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녀 증후군

일상 2007. 11. 3. 22:54

'연애와 담쌓은 싱글녀 증후군'이런 우스갯거리 기사를 봤다. 사실 우스갯거리가 아니었다. 거기 나오는 증상의 대부분이 그대로 내 모습이었다. 별 중요치도 않은 기사를 내 블로그에 쓰긴 싫지만 몇 개 써 보자면.


2. 가끔 오버하는 행동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왜냐하면 너무 오래 연애를 안 했으니까. 이런 상황에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기억이 가물가물한 나머지 평상시 친구들과 어울릴 때 하던 행동을 그대로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카페나 음식점을 나오면서 지갑을 열고 더치페이를 하려고 한다거나 남자가 데려다 준다 해도 괜찮다며 부득불 혼자서 오는 버스 바로 타버린다거나.

5. 남자친구 없는 게 익숙해져서 아예 노력조차 안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찝쩍댈 남자가 없나 핸드폰 전화번호 리스트를 찾아보곤 했건만 이제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어차피 쓸 만한 놈 하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며칠전의 소개팅 때를 돌이켜보면 소개팅 한다고 말했을 때 주변인들의 반응은 '정말 너무 진지한 응원' 이었다. 어떻게 입고 갈꺼냐 부터 시작을 해서 만나는 남자 뭐하는 사람이냐. 어디서 만나기로 했냐. 남자의 이런 부분을 봐라.  이런 거 하지 말아라. 등등의 쏟아지는 코치들!!! 내가 그동안 애인 없는거 하나로 이렇게 불쌍해 보였나. 싶었는데.. 알다시피 결과는 꽝 다음기회에. 였단 말이다.
소개팅 후 또다시 쏟아지는 '어떻게 되었냐?'는 물음에. 난 '몰라요~' 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위의 기사를 보고 생각나는 내 모습때문에 소개팅 이야기를 해 보자면. 상대방 남자는 꽤 잘나가는 회사에서 디자인쪽 일를  하는 사람이었다. 백화점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그 분이 일산서 오느라고 차를 가지고 왔다고 했다.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는데 8시 반이 다가오고 있었다. 차 있는 남자를 처음 만나봤기도 했고 난 백화점 앞에서 만났으니 당연히 그의 차는 백화점 지하에 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난
-이젠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요.
라고 말을 했다.
백화점으로 가는데 왠걸. 그 분은 차를 백화점 주차장에 안대고 다른 곳에 댔다는거다. 흠.. 너무 빨리 일어난 감이 있군. 이라고 생각하며 길을 걷는데 그렇다고 '엇 몰랐어요. 제가 너무 빨리 일어나자고 했네요. 우리 할일도 없는데 좀 걸을까요? ' 이러기도 웃기고 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 남자가 결정적 한마디를 꺼냈다.
-주말에 뭐하세요?
버스정류장 앞이었다.
순간 내가 타야하는 버스가 왔고.
-엇 버스왔다. 저 가볼께요~
하고 난 냉큼 버스를 탔다. 자리에 앉아서 생각해보니 이건 좀 내가 실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그렇다고 그 버스에서 다시 내릴 수도 없고 버스 창문을 열고 '저 주말에 진짜 시간많아요~호호호호호호' 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버스 안에서. 으이구 병신. 이라고 자책을 하면서 마음속으로 '끝~!' 을 외쳤다. 크흐흐.

저번에  어떤 대리님이 남자가 데려다 준다는 걸, 혼자 살기도 하고 처음 본 남자 차타고 집 데려다 주세요. 하는 것도 웃기고 해서 저 진짜로 괜찮다고 말하며 거절하고 큰소리로 호탕하게 "택시!!!!" 를 잡아서 바로 택시타고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더 웃긴건 그 대리님을 데려다 준다고 했던 남자가 다른 사람한테 "걔 진짜 오바한다. 재수없다"고 말했다고 하더라는 대리님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들끼리 신나게 웃었다. 그 대리님은 지금 생각하니까 쪽팔려 죽겠다고 그러고. 우리는 우리대로 그 상황이 너무 웃겼던거다.

근데 택시가 버스가 된 것 빼고는 나도 똑같지 않나. 푸하하하. 결국 뭐 나도 오바하고 재수없는 여자가 되었겠지만,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연애感이 떨어졌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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