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위로 2007. 9. 13. 10:45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 뿐 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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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2학년 때도 이 시를 봤는데.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 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 뿐이었구나.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특히 이 부분이 오늘따라 갑자기 너무 울컥한거다.
21살때와 25살의 나는 확실히 변하긴 한 모양이다.
내 감성을 자극하는 일을 되도록이면 자제하고 있는 중이다.
내 핸드폰에는 문구에는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다고 써놨지만.
사실은 모르겠다.
누군가를 기다리지 않고
누군가를 좋아하지 않고
그 누구도 절실히 날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
이렇게 편한지 몰랐다.
다시는 예전 상태로 살고 싶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죽은 것 같이 살고 싶지는 않고.
뭐 그렇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