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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약한 신체.

일상 2007. 7. 28. 23:48
"주말에 이렇게 병원에 누워있으면 우울하잖아요?"
"네? 네..그렇죠."
"다음부터는 이런 일 없어야 되겠죠?"
"네.."

엊그제 그러니깐 토요일에 나는 한의원에 누워서 침을 한 10대가량 맞았다.

사실 첫출근 하기 바로 전 주에, 나름대로 충격스러운 일이 있은 뒤로 병에 걸렸다.
뭐 100% 그 사건 때문은 아닐 것이라 본다. 풋. 만약 그렇다면 남자한테 한번만 더 차였다간 중풍걸리게.
어쨌든 7월 23일 월요일 바로 전의 금요일 집으로 걸어오는데 오른쪽 어깨에서 부터 심각하게 아픈거다. 간신히 집까지 어기적 어기적 걸어왔는데 결국 허리도 못숙이고 얼굴도 안 돌아가고 손도 못 들어올리는 반병신 상태가 되었다.
허리 측망증이 좀 심하다는 얘기를 들었던 터라 이대로 난 병신이 되어버리는걸까? 하는 심각한 두려움이 엄습했다. 내 몸이 내 생각대로 움직이려해도 안되고 설령 해보려고 해도 식은땀만 삐질삐질 나면서 너무 아팠으니까. 태어나서 그런 적은 처음이었으니까 말이다. (결국 그날밤엔 옷도 엄마가 갈아입혀줬다)

다행히 걸을 수는 있어서 다음 날 가까운 한의원에 갔다. 한의사가 말한다. 담에 걸렸다고.
내나의 25살에 담이라니. 담을 담석과 같은 걸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건 아니고 그냥 목과 어깨 허리 쪽 더러운 혈액이 뭉쳐서 결린거라는데.
한의사가 이 병의 원인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운동부족이라는데 뭐 나같은 경우에는 운동부족이 첫번째 이유겠지. 남들은 운동안해도 이런거 안걸리던데 왜 난 이따위 병에 걸려선.

결국 그 때 걸린 담이 아직도 완치가 안되서 내 오른쪽 어깨와 허리 사이에는 시퍼런 멍자국이 몇주째 머물고 있는데. 엊그제 치료를 제대로 받았는지 이젠 팔을 올릴 때 통증이 거의 없다고 해도 될만큼 나은 것 같다. 
오십견도 아니고 쪽팔리다. (내친구는 나보고 25살인데 오십견 걸렸다고 반오십견이라고 말은 하더라만)

그러는 와중에도 좀 기쁜 일이 있었다. 만 23살인 내가 키가 컸다. 분명히 큰 것 같다. 내가 입사신체검사, 인천 롯데백화점 앞, 한의원 이 세군데에서 모두 키를 쟀는데 세상에. 작년보다 키가 1cm 가량 컸다. 그리고 살은 2kg이 쪘다.  그리고 며칠전에 오랜만에 만난 사람 역시 나보고 키가 큰 것 같다고 말했으니까. 여자가 몇살까지 키가 자라는 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2년만 더 이대로 커줬음 좋겠다.

몇주간 날 괴롭혀 오던 질병에서 벗어나서 건강관리를 해보려고 했는데 이번 주에는 고단한 일이 많은 한 주가 될 것 같다. 오늘은 회사가 가지고있는 공장 중 가장 큰 공장에 다녀왔다. 서울에서는 꽤 떨어진 곳이었기 때문에 차를 타고 가는데 뒷 목 바로 윗 부분이 너무 아팠다. 이런 걸 바로 골치가 아프다고 그러는 건지 몰라도 결국 두통약 두알로 무마해보려 했으나, 전혀 되질 않았다.
중학교 때부터 여자만 드글거리던 곳에서 살다가 공장에서 단 하루 있었을 뿐인데, 남자만 드글거리는 곳의 분위기에 도저히 적응이 안됐다. 남자들 사이에서 꽃보다는 여자들 사이에서 그냥 여자로 사는 게 더 속편하지.. 싶었다.

내일은 1시간 반 가량 걸려서 충무로에 가면 또 그 충무로에서 4시간 가량 걸려서 다른 공장에 가야 한다. 하하하. ;; 피곤해 미칠 것 같다. 그리고 오늘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돌아오는 길에 mp3플레이어가 고장났다.

P.S - 이번 병으로 새롭게 알게 된 사실 하나가 있는데, 그건 바로 난 왼쪽으로 몸을 돌려눕지 않으면 단 한숨도 진짜 단 함숨도 잘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깐 아픈 오른쪽 어깨를 밑에 깔지 않으면 거의 잘 수 없다는 거다. 거의가 아니라 아예 잘 수가 없다. 그래서 아픔에도 불구하고 난 매일 오른쪽 어깨에 무리가 가는 자세로 잠을 잔다. 오늘밤도 내일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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