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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힘든 시간

일상 2007. 7. 3. 16:49
하루중에 가장 힘든 시간은 아침에 일어날 때와 오후 3시이다.
날 괴롭히는 주된 원인은 바로 피로 때문에 생긴 졸음.
졸려서 내 주변 모든 것이 아득하고 그와 더블어 나까지 멍해질때는 체력 좋은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근데 체력이 좋다고 해서 잠이 없는 것 같진 않고.
오늘도 너무 힘들어서 시계를 보니 오후 3시 였다.
사실 저번 일요일에는 큰일을 겪었다.
나로서는 아주 큰 일이었지만, 다른 사람이 겪었으면 별 거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그렇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로는
뭔가 결정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준비할 시간도 별로 없이 연속해서 닥친다.
이게 내가 대학을 졸업했기 때문인지,
이런게 원래 사람 사는 건데 이제껏 아무것도 모르고 살아온건지,
잘은 모르겠다.
지금 나에 대해 별 애정도 없으면서 변화에 대하여 두려워하고 그냥 지금 현상이 영원히 유지되었음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그러나, 난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도. 내 나이도 변하고. 나에게 부여되는 역할도 변하고 그러니.. 이대로 살 순 없으니까.. 뇌지능이 5세에서 멈춰버린 저능아도 아니고.

금요일에 면접 하나가 잡혔는데.
사실 그 면접을 준비하는 것 조차 너무도 귀찮고 괴롭다. 난 돈을 벌어야 되잖아. 돈을 벌어야되잖아. 너 돈벌어서 할 게 생겼잖아. 라고 해도, 면접이 나에게 엄청난 두려움인 건 어쩔 수 없다. 한 달 잡고 면접준비를 했음 모를까... 하긴 준비 못한것도 결국 내 탓이고, 다른 사람에 비하여 면접에 대하여 두려움이 큰 것도 내 탓이고.

공부를 하기로 큰 결심을 하긴 했으나, 그걸 언제 이루리라는 것은 장담을 못하겠다.
당장 할 것 같이 거창하게 써놓긴 했지만,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홈페이지로만 접하는 정보는 나에게 너무도 부족하고.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냥 또 이렇게 기껏 노력하는 척만 하고 끝내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운 생각이 들지만.
뭐 27살 쯤 되서 내가 말한 것을 실행할 수 있으면 그걸로도 대만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때 내가 해야 하는 몇 가지 과업을 포기해야 하겠지. 하는 생각은 한다. 가령 시집갈 돈 모으기 라든가. ;;

일요일에는 내가 사는 방식의 모든 것을 다시 한번 의심해 보았다.
나에게 메일을 보낸 사람은, 또 확대해석하고 오해한다고 가슴을 치며 답답해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가 물어본 도대체 왜 그렇게 생각하고 살지? 라는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나를 의심해보는 것 밖에 별달리 할 것이 없었다.
위에서 말하는 '그렇게' 에는 상황을 상황대로 못 받아들이고 혼자 해석하고 혼자 상처 받는 것을 말하는 건데. 내 생각이 그렇게 남과 다른 것이고 절대 이해받지 못할 부분 이라면... 그럼.. 난 어떻게 생각해야하지. 하는 막막함도 느꼈다.

예전에 같이 살던 친척언니가,
우선은 먼저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만약에 좋아졌다면, 관심을 보이다가.
한 번 연락을 딱 끊어보고.
남자한테 연락이 있으면 계속해라. 하길래.
그러다 영원히 연락 안오면? 하고 물어봤더니
그럼 너도 안녕인거지. 
라고 대답해줬다.
와.. 언니는 정말 대단하다.. 그게 되다니. 했다.

그게 되다니 에서 그것은.
좋아하면서도 연락을 안할 수 있음이 아니다.
어느 정도의 좋아함의 수준을 넘어서면, 내 자신을 조절할 수 없는 게 정상이다.
연락을 안하고 니가 연락을 하든 말든의 태도를 취할 수 있는 건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뭐 니 자제력 부족한건 생각치도 않냐고 해도. 어쨌든 난 그렇다.
친척언니의 대답에서 부러웠던건.
내 자신을 먼저 챙길 수 있을 만큼만 마음을 내주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 이었다.
 
이런게 호감있는 사람에게 내 자신의 추한면을 못보도록 하는 예방법이라면 참 슬프지만.
아무래도 나도 나중에 아는 동생이 똑같은 질문을 하면.
내가 들은 것과 똑같이 대답해줄 것 같다.
그럼 나도 와.. 언니 정말 대단하다는 말을 들으려나?

뭐 아주 많이 늦긴 했지만, 지금부터라도 친척언니처럼 행동하기로 했다.
요즘 곽미영 결심 참 많이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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