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 가기

일상 2007. 7. 2. 13:21
여기에 bitter sweet symphony 를 넣으면 딱이라는 생각은 걸어오면서 했는데, mp3연결이 불가능해서..

알랜 드 보통 동물원에 가기 란 책에서 공항에 가기 라는 에세이도 있는 걸로 기억한다. 인천에 공항이 처음 생겼을 때, 매일 구월동에서 커피나 마시는 우리 신세에 신선한 변화를 만들어보자는 의욕적 목적으로 친구와 함께 공항에 가자고 말만 하고 못갔었다.

사실 인천국제공항이긴 하지만 그곳은 인천이 아닌 것 같다. 사실 우리집에서 여의도 오는 시간보다 공항가는 시간이 더 걸렸다.

공항까지 가는 길 : 우리집-동인천-동인천에서 306번 버스.
사실 난 공항 건물보다 공항까지 가는 그 다리에 더 놀랐다. 이것이 토목의 힘이란 말인가!!!! 아니 어떻게 바다위로 이렇게 거대한 다리가 지나갈 수 있다는 말인가!!! 하면서.
정신 못차리고 바깥을 내다봤다.
때마침 비도 오고.. 안개도 끼고 해서 꽤 운치 있었다. 여행가는 기분? 우훗훗.
인천에 살면서 큰 공단은 남동공단만 있는 줄 알았는데 가는 길에 서부공단이라는 곳이 있었다.
아아 그리고 오늘 처음 발견한건데, 동인천 역에서도 컨테이너 올릴 때 쓰는 기중기? 아 뭐라 칭하는 지 모를 것이 생각보다 매우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여기 산지 1년이 넘었는데도 그런거 하나 발견을 못했다니.
동인천 역에서 한번 꺽고 그 다음부터 공항까지는 계속 직선코스였다. 청라지역인가? 하는 곳 공사를 지나가는데, 어마어마한 부지가 자유무역지대가 된다고 한다. 우리동네에서 보던 트럭의 한 3배는 본거 같다. 여하튼, 뭔가 꾸물꾸물 대는 분위기가 느껴져서 기분이 좋았다.송도에 가면 이 분위기 자체가 남다르다는 말이 바로 이걸 말하는건가 싶었다. (송도는 아직도 못가봤다)
한 20분 넘게 직선으로만 달리니 난 벌써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캐나다에서 며칠동안 직선으로만 달렸다는 우리 친척오빠가 존경스러워졌다.

공항 도착
말로만 듣던 인천공항에 도착, 우선은 늘씬한 스튜어디스들이 눈에 뛰었고, 화장실에선 분명히 옷은 대한항공 옷인데 (대한항공 그 특이한 스카프까지) 몸집이 장난아니고 나의 2배는 되는 여성도 있었다. 지상직 근무자 인가? 했다. 친구한테 얘기만 들었는데. 광고속 나오는 이쁜 여자들만 그 옷 입는 줄 알았는데. 그래도 나이드셔서 그렇게 일할 수 있다는게 부러웠다.
공항 내에는 여행을 떠나는 것 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홍콩을 가고 싶은데. 흐흐.. 이건 다른 얘기고,
사무실을 못찾아서 그 넓은 3층을 혼자 휘젓고 다니다가 사무실은 2층이라는 사실을 알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구두신고 하도 열심히 걸었더니 허리가 아펐다.. 지금도 허리 아프다.

면접
사실 오늘 내가 공항에 간 이유는 면접 때문이었다. 근데 어제의 충격때문에 준비는 하나도 못한 상태였다. 영어로 자기소개 하는 건 당연히 예상을 했지만, 준비는 당연히 못해갔고, 결국 해보라는 질문에 어버버 댔더니 그만하랜다. 하하하. 하긴 나라도 듣고 싶지 않았겠다.
옆에 있는 여자분은 관광공사에서 일을 하셨던 분이랜다. 영어를 나보다 100배는 잘하는 것 같았다. 나보고 해석해보라고해서, 들은 부분만 해석했는데, 사실 아무 생각없어서 뒤에 엑셀이랑 워드로 작업했단 소리 밖에 못들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망 달린 삔을 꽂았는데, 어색하다. 오늘 본 면접도 비서 혹은 안내원 등등 일 하는 거라.. 이렇게 하고 온건데.
영어 때문에 말 다했지 뭐. 그냥 공항구경했다. 좋았다. 이게 끝이었다.
시종일관 내 옆에 분에게 관심을 보이며 호의적이시던 면접관 두분의 태도도 뭐 이해하고도 남는다.

공항에서 여의도로 오는 길 : 공항철도-5호선-여의도
여의도에서 내려서 걸어오는데 추웠다. 정장 안에 삼천원짜리 흰 나시를 입었는데, 그냥 블라우스를 입어도 될 뻔 했다.
걸어오면서 참담한 마음을 어느정도는 진정시키고,
사무실 사람들이 다 점심을 드시러 갔을 때 들어왔다. 메일을 확인하고 메일을 쓰고, 지하에 내려갔는데 빵이 없어서 칼로리 바란스를 먹고 있었다.
사무실 분들이 평소때와 사뭇다른 내 모습을 보며 완전 분위기 다르다고 하면서, 이게 훨~씬 이쁘댄다.;; 매일 이러고 다니면 참 좋겠지만, 난 또 그러고 다니진 못하겠고.
과장님이 밥은 어떻게 하셨냐고 하시길래. 대충 먹었어요.~ 했더니 밥맛이 좋냐 쓰냐 물어보신다. 난 웃으면서 별로 안좋던데요 했더니 껄껄 대신다.
진짜. 칼로리 바란스 두개도 간신히 먹었다. 헐헐.
그래도 면접비도 받았고, 교통비 빼고도 꽤 남으니깐. 뭐 2시간 시급치곤 꽤 좋았다.. 하하하.. 울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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