는데 알게 된 것도 좋았고. 5시 20분에 끝내준 게 당연하게도 최고로 좋았고. 아. 그리고 태어나서 아랍어 완전 능통한 사람을 본 것도 신기했고. (아랍어라니!!)

일을 안했고 교육도 재밌었고 일찍 끝났고 해서 혼자 또 헬렐레~ 되어선 대학로를 돌아다녔다. 그리고 나중에 남자친구 생기면 퇴근 시간 맞춰서 대학로 가서 영화도 보고 데이트도 해야지. 라는 생각도 했고. 대학로에서 이쁘고 젊은 애들을 너무 많이 본 나머지 자극 받아선. 오늘 10분 일찍 일어나서 진짜 오랜만에 렌즈끼고 화장하고 치마까지! 입었다. 내가 치마 입었더니 며칠 내 날씨 좋다가 천둥 번개 치면서 비가 너무 많이 올건 또 뭔지.

이 글의 결론은 학교다닐 때는 somewhere 어딘가. 였던 대학로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이건가. 하핫.
(사실 이 글을 어떻게 끝맺어야 할지 모르겠다;;)

거깃다 오늘은 금요일!  난 기분이 너무 좋다! 비가오고 우울한 날씨지만 말이다.
금요일엔 언제나 호랑이 기운이 솟아난다. 10분 일찍 일어날 수 있었던 원동력 이기도 하다.
직장인이 되면 참 소박해진다.
때되면 돌아오는 금요일에 이렇게 행복해할 수 있으니 말이다.

:

니 자신을 소중히

일상 2007. 10. 17. 14:47



한참 폐렴에 허덕일 때 온갖 나쁜 일들이 날 괴롭혀 댔는데
뭐 나의 여러가지 상황이야 그렇다 치고.

두통인 줄 알았다가 갔더니 의사가 매일같이 병원에 오라고 했다.
매일이었나 이틀에 한 번이었나.
여하튼 병원 가는 거 자체도 엄청 귀찮은데 (버스타고 가야했으므로)
겨울이라 옷도 두껍게 입었는데 매일 엑스레이 찍자고 그러고.
주사도 매일 맞고.
거깃다 내가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르바이트는 아르바이트 대로 이를 악물고 했다.

아르바이트 할 때는 오산에 있는 물류창고에서 물건이 들어오면 나는 바깥으로 나가서 그걸 끌고 들어와야 했는데 끌고 오는거야 바퀴달린 것이 대신해준대지만 물건을 바퀴달린 것에 싣는 것은 내 몫이었다.
물류창고에서 물건 싣고 온 아저씨는 여기 말고도 다른 곳을 많이 돌아다녀야 하는지 전화받자마자 안 튀어나가면 짜증을 부리시곤 했다.
겉옷도 제대로 못 입고 뛰쳐나가면 아저씨는 물건을 잔뜩 내려놓으시곤 나보고 송장에 빨리 사인하라고 재촉하신후 트럭타고 가버리면 장땡이었다.

그때 당시 무거운 것도 무거운 것이지만 size is matter 였다.
내 팔길이로는 절대 들 수 없는 크기의 상자들이 대부분 이었는데, 추운 길가에서 찬바람 맞으며 어찌어찌 낑낑 대며 들긴 다 들었던 것 같다.
한 번은 주차 아르바이트 하는 남자애인지, 지나가다 보고 불쌍했는지 물건 옮기는 걸 도와준 적 이 있었는데 너무 고마워서 진심으로 울 뻔했다.

난 매일 미열이 나는 상태로 아르바이트를 했고 그게 끝나면 약속된 법칙처럼 병원을 갔다. 그날도 역시 매일 반복해온 것과 마찬가지의 '아르바이트 후 병원' 일정을 마치고 집에 와서는 저녁을 먹으려고 쌀을 씻는데 내가 쌀 2인분이 들은 양푼 하나도 들지를 못하는거다. 오른쪽 팔목이 너무 아파서 정말 들 수가 없었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다 뭐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다음날 병원에 갈 때는 방사선과 내과 바로 옆에 있는 한의원에 들렀다.
한의원에서도 매일 병원에 오라고 하고, 되도록이면 오른팔을 쓰지 말라고 했다.
이제와서 생각이지만 난 가까운 곳에 있다고 무턱대고 한의원을 가지 말고 정형외과에 갔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여하튼. '아르바이트 후 병원 그리고 한의원' 이런 일정을 약 일주일동안 반복했다.
한의원에서는 딱 하루 진찰을 해주고 그 다음부터는 바로 바로 침 맞는 침대로 인도해줬는데. 사실 침을 맞는 그 기간에도 오산 물류창고에서는 끊임없이 물건이 올라오고 있었고 못말리는 오른손잡이인 내가 오른손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래서 아주 조금 차도를 보일 뿐 완전히 낫지는 않는 상태가 지속되었다)
며칠간은 한의원의 그 침대가 천국인 것 처럼 안락했다. 좁은 침대. 사면이 커텐으로 둘러싸인. 그리고 뜨끈뜨끈한 열기를 아낌없이 발산해주는 그 침대 말이다.
누워서 음악을 듣거나, 천장만 하염없이 바라보거나, 온기를 만끽하거나. 언제나 한의원에서 이제 내일 오세요 할 때면 아쉬움이 물 밀듯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어느날 어떤 계기에서 였는지 기억이 잘 안나지만.
그 천국같던 시간이, 나에게 지독한 고독감을 안겨주었으니.
말솜씨 없는 내가 풀어쓰긴 너무 어려우니 영화 속에서 나온 장면을 빌리자면 굿바이 마이 프렌드(원제 : The Cure)에서 덱스터가 텐트에서 자다가 일어나서 말하는 거와 똑같은 감정을 느껴버렸다.  그래도 덱스터는 무서우면 내 신발이라도 안고 자라는 친구라도 있었지.

우주에서 나 혼자만 고립된 느낌 이라고 하면 유치하지만 꼭 그랬다.
물론 그때 당시 날 걱정하던 사람은 당연히 있었겠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난 이렇게 지치고 아픈데 날 걱정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고, 병원을 열심히 다니라는 사람도 없고, 심지어 내가 이렇게 아픈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고, 난 언제나 혼자서 일하고 혼자서 병원 왔다갔다 하는 구나. 하는 이런 서러운 감정.

그리고나서 나는 병원에 안갔다.

당연히 세월이 지났고 이후로 아르바이트도 관뒀고, 그 여파로 무거운 건 절대 안들려고 노력한 덕분에 내 팔목은 나아가는 듯 했다. 폐렴은 뭐.. 기침이 오래가긴 했지만 푹 쉬니까 자연히 나았고. 한가지 변한 점이 있으면 무거운 물건 잘 들어주는 남자한테 반하게 된다는 점 정도? 말고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근데 이게 문제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었나보다.
이제는 이 오른쪽 팔목은 단단히 고질병이 되서 조금만 무리를 해도 나에게 통증을 호소하는데. 아니나다를까 우리회사는 남자가 별로 없을 뿐더러, 물류에서 본사로 물건이 오면 막내인 내가 가서 우리 팀꺼는 꼭 챙겨야 되는 입장이 된거다. 무거워 죽을 것 같고 분명히 그 다음날 팔이 욱씬거릴 것을 알지만. 어쩔 수 없다. 허허.

또 사무직의 숙명으로 키보드와 마우스의 과도한 사용.
그래서 매주 수요일 쯤에는 내 오른쪽 팔 손목 손 등은 만신창이가 되는데 오늘 아침에도 파스를 붙이고 출근을 하고 삼천원짜리 파스를 사서 내 책상 서랍에 넣었다.

작년부터 시작된 증세라 나는 이제 마우스는 왼손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대로가다가는 젓가락질도 칫솔질도 글씨쓰기도 왼손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은 건강염려증스러운 걱정을 하게 될 때도 있다.
더욱 문제는 이것으로 인해 약간의 우울증 증세를 보이던 그 때 당시 내 모습이 떠오르고, 나의 최대 약점 그래서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인 '자기연민' 에 빠지게 된다는 건데.

고쳐야겠다고 다짐은 했지만 이제와서 뭐 어떻게 이 손목을 처리할지 고심 중이다. 이런 경우 딱히 크게 아픈 것도 아니라..

어쨌든 이 일과 관련해서 며칠 전 난 황당한 행동을 하나 했는데,
그때 당시 날 걱정해줬던 사모님 (사장님은 no, no. 나 아픈거 알면서 맨날 밤에 불러내서 가게 마감하고 가라고 시켰다. 그리고선 사장님은 사모님 몰래 술마시러 go. go.) 기침한다고 했더니 인터넷에서 당근이 좋다더라. 하는 걸 보고 당근쥬스와 그 외 먹을 것을 사주었던 선배와 그 기간 중 유일하게 같이 병원 가준 친구 한 명과 그 이외 나에게 힘을 주었던 사람 중에 연락이 닿는 사람들을 위해 10만원 가까운 돈을 지출하며 철 지난 추석선물세트를 몇 개 구입한 것이 그것.

내가 왜 이런 황당한 행동을 하나 싶었지만 이미 한 개는 택배로 사모님께 보냈다.

그 때 우울하고 별것도 아닌 것에 자지러지게 반응하며 슬퍼했던 나에게 돌아간다면 좀 더 니 건강을 생각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아무리 누군가가 날 걱정해 준다고 해도 결국은 내가 챙겨야 하는 거 니까 말이다.
후훗. 당신은 소중하니까요.







p.s. 뜬금없는 저 음악은 회사에 mp3 용 usb 케이블을 가져다 놓은 기념으로. 유일하게 일본곡 중에서 좋아하는 곡인데. 내 자장가로 자주 쓰이곤 한다. 우타다 히카루를 좋아하는 건 절대 아니고. 그냥 유일하게 저 곡만 좋아한다. 특히 마지막에 '좋아하고 좋아해서 어쩔 수 없어.' 라고 말하는 그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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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소개팅

일상 2007. 10. 9.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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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 전 집 현관에서


나의 태어나서 첫 고개팅은 대학교 3학년 때 신촌에서.
두번째 소개팅은 2007년 10월 6일 구월동에서. 였다.
애초에 약속을 3번씩이나 취소해 주셔서 흥미도가 0까지 떨어졌다가 우리동네까지 온다고 하셔서 흥미도가 8까지 회복한 상태로 소개팅에 임했다.(10점 만점)

뭐, 결과는 아무래도 서로 거절한 것 같다.
나도 뭐 그냥 그랬고, 그쪽도 그냥 그런 것 같고.
이름 한번 제대로 못 불러본 남자랑 저녁먹고 차 마시고,
대학을 졸업하니 나보다 나이 많은 분을 처음 만나면 오빠라 불러야 하나요. 뭐뭐씨라고 불러야 하나요. 나 혼자의 고뇌에 시달리다가
아.. 처음 만나선 이름 부를 일이 별로 없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친구 입장을 생각해서 평소에 청계천가서 조깅해도 될만큼 편한 내 출근 복장으로 나가면 안될 것 같아서 나름 꾸미는 중에.
어라. 너무 재밌잖아!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하도 쓸 일 없어서 깊숙히 넣어뒀던 블러셔(일명 볼터치)까지 하고 면접 이후 한번도 입지 못한 치마까지 챙겨입으면서 치장을 즐겼다.
사실 몸치장에 이렇게 시간을 들여본 적이 얼마였나. 하고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으니 기억이 나지 않았다. (더 명확히 말하자면 남자한테 잘보이려는 몸치장?)
그러다 결국 늦을 뻔 하긴 했지만.

소개팅을 하면서 지겹지는 않았다.
그냥 다른 직장 다니는 사람한테 다른 직장 얘기 듣는 거 자체로 흥미로웠다고나 할까.

아 그리고. 이제와서 이런 말 하는 거 정말로 웃기고 치졸한 거 알지만,
도대체 왜 작년 미팅에서 만난 N모씨 연락을 씹었을까!!!!
라는 생각을 또 했다.
그때야 내가 누군가를 너무 좋아하고 있을 때라 그랬대지만,
그냥 주선자가 주선하는 만남에 한 번 임하고 나니 다시 생각날 건 또 뭐람.
(그 N모씨는 나랑 친한 동기 남자애의 고등학교 동창인데 가끔 동기 남자애 싸이월드 들어가면 사진에 보이니 이런 생각하는 걸지도)

황금같은 직장인의 토요일을 소개팅 따위로 날려버리긴 아깝지만. 뭐..
앞으로 난 누가 소개팅 주선해준다고 하면 다 나가서 다 해볼 작정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모든 것에 대하여 별 기대는 안하지만 말이다.
:

부천에서 친구와의 만남

일상 2007. 10. 3. 14:52
사용자 삽입 이미지

부천역 민들레영토 에서 낙서 중


연휴 첫날에 파마를 했다.
원래 미용실 가서 이렇게 해주세요. 저렇게 해주세요. 까다롭게 주문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결국 거기서 하자는대로 했는데..
원장이 하다 말고 견습생한테 다른 왼쪽은 니가 해봐라 하고 파마를 시키는거다. 좀 안내켰는데, 난 또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오른쪽만 파마가 잘되고 왼쪽은 벌써 풀려가고 있다. 제기랄!
7만7천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한 파마인데.
거깃다 이건 파마도 아니고 셋팅이라고 말하는 거라는데, 사실 처음 해보는 거였다.
디지털파마 해주세요.
했더니 손님 디지털파마는 컬이 너무 얇게 나와서 어쩌구 저쩌구.
결국 셋팅하라는 이야기라서.
네 그럼 셋팅 해주세요. 했는데..
오.. 셋팅 기계를 머리에 달고 있으니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메두사 같았다.
아무리 그래도 7만7천원주고 한 파마치곤 별로다. 진짜.

저번주 금요일에는 입사이후 최고의 스트레스 day 였다.
약 0.2 초 간 내가 일하고 있는 9층 에서 창문을 뚫고 뛰어내리고 싶을 정도였는데.
울컥하는 성질이 그대로 나올 뻔 했다.

결국 부천에 사는 친구에게 S.O.S 를 쳤다.

오늘 뭐해?
묻지마. 알면서 왜그러냐.
그럼 좀있다 부천역서 잠깐 보자.

이런 대화 끝에 만났는데 세상에!! 친구가 직접 만든 호두파이 두조각을 들고 나온 것 아닌가.
완전 감동의 도가니였는데.
맛은 그것의 100배정도는 더 감동이었다. 너무 맛있었다!!!!!! (진짜)
한편으론 이런 걸 '동성'친구한테 밖에 못주는 친구 처지에 살짝 마음도 아팠다;

아 요즘 그 친구에게 하루에 10개 이상의 문자를 주구장창 보내는 남성이 있는데.
난 그날 그 남자가 보낸 문자 보면서 약간의 컬쳐쇼크에 시달렸다.

오널 정말 수고해써여.
도착해써여?
피곤해서 죽게써여.

오오오오. 잘 기억은 안나지만 위에 열거한 것들 이외에 더욱더 스펙터클하고 다이나믹한 내용들이 많았는데.
한껏 비웃어줬다. 더욱 놀라운 건 저 문자를 보낸 사람이 79년생이라는건데.

솔직히. 난 그렇다. 아무리 얼굴이 조인성님같이 생겼더라도 저런 문자를 받으면 정이 저 안드로메다 저 멀리로 떨어지지 않을까 싶은.
그래서 난 절대 이남자 만나지 말라고 말렸다.

뭐 사실 걔나 나나 남자 따질 입장은 아니지만서도.

아.. 그리고 난 오늘 좀 많이 우울하다.
이제 오늘이 끝나면 12월 25일까지 휴일이 없다.
휴일이 전혀 없단 말이다.

좀 있다. 혼자 원스 라는 영화나 보고 올까 생각 중이다.
쳇. 혼자라도 봐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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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개꿈

일상 2007. 10. 2. 13:17



평소 싫어하는 영화가 킬빌같이 잔인한 영화이다.
사실 잘 쳐다도 못보고.
그러면서 전쟁영화는 어떻게 보느냐 하면.. 흠.. 모르겠다. 그래도 전쟁영화에서는 총 맞고 피 흘리고 이거니까.
물론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는 창자도 나오고 팔 잘리고 하긴 했지만. 어쨌든. 그건 전쟁이고.
내가 싫어하는 건. 상대방에게 위해를 가하면서 위해를 가하는 자신은 즐긴다던가, 속 후련함을 느낀다던가 하는 류.
전쟁영화는 그렇지 않으니까.

난 평소에 잔인한 생각은 안하려고 노력하고.
뉴스에서 손 절단 됐다. 이런 이야기 들으면 너무 싫단 말이다.
그런데 요사이 꾸는 꿈들은
정말 내가 정신병자가 아닐까 싶은 꿈들이 대부분이다.
내가 당하는 입장도 아니고 내가 가해자도 아니지만.

사람 몸 전체에 대못이 박혀서 피를 흘리고 있는 것을 본다던가.
벙커에 사람들 다 가둬놓고 기름을 부은뒤 태워버리는 것을 본다던가.
머리통이 돌에 깨져서 부서지는 것을 본다던가.

이외에 더 내 입으로 말못할 그런 모습들은 내가 괴로워하면서 목격을 한다.
오늘도 새벽 1시 10분에 눈을 번뜩 뜨여선.
꿈이였구나 안도하고.
2시 20분쯤에 또
3시 반쯤에. 또 4시 40분 쯤에.
이렇게 계속 괴롭게 깼다 시달렸다를 반복하다가 눈을 떴다.

난 평소에 아무리 미운 사람이 있어도, 뭐 그 사람이 죽는다던가 하는 생각한 적 한번도 없다.
저번에 어떤 사람이 자기는 너무 미운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트럭에 짓이겨져서 죽는 상상을 하면 풀린다고 했을 때
헉. 진짜 무섭다.
라는 생각을 했다.

맹새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한번도 없는데, 왜 이런 꿈을 꾸는건지.
말 그대로 사탄아 물러가라. 하고 싶은 심정이다.

아니면 레드선 같은거라도.

오늘 이런 엄청난 개꿈 때문인지 하루종일 시달렸다.
아침부터 눈앞에서 모든 버스 모든 지하철을 놓쳤고.
회사에서도 정말로 예상치 못한 일이 터져버렸다.

여하튼.
도대체 왜 이런 꿈을 꾸냐고!
차라리 야한 꿈을 꾸면 머리라도 빨리 자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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