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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7.23 외롭다. 2
  2. 2007.07.21 Good bye 여의도
  3. 2007.07.18 사진으로 정리하는 요즘의 나 4
  4. 2007.07.16 사실 저
  5. 2007.07.12 Danny Chung-Happy together (春光乍洩 , 부에노스 아이레스, 해피투게더 OST 중)
  6. 2007.07.10 AM 4:50 4
  7. 2007.07.06 충무로역과 아라비아의 로렌스
  8. 2007.07.04 면접 후 2
  9. 2007.07.03 참 힘든 시간 2
  10. 2007.07.02 공항에 가기

외롭다.

일상 2007. 7. 23. 21:10
오후 5시 55분 경에 서울역 플랫폼에서 울면서 서 있던 사람.
.
.
.
.
접니다.

제기랄.


오늘의 가장 중요한 일은 첫 출근이었겠지만.
너무나도 피곤했던 첫 출근과 근무와 퇴근.
서울역에 서 있는데 갑자기 amazing할 정도로 외로워졌다.

나 아직도 그 사람 때문에 흘릴 눈물이 남았던가?
나름대로 잘 버티고 잘 지낸다고 생각했는데.
왜 갑자기 보고 싶어지고 지랄.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게 되었고, 대충 분위기도 알게 되었고.
하루종일 교육도 받고 내가 할 일을 보고.
애초에 무슨 일 하는 지는 알았지만,.. 취직했다는 것에 기뻤지만.
내 인생이 여기서 이렇게 굳혀질지도 모른다는 것에서 오는 심한 공포.
내가 이렇게 매일 매일 반복되는 생활을 잘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데서 오는 의심.

여러가지가 뒤엉켜서, 힘들고 혼란스러웠다.
그렇게 원했던 취직인데 말이다.

충무로에서 서울역으로 서울역에서 용산가려고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예전에 내가 누군가와 어쩌면 보이지 않는 무언가로 연결되어 있다고 믿었던 것이.
그래서 나에게도 상대방에게도 필요하다고 느꼈던 사람이.
그 시간 내 곁에 단 한명도 없다는 불쌍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일차적으로는 너무 갑작스런 변화를 못 견뎌내는 나약하고 못난 내 모습에 대한 실망이었지만,
내가 그 사람 많은 곳에서 서서 부끄러운 것도 모르고 눈물을 줄줄 흘렸던 건.
정말. 외롭다는 생각에 사무쳐서였다.
이런 순간에 나 오늘 첫 출근 어떻고 어땠다고 솔직하게 말할 사람이 단 한명도 없다는 것에서 오는 외로움.

이런 이유들로 인하여.
이젠 누군지도 모를 그 사람이.
너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22살 이후 부터 밀리고 밀려있던 외로움과 애정결핍이,
첫 출근의 고단함보다 더 힘들었던 하루였다.
내가 버텨나가야 할 것은 업무량과 스트레스가 아니라.
어떻게든 이 모든 것을 혼자 해내야 한다는 외로움이라는 것도 역시 깨달았다.

너무 뼈져리게 느껴지다 보니 목이 꽉 막히고. 결국에는 그렇게 우스꽝스러운 꼴로.
엉엉 울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고 집에 들어왔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정해진 시간에 맞춰 일하다가,
아무 생각도 없는 단계에 어서 빨리 이르렀으면 좋겠다.
몸을 혹사 시키면 정신은 맑아지는 법이니까.
:

Good bye 여의도

일상 2007. 7. 21. 18:21

어제(2007년 7월 20일 금요일) 최후까지 난 일이 많았다. 마지막 날에 일 정신없이 하느라고 마지막이고 뭐고 정리할 수가 없었다.
내가 일했던 곳은 여의도의 국책은행 중 하나였다. 여의도에서 건물 최고 좋은데라고 하면 다들 알거라 생각한다.
어쨌든 내가 거기를 관둬서 아쉬운건.

첫째. 건물.
-난 그 건물과 너무나도 정이 들어버린 것 같다. 처음 봤을 때의 압도당했고 매일 걸어다니면서도 매일 그 건물이 너무나도 좋다고 생각을 했다. 솔직히 그 건물이 인천공항 보다 더 좋다고 생각한다.(인천공항 실망했어!) 사진 찍어두고 싶었는데..위에 말했던 것 처럼 일하느라 못찍었다.

둘째. 조금 친해진 사람들.
-내가 며칠전에 깨달은 게 있는데, 난 세상에서 특권의식 있는 사람을 최고로(곱하기100) 싫어하는 것 같다. 특권의식이 잘난척이 될 수도 있고 태도에 나타날 수도 있고 말투에서 나타날 수도 있고. 그 곳에서 특권의식 없었던 맘씨좋은 분들과 헤어지는 게 좀 아쉬웠다. 몇 분 계신데, 진짜 친해지고 싶었는데.. 내 처지가 처지인 만큼 괜히 다가가는게 두려웠다. 한 분한테는 명함을 받았는데 나중에 한 번 꼭 만나야지 생각 중이다.

셋째. Perfect man.
-노골적으로 말하겠다. 내가 어디가서 키 183 에 이보다 더 잘생긴 남성을 구경이라도 할 수 있으랴. 진짜 아쉽다! (솔직히 나중에 생각해 봤을 때 최고 아쉬울 수도 있다) 저번에 내가 그 분한테 사인 받을 일이 있어서 사인 해달라고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뭔가 이야기를 해야겠다 싶어서 '요즘은 밥 잘 드세요? ' 이랬다. 밥 잘드세요 라니! 내가 말해놓고도 진짜 뜬금없다 싶었는데 그 분이 '네? 진짜 뜬금없는데요?' 이러더니 '언제 한번 다시 점심 같이 드실래요?' 하시길래 곧바로 '네~' 하고 기분 좋게 대답했으나. 다시 한번 못 먹고.. 아 아쉽다. 나중에 여의도서 잠복하면서 기다리기라도 해야허나.

넷째. 여의도 공원.
-직장 가까운 곳에 그정도로 좋은 공원이 조성되어 있는 곳이 어디가 있을까. 싶다. 여의도 사람들은 여의도에 직장인들만 드글거리고 다 나이든 사람만 돌아다녀서 활기 없다고 불평불만이지만, 강남, 종로, 다 봐도 여의도만한 데는 없는 것 같다. 날씨 좋을 때 점심먹고 한 번 쭉~ 걷고 들어가는 게 진짜 좋았는데.

다섯째. 편리한 교통.
-아.. 우리집에선 진짜 여의도가 딱인데! 월요일 부터는 1시간 반 이상 걸리는 곳을 매일 출퇴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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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그래도 처리할 일이 많았는데 어제는 아침에 신체검사 때문에 1시 쯤 출근을 했다. 일을 계속 하는데 과장님께서, 내 선물을 사긴 사야겠는데 도저히 뭐 사줘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노골적으로 물어보겠으니 대답하라고 하시는거다.
그래서 난 노골적으로 '향수요' 했더니 과장님께서 아예 어떤 향수인지까지 얘기를 하라고 하셔서 '까사렐 노아 펄이요' 라고 대답했다;
과장님께서 알아채서 못사주고 물어봐서 미안하단 식으로 말씀하시길래, 아니예요~ 저 이게 더 좋은데. 했다. 진짜다. 난 이런식의 선물 방식이 더 좋다; 이로서 나도 향수가 4개나 되네? 흐흐흐;

난 그냥 한분씩 돌아다니면서 인사하고 싶었는데 대회의가 있다고 그 회의할 때 앞에 나가서 인사를 하라고 하는거다. 그런데 앞에서 일하는 거 너무 싫어하는데.. 인사말을 준비하고 싶었으나, 최후까지 전화받고 일하느라. ;; 준비 못한 상태로 들어가선 말이 정말로 헛나왔다.

내가 원래 하고 싶었던 말은 나중에 만나면 인사하자는 요지의 말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나중에 길에서 만나면 인사 합시다~' 라고 너무 발랄하게 말해버렸다. 인사 합시다 라니!!! 사람들이 다 웃었다. 제길 쪽팔렸지만 다음기회는 없었다. 혹시 날 건방지게 보진 않을까? 하는 소심한 생각에 좀 속이 상했다.
인사를 너무 웃기고 바보 같이 해버려서 왜 마지막을 이따위로 밖에 못했을까 자책하며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눈물 따윈 나지 않았다. 글쎄. 아직도 아무것도 실감이 안난다는 것 밖에는.
몇가지 아쉬운 것이 많은 끝이었지만.

나 이제 진짜 새로운 시작인건가? 푸하하하!

:

사진으로 정리하는 요즘의 나

일상 2007. 7. 18.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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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 속

: 2007년 7월 12일 최종합격 통보를 받았다. 서류, 1차, 2차, 3차 까지 봤다. 공채가 아니라 수시모집이라 1명 뽑는데 어찌어찌 하다 보니 붙었다. 면접이 겹쳐서, 몇십명 뽑는데 가야 하나 여기 면접을 가야하나. 고민고민을 하다가 1명 뽑아도 이게 낫겠다 싶어서 갔는데 운 좋게 붙어버렸다. 훗. 이건 이제와서 하는 얘기지만, 내가 1명 뽑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선택한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매일 치장 안해도 되니까 였다. 사실 들어가서 처음 하게 되는 업무는 예전부터 진짜 인생 막장아니면 안한다고 생각했던 일인데, 절박해지니깐 그 일 조차도 너무 좋아보였다. 그래도.. 뭐 저 어디 다녀요 하면, 거기가 어딘데요? 하는 회사는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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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준 카드


: 친구가 축하한다고 카드를 써줬다. 내친구 취미는 특이하게도 스탬프 모으기 인데, 저 스탬프는 나와 함께 있을 때 산 스탬프다. 알파벳 스탬프인데 내 친구가 가장 애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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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히려 나는 내 취직에 대하여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는데, 부모님께서 너무 ...사실 조금 민망했다. 그동안 그렇게 걱정이 많으셨나 싶고. 나도 취직하고 동생도 장학금을 타서 외갓집에 한 턱 쏜다고 말씀하시고, 회를 사러 부두에 갔다. 거기서 10만원 어치 샀는데,.. 나 태어나서 회로만 배 불러보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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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에는 어디론가 막 나가서 놀고 싶은데 도저히 같이 놀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다. 좁디 좁은 내 인간관계를, 그리고 남자친구 하나 못만든 나의 무능력을 탓하며 혼자 가만히 앉아있는데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세수도 안하고 꼬질꼬질하게 널부러져 있는 동생에게 같이 영화나 보자고 해서 나갔다. 세상에. 그남자 작곡, 그여자 작사.. 이후로 영화관 간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는데,.. 인천 CGV 14개관 중 2개관 빼고 트랜스포머와 해리포터를 상영하고 있었다. 선택권이 없었다. 양심없는 CGV. 결국 우리 둘은 해리포터를 봤다. (웬만하면 친남매가 같이 외출은 안하는거 아닌가.. ;; 우울한 남매들)
영화가 끝나고 인천 CGV 에 있는 SEGA world에 갔다. 엄청 후진 오락실이었는데 오랜만에 갔더니, 새단장 해서 귀여운 것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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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가월드에서 페라리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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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 게임하다가 지겨워 보기는 처음이었다. 30바퀴를 돌아야 한다니! 결국 15바퀴 쯤에 동생보고 하라고 하고 그냥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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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도 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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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헌절에는 일본여행 갔다온 친한 오빠가 선물 준다고 해서 부천역에 갔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사진도 찍었다. 난 영화에서 보는 것 처럼 폴라로이드 카메라는 찍자마자 바로 사진이 나오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아주 서서히 사진이 떠오르는 게 신기했다. 그리고 영화에서 나오는 것 처럼 사진을 흔들면 절대 안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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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물은 일본에 있는 유명 수족관에서 사온 수달인형이었다. ;; 사실 내 별명은 보노보노다. 수달 닮았단 소리 자주 듣는데, 뭐 개미핥기나 도마뱀 같은 동물 닮았다는 것 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위에 사진은 엄청 맘에 들게 나왔는데, 어디에 내놓지는 못할 것 같다. 누가 보면 애인 인 줄 알까봐 흐흐;;

-오늘은 선릉역까지 가서 인성검사를 하고 왔다. 근데 솔직히, 살짝 불안하다. 학교에서 MBTI나 직무적성 같은 검사 해서 회사에서 원하는 괜찮은 성격으로 나온 적이 없었는데..
뭐 아주 이상하지 않으면, 떨어뜨리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설마 최종합격! 이라고 말해놨는데 그걸로 떨어뜨리겠어.

P.S 주안역에서 놀라운 슈퍼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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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영 마트 라니!!!!

:

사실 저

일상 2007. 7. 16. 00:32

저번 주 목요일에 최종합격 통보 받았습니다.

23일부터 회사 다니랩니다.

작년부터 이력서 몇 개 썼는지 확인해보니 65개 썼더군요.

취직했다는 사실보다, 이제 더이상 이력서를 안 써도 된다는 사실이 더 기쁘네요.

허허허허허. 내일 모레는 인성검사, 금요일에는 신체검사입니다.

부디 싸이코 인성이 안나오고, 신체에 아무 이상없길 !

충무로에서 봐요~~ 크하하하핫.  

:

Danny Chung-Happy together (春光乍洩 , 부에노스 아이레스, 해피투게더 OST 중)

위로 2007. 7. 12. 23:29

Imagine me and you, I do
I think about you day and night, it's only right
To think about the girl you love and hold her tight
So happy together

If I should call you up, invest a dime
And you say you belong to me and ease my mind
Imagine how the world could be, so very fine
So happy together

I can't see me lovin' nobody but you For all my life
When you're with me, baby the skies will be blue For all my life

--------------------------------------------------------------------
I can't see me lovin' nobody but you For all my life
내가 평생동안 당신말고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걸 생각할 수도 없어요.
-이 노래가 좋은 이유는 바로 이 부분 때문이 아닐까.
당신말고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니!  이렇게 멋질수가!

P.S 춘광사설의 뜻은 '구름 사이로 잠깐 비치는 봄햇살' 이라고 한다.

영화 '해피투게더' (제목에도 썼듯이 제목이 3개나 되지만 난 그냥 해피투게더 라고 부른다) 는 동성애 영화라고 우리나라에서 상영금지 처분 받고, 결국 왕가위 감독이 우리나라에서 상영하기 위해 다시 편집해서 개봉을 했다.
난 아직 벨벳골드마인드는 못봐서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벨벳골드마인드 도 아무 문제 없이 상영되었는데, 왜 해피투게더가 상영금지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몇 장면이 짤려나가긴 했지만, 왕가위가 편집했으므로 보는 데 아무 무리는 없었다. 동성애 영화라고 해서 혐오감 느낄만한 내용은 절대 아니다.
이제와서 다시 하는 생각이지만, 남자와 남자의 사랑일 뿐이지.. 스토리 자체는 그냥 일반적인 사람의 일반적인 사랑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아쉬울 때만 찾아와서 아휘(양조위)의 마음을 온통 뒤흔들어놓고 훌쩍 떠나버리는 보영(장국영) / 화내면서도, 해달라는대로 다 해주는 아휘.
뭐 한번이라도 진짜로 누군가를 좋아해본 적이 있다면 (두 사람이 남자라고 하더라도) 둘 중 한 명한테 감정이입이 안될래야 안될 수가 없을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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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가 정말로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마지막 장면 때문이다.
난 해피투게더의 결말을 보며 왕가위 감독이 '아휘의 포기에 절대적 축하와 격려를!' 이렇게 외치는 것 같았다.

아휘는 그냥 훌쩍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떠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만난 친구 (장진) 의 아버지가 운영할지도 모르는 대만의 국수집에서 국수를 한 그릇 먹고, 홍콩으로 온다.
다음으로 크리스토퍼 도일 특유의 카메라 촬영으로 펼쳐지는 홍콩의 야경.

그냥 뭔가 새로 시작할 것 같고, 뭔가 홀가분할 것 같고, 뭔가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을 것 같은.
그런 약간의 흥분의 상태에서, 창밖을 보고 싱긋 웃는 아휘.
그리고 마지막으로 흐르는 노래가 이노래 haapy together 이다.
오리지널은 turtles 버전이지만 (물론 오리지널이기 때문에 좋지만) 난 왕가위 친구라는 danny chung 버전의 happy together 를 들으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생각나서 마구 힘이 나고 울컥 하기 때문에 오리지널보다 더 좋아한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본 이후로, 거창하지만 이 노래가 내 희망가 쯤이 되어버린거다.
(결국, 이 노래 빼고 대부분이 아르헨티나 무명 탱고 밴드의 음악과 피아졸라의 탱고로 채워져 있는 다소 어려운 O.S.T 까지 구입해서 계속 들었다. happy together 이 곡이 너무 맘에 들어서!)

홍콩으로 돌아와서도 아휘에게 별로인 일만 가득하더라도,
그냥 모든 걸 다 뒤로하고 떠나왔다는 것 만으로. 가슴이 뛰지 않았을까.

난 그렇다.
아무 소용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재빨리 포기할 수 있는 건.
뭔가를 이루고 성취한 것 이상으로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어쩌면, 계속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가장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건,
뭔가를 시작하는것, 그 다음은 뭔가를 포기하는 것, 그 다음은 뭔가를 계속 하는 것.
그냥 난 그렇다는거다.
계속 노력을 하면, 계속 살던대로 현상유지라도 되지만,
포기를 하면, 계속 하던 게 없어지기 때문에, 생활의 변화가 너무 크기 때문에.
그리고,
뭔가를 포기했다는 건, 또 다른 뭔가를 다시 시작하기 위한 결심의 첫단계 라고 해도 되는 것 아닌가?
생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

AM 4:50

일상 2007. 7. 10. 10:07

밤에 누워서 잠이 들면 아침에 일어날 때까지 절대 안 일어나는 내가 어쩐 일인지 요즘엔 자주 깬다.

어제밤에는 꿈을 꿨다.
한치앞도 안보이는 곳에 나혼자만 있는데,
길을 잘못 들어온 것 같았다.
눈을 뜨고 있음에도 그렇게 아무것도 안 보이는 것이 무서웠다.
내 옷은 더러워져 있고,
신발도 신지 않은 맨발에,
바닥은 비 때문에 질척질척하고 돌이 많았다.
계속 환청이 들려왔다.
뭐라고 말하는지 제대로 들을 순 없었지만,
어렴풋이 여기서 안 떠나면 죽여버리겠다고.
그게 싫으면 그냥 너혼자 죽어버리라고.
이 말이 계속 내 귀에 울렸다.
나는 거의 미쳐가고,
앞에 뭐가 있는지도 모른채 계속 달리다가
눈을 떴다.
핸드폰 시계를 보니, 4시 50분이었다.
신기하게도 그 순간에 발바닥이 아파왔다.
비록 꿈속이긴 했지만, 너무 열심히 달려서일까?
아직 2시간 정도는 더 잘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눈을 감았으나.
쉽사리 잠이 오지 않았고,
잠이 든 후에도 악몽은 계속 됐다.

그래서 오늘은 심각하게 피곤하고 또 졸리다.

:

충무로역과 아라비아의 로렌스

위로 2007. 7. 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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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중3때 이후 처음으로 충무로역에 갔습니다. 충무로역을 지나갈 일은 많았지만, 그 역에서 내린 건 정말 중3 이후로 처음인 것 같네요.


제가 중3때 1962년 영화인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화면 음향 등을 재정비하여 개봉한 적 있어요. 아마 가을쯤이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 엄청나게 넓은 화면과 웅장한 사운드가 특정 극장에서만 개봉 가능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대한극장에서만 개봉을 했지요.

지금은 안 그렇지만, 제가 중3때는 나름대로 씨네키드 였습니다.


제가 영화를 좋아한 것은 마릴린 먼로를 좋아하시는 저희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해요. 젊으셨을 때 서울로 올라오셔서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고 집에 혼자 있긴 싫고.. 그래서 퇴근후나 주말에나 아버지의 유일한 낙은 극장가서 혼자 영화보기셨다고 합니다.

훗. 저역시도 혼자 영화보기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데 이것마저도 닮은 것인가요?


어쨌든 저는 중3때 영화를 진짜 좋아하면 두번이상 봐야한다고 해서 보기 싫어도 꼭 두번씩 보고 쪼그만한게 뭐 안다고 매달 영화잡지 사보고, 사는 씨디라곤 영화음악 씨디가 대부분이었지요. 아. 신문스크랩도 엄청나게 했군요. 아아아아. 그러고보니 영화포스터도 셀 수 없이 많았구요. 제 방 정면에는 제임스딘 과 아버지의 이름으로 포스터가. 왼쪽으로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포스터가. 책상 밑에도 영화엽서를 빼곡히 끼어 넣었지요.(그린파파야의 향기 나 해피투게더 등등) 영화음악 관련 라디오만 하루에 3개씩 꼭 들어서, 사실 아라비아의 로렌스 영화감독은 데이비드린, 영화음악은 모리스 자르. 이 콤비가 또 같이 작업한 영화는 닥터지바고 가 있다는 것도 중3때 이미 알았어요.


그래서 한 때는 영화학교에 가야지. 생각도 했어요.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 이나 오손웰즈, 스탠리 큐브릭 영화 보면서 영화 평론가 같은 거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왜냐면? 엄청 폼나잖아요!! 사실 고등학교 때 까지만 해도 영화학교에 갈까 생각을 했는데, 제가 원하는 영화평론을 하면서 ‘돈까지 벌려면’ 적어도 UCLA 영화과 정도 나와야 가능 하겠더라구요. 대학 다니면서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여 저의 그런 오타쿠적 행태는 고2를 끝으로 마무리 지었죠. 뭐 그래도 나름 한때 영화애호가 였다고, 평론가들이 후지다고 하는 영화는 아직도 우습게보고 기피하려는 경향이 있긴 합니다.


저는 애교 많은 딸이 못돼요. 다른 애들은 쉽게 하는 아빠 팔짱끼기도 쭈볏거리면서 망설이지요. 중3때도 역시 그래서 아빠와 저는 둘이 나들이 나갔으면 같이 좀 다녀야지, 저도 아빠도 멀찌감치 떨어져서 걸었어요. 그 때 나이 애들은 부모님이랑 다니는 걸 좀 싫어하는 경향이 있는데 맹세코 저는 그렇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왜 가까이 가지 못했는지 저 조차도 참 제가 원망스럽네요.  


여하튼, 닥터 지바고를 인생 최고의 영화로 뽑으시는 아빠도 데이비드 린 감독의 영화를 보고 싶어 하셨고, 맨날 영화기사만 오려대고 있는 저를 위해 저까지 함께 데리고 가기로 했죠. 그래서 저는 평론가들이 뽑는 위대한 영화 3위라고 말하는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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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영화는 대단하더군요. 제가 그 영화를 보고 처음 느낀 감정은 ‘울렁거림’ 이었습니다.


위에 포스터와 제목을 보시면 알겠지만, 이 영화는 아라비아 사막이 배경입니다. 엄청 큰 화면에 사막이 펼쳐지는 데 안 울렁거릴 리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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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이 배경인 영화는 엄청 많지요. 제가 기억나는 건 패왕별희, 쉰들러 리스트, 피아니스트, 씬 레드라인 정도 인 거 같네요. 그런데 제2차대전 당시 중동의 상황을 다룬 영화는 거의 없었고, 배울 기회도 없었기에 저는 영화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 재미있었을지도 모르구요. 매일 군복 입은 사람들이 수류탄 던지고 총 쏘고 하는 2차대전 영화 보다가 모래사막에서 터번 두르고 장총 쏘면서 싸우는 영화를 봤으니 얼마나 새롭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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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보이는 장면은 오마샤리프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입니다. 영화를 보고 온 날 밤 저는 잠을 못 이뤘는데, 가장 큰 이유는 오마샤리프가 너무 멋있었기 때문이었어요. 닥터지바고도 봤지만, 저는 아라비아의 로렌스에서 나오는 오마샤리프 모습이 훨씬 좋아요. 성질 건드렸다고 총쏘고 (위에 보이는 첫 장면에서 오른쪽에 있는 사람도 오마샤리프가 쏴 죽여버리죠;; 아무 잘못도 안했는데) 비장미 넘치고 로렌스가 영국으로 돌아간 대니까 눈물 나는 게 창피해서 도망가 버리는 터번 두른 모습 말이예요. 실제로도 오마샤리프는 이집트 출신이기 때문에 중동스러운 옷이 아주 잘 어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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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촬영한 곳은 요르단 이라고 합니다. 매번 느끼는 건데 경외를 느낄만한 건축물들과 풍경은 중동 쪽에 다 모여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유럽의 성당도 멋지지만, 중동의 유명 종교 건축물들과 비교해보면.. 솔직히 좀 초라한 느낌입니다. 연대로 따져도 그렇구요. 실제로 본 적도 없으면서 지껄이지 말라고 하시면 할 말 없지만. 뭐 사진으로 볼 때는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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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지의 전쟁에서 헬름협곡의 전투를 명장면으로 뽑더군요. 저는 반지의 전쟁을 보면서 전~혀 재미를 느끼지 못했어요. 왜 그렇게들 좋아하는지 이해도 못하겠구요. 네네. 저는 반지의 전쟁 안티입니다.

밑의 사진은 아라비아의 로렌스 중 전투 장면입니다. 부끄럽게도 저는 아직도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스토리를 완전히 소화하지 못했어요. 영국군 장교가 아라비아에 가서 그 곳 사람들과 함께 아라비아의 독립을 위해 싸운다는 내용이라는 것 밖에는. 그리고 오늘 처음 알았지만, 영화 속 전투의 상대는 터키 였다고 하네요. 영화는 꽤 씁쓸하게 끝나요. 아라비아군이 터키한테는 이겼지만 결국 또 영국에서 차지하려고 하는 식으로 끝나거든요. 로렌스의 표정도 허탈해서 멍하고 슬픈 표정으로 클로즈업 되구요. 순전히 16살 때 기억으로만 생각해내는 것이니 틀렸을 수도 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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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하고 싶은 얘기는 그게 아니라, 이 영화는 1962년 영화기 때문에 CG가 전혀 사용되지 않았어요. 전투 장면도 100% 수작업으로 만들어 졌구요. 사진이긴 하지만 저게 다 진짜라니 정말 놀랍지 않습니까. 개인적으로 반지의 제왕 헬름협곡전투 하고는 비교자체가 불가하다고 말하고 싶군요. 흐흐흐.

아 그리고, 이 영화는 여자의 목소리를 단 한번도 들을 수 없는 영화로도 꽤 유명해요. 라이언일병구하기 에서도 여자가 안나왔던 거 같은데. 블랙호크다운에서도.. 안 나왔던 거 같고. 왜 이렇게 남성적 영화에 매료가 되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25살인 지금에도 갱스터 영화나 전쟁영화 좋아하는 거 보면.. 그 취향은 아직도 그대로인 것 같군요. 

저는 오늘 영화를 보러 충무로역에 간 건 아니었지만, 중3때 생각이 나서 기분이 꽤 좋았어요. 그리고 그 때 어린 저에게 이렇게 멋진 영화를 보여주셔서, 아직도 아라비아의 로렌스 와 사막 생각만 하면 가슴이 뛰게 해주신 아버지께 감사했구요. 생각해보면, 저와 아버지를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가 인정하는 사실이 저랑 아버지는 취향서부터 성격까지 닮은 게 무지 많다는 건데,..

이런 얘기까지 하고 싶지는 않고, 오늘 그냥 아버지께 무지 고마웠어요. 철없는 짓 그만해야겠다고 생각도 했구요. 

스크롤의 압박이 엄청 심하겠지만, 그래도 나 혼자 볼 거니까.. 영화 속 사진을 더 올려야겠네요.
 

(오늘은 왜 말투를 이런 식으로 쓰는 지 저도 제 자신을 알다가도 모르겠네요. 나 혼자 본다면서 편지체 라니? 응?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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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믿고 싶지 않은 진실이긴 한데 대학교 4학년 때 듣던 수업 교수님이 로렌스는 아라비아를 위해 싸운 게 아니라 영국의 스파이였다는 사실이 몇 년 전 논문을 통해 밝혀졌다는 얘기를 하시더군요. 하하하. 저는 영화는 영화, 역사는 역사니깐. 하고 다시 영화를 보게 된다면 로렌스가 진짜로 아라비아를 위해 싸웠다고 생각하면서 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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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후

일상 2007. 7. 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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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에 사는 친구는 퇴근하면서 잠깐 부천역에 들러서 만나기 좋기 때문에 자주본다.
내 친구가 피자집에서 일하느라고 날 만날 시간이 없을 땐 참 슬펐다. 결국 걔네 피자집까지 찾아가서 앉아있다 오곤 했지만.
그 친구는 내 고등학교 동창인데, 정말 마음 속으로 존경해 마지 않는 친구다.
고2때 부터 봐 온거면 꽤 오랜시간 본건데, 힘든 시간에서도 그녀의 장점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친구 핸드폰은 번호이동할 때 제일 싸게 팔던 ktf ever 인데 내꺼보다 훨씬 신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카메라가 매우 안좋았다; 뭐 나로선 안좋아야 더 잘나오니까. 하하하.
밝은 척 하려고 애를 썼지만, 친구가 너~무 우울해보였는데 별 도움 못되준것 같다고 나중에 미안하다고 했다. 뭐 나로선 그 마음만으로도 고맙지만.

내 사진을 올리니까 갑자기 하는 말인데.
나는 내 얼굴형이 정말 맘에 안든다. 제길. 그리고 눈도 맘에 안들고. 더 정확히 말하자면 눈두덩이에 있는 살이 맘에 안든다.
하지만, 또 성형수술 시켜준다고 해도.. 무서워서 못할 것 같다.
그걸 하느니, 앞니가 안 맞아서 불편한 내 치열을 교정할 것이고, 비뚤어진 허리를 교정하여 내 다리도 양쪽 길이를 똑같이 만들고 싶다.
흐흐, 그래도 아마 쌍커플이나 눈트임 수술 한 것 보다는 극적효과가 크진 않을 것 같다. 어제는 내가 눈만 수술했음 아마 인생이 바뀌었을거다. 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
눈만 괜찮았음 그렇게 내 인생이 윤택하고 풍요로워 졌으려나??

사무실서 내내 할 일 없어서, 어제 면접준비를 하고 잘까 말고 잘까.. 하다가 너무 피곤해서 그냥 자고 아침에 왔더니, 왠걸. 오늘따라 할 일이 많았다.
내일 하루로 준비가 될까?

기분도 괜찮고, 제발 면접 좀 보고 싶어요. 할 때는 면접이 아예 없드니, 이게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다. 근데 지금 이런 때 괜히 또 감상에 젖어서 혼자 우울해하면 남는 건 아무것도 없겠지 싶다. 결국 나는 아직 아무것도 이뤄놓지 않은 신세 아닌가.

오늘은 왠지 정말 무슨 말로 끝을 맺어야 할지 모르겠다.
피곤하다. 피곤해.    

P.S 내 블로그가 건들지도 않았는데 타인에게 접근근지란 메시지가 뜨게 된 원인을 알았다. 저작권법 위법이랜다. 하긴 위법이긴 하지, 파일을 그냥 올렸으니까; 하하하. 난 그것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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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힘든 시간

일상 2007. 7. 3. 16:49
하루중에 가장 힘든 시간은 아침에 일어날 때와 오후 3시이다.
날 괴롭히는 주된 원인은 바로 피로 때문에 생긴 졸음.
졸려서 내 주변 모든 것이 아득하고 그와 더블어 나까지 멍해질때는 체력 좋은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근데 체력이 좋다고 해서 잠이 없는 것 같진 않고.
오늘도 너무 힘들어서 시계를 보니 오후 3시 였다.
사실 저번 일요일에는 큰일을 겪었다.
나로서는 아주 큰 일이었지만, 다른 사람이 겪었으면 별 거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그렇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로는
뭔가 결정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준비할 시간도 별로 없이 연속해서 닥친다.
이게 내가 대학을 졸업했기 때문인지,
이런게 원래 사람 사는 건데 이제껏 아무것도 모르고 살아온건지,
잘은 모르겠다.
지금 나에 대해 별 애정도 없으면서 변화에 대하여 두려워하고 그냥 지금 현상이 영원히 유지되었음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그러나, 난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도. 내 나이도 변하고. 나에게 부여되는 역할도 변하고 그러니.. 이대로 살 순 없으니까.. 뇌지능이 5세에서 멈춰버린 저능아도 아니고.

금요일에 면접 하나가 잡혔는데.
사실 그 면접을 준비하는 것 조차 너무도 귀찮고 괴롭다. 난 돈을 벌어야 되잖아. 돈을 벌어야되잖아. 너 돈벌어서 할 게 생겼잖아. 라고 해도, 면접이 나에게 엄청난 두려움인 건 어쩔 수 없다. 한 달 잡고 면접준비를 했음 모를까... 하긴 준비 못한것도 결국 내 탓이고, 다른 사람에 비하여 면접에 대하여 두려움이 큰 것도 내 탓이고.

공부를 하기로 큰 결심을 하긴 했으나, 그걸 언제 이루리라는 것은 장담을 못하겠다.
당장 할 것 같이 거창하게 써놓긴 했지만,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홈페이지로만 접하는 정보는 나에게 너무도 부족하고.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냥 또 이렇게 기껏 노력하는 척만 하고 끝내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운 생각이 들지만.
뭐 27살 쯤 되서 내가 말한 것을 실행할 수 있으면 그걸로도 대만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때 내가 해야 하는 몇 가지 과업을 포기해야 하겠지. 하는 생각은 한다. 가령 시집갈 돈 모으기 라든가. ;;

일요일에는 내가 사는 방식의 모든 것을 다시 한번 의심해 보았다.
나에게 메일을 보낸 사람은, 또 확대해석하고 오해한다고 가슴을 치며 답답해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가 물어본 도대체 왜 그렇게 생각하고 살지? 라는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나를 의심해보는 것 밖에 별달리 할 것이 없었다.
위에서 말하는 '그렇게' 에는 상황을 상황대로 못 받아들이고 혼자 해석하고 혼자 상처 받는 것을 말하는 건데. 내 생각이 그렇게 남과 다른 것이고 절대 이해받지 못할 부분 이라면... 그럼.. 난 어떻게 생각해야하지. 하는 막막함도 느꼈다.

예전에 같이 살던 친척언니가,
우선은 먼저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만약에 좋아졌다면, 관심을 보이다가.
한 번 연락을 딱 끊어보고.
남자한테 연락이 있으면 계속해라. 하길래.
그러다 영원히 연락 안오면? 하고 물어봤더니
그럼 너도 안녕인거지. 
라고 대답해줬다.
와.. 언니는 정말 대단하다.. 그게 되다니. 했다.

그게 되다니 에서 그것은.
좋아하면서도 연락을 안할 수 있음이 아니다.
어느 정도의 좋아함의 수준을 넘어서면, 내 자신을 조절할 수 없는 게 정상이다.
연락을 안하고 니가 연락을 하든 말든의 태도를 취할 수 있는 건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뭐 니 자제력 부족한건 생각치도 않냐고 해도. 어쨌든 난 그렇다.
친척언니의 대답에서 부러웠던건.
내 자신을 먼저 챙길 수 있을 만큼만 마음을 내주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 이었다.
 
이런게 호감있는 사람에게 내 자신의 추한면을 못보도록 하는 예방법이라면 참 슬프지만.
아무래도 나도 나중에 아는 동생이 똑같은 질문을 하면.
내가 들은 것과 똑같이 대답해줄 것 같다.
그럼 나도 와.. 언니 정말 대단하다는 말을 들으려나?

뭐 아주 많이 늦긴 했지만, 지금부터라도 친척언니처럼 행동하기로 했다.
요즘 곽미영 결심 참 많이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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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 가기

일상 2007. 7. 2. 13:21
여기에 bitter sweet symphony 를 넣으면 딱이라는 생각은 걸어오면서 했는데, mp3연결이 불가능해서..

알랜 드 보통 동물원에 가기 란 책에서 공항에 가기 라는 에세이도 있는 걸로 기억한다. 인천에 공항이 처음 생겼을 때, 매일 구월동에서 커피나 마시는 우리 신세에 신선한 변화를 만들어보자는 의욕적 목적으로 친구와 함께 공항에 가자고 말만 하고 못갔었다.

사실 인천국제공항이긴 하지만 그곳은 인천이 아닌 것 같다. 사실 우리집에서 여의도 오는 시간보다 공항가는 시간이 더 걸렸다.

공항까지 가는 길 : 우리집-동인천-동인천에서 306번 버스.
사실 난 공항 건물보다 공항까지 가는 그 다리에 더 놀랐다. 이것이 토목의 힘이란 말인가!!!! 아니 어떻게 바다위로 이렇게 거대한 다리가 지나갈 수 있다는 말인가!!! 하면서.
정신 못차리고 바깥을 내다봤다.
때마침 비도 오고.. 안개도 끼고 해서 꽤 운치 있었다. 여행가는 기분? 우훗훗.
인천에 살면서 큰 공단은 남동공단만 있는 줄 알았는데 가는 길에 서부공단이라는 곳이 있었다.
아아 그리고 오늘 처음 발견한건데, 동인천 역에서도 컨테이너 올릴 때 쓰는 기중기? 아 뭐라 칭하는 지 모를 것이 생각보다 매우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여기 산지 1년이 넘었는데도 그런거 하나 발견을 못했다니.
동인천 역에서 한번 꺽고 그 다음부터 공항까지는 계속 직선코스였다. 청라지역인가? 하는 곳 공사를 지나가는데, 어마어마한 부지가 자유무역지대가 된다고 한다. 우리동네에서 보던 트럭의 한 3배는 본거 같다. 여하튼, 뭔가 꾸물꾸물 대는 분위기가 느껴져서 기분이 좋았다.송도에 가면 이 분위기 자체가 남다르다는 말이 바로 이걸 말하는건가 싶었다. (송도는 아직도 못가봤다)
한 20분 넘게 직선으로만 달리니 난 벌써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캐나다에서 며칠동안 직선으로만 달렸다는 우리 친척오빠가 존경스러워졌다.

공항 도착
말로만 듣던 인천공항에 도착, 우선은 늘씬한 스튜어디스들이 눈에 뛰었고, 화장실에선 분명히 옷은 대한항공 옷인데 (대한항공 그 특이한 스카프까지) 몸집이 장난아니고 나의 2배는 되는 여성도 있었다. 지상직 근무자 인가? 했다. 친구한테 얘기만 들었는데. 광고속 나오는 이쁜 여자들만 그 옷 입는 줄 알았는데. 그래도 나이드셔서 그렇게 일할 수 있다는게 부러웠다.
공항 내에는 여행을 떠나는 것 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홍콩을 가고 싶은데. 흐흐.. 이건 다른 얘기고,
사무실을 못찾아서 그 넓은 3층을 혼자 휘젓고 다니다가 사무실은 2층이라는 사실을 알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구두신고 하도 열심히 걸었더니 허리가 아펐다.. 지금도 허리 아프다.

면접
사실 오늘 내가 공항에 간 이유는 면접 때문이었다. 근데 어제의 충격때문에 준비는 하나도 못한 상태였다. 영어로 자기소개 하는 건 당연히 예상을 했지만, 준비는 당연히 못해갔고, 결국 해보라는 질문에 어버버 댔더니 그만하랜다. 하하하. 하긴 나라도 듣고 싶지 않았겠다.
옆에 있는 여자분은 관광공사에서 일을 하셨던 분이랜다. 영어를 나보다 100배는 잘하는 것 같았다. 나보고 해석해보라고해서, 들은 부분만 해석했는데, 사실 아무 생각없어서 뒤에 엑셀이랑 워드로 작업했단 소리 밖에 못들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망 달린 삔을 꽂았는데, 어색하다. 오늘 본 면접도 비서 혹은 안내원 등등 일 하는 거라.. 이렇게 하고 온건데.
영어 때문에 말 다했지 뭐. 그냥 공항구경했다. 좋았다. 이게 끝이었다.
시종일관 내 옆에 분에게 관심을 보이며 호의적이시던 면접관 두분의 태도도 뭐 이해하고도 남는다.

공항에서 여의도로 오는 길 : 공항철도-5호선-여의도
여의도에서 내려서 걸어오는데 추웠다. 정장 안에 삼천원짜리 흰 나시를 입었는데, 그냥 블라우스를 입어도 될 뻔 했다.
걸어오면서 참담한 마음을 어느정도는 진정시키고,
사무실 사람들이 다 점심을 드시러 갔을 때 들어왔다. 메일을 확인하고 메일을 쓰고, 지하에 내려갔는데 빵이 없어서 칼로리 바란스를 먹고 있었다.
사무실 분들이 평소때와 사뭇다른 내 모습을 보며 완전 분위기 다르다고 하면서, 이게 훨~씬 이쁘댄다.;; 매일 이러고 다니면 참 좋겠지만, 난 또 그러고 다니진 못하겠고.
과장님이 밥은 어떻게 하셨냐고 하시길래. 대충 먹었어요.~ 했더니 밥맛이 좋냐 쓰냐 물어보신다. 난 웃으면서 별로 안좋던데요 했더니 껄껄 대신다.
진짜. 칼로리 바란스 두개도 간신히 먹었다. 헐헐.
그래도 면접비도 받았고, 교통비 빼고도 꽤 남으니깐. 뭐 2시간 시급치곤 꽤 좋았다.. 하하하.. 울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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