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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일상 2007. 10. 19.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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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주 금요일에는 대학로에서 팀회식을 했다.
흠. 내가 우리 회사에 불만인 게 딱 세가지 있는데 이거야 말해도 안 고쳐지니까 말 안하기로 하고.
한가지 좋은 걸 이야기 하자면 회식이 별로 없을 뿐더러.
회식에서도 소주 드실 분, 맥주 드실 분, 콜라 or 사이다 드실 분.
으로 나눠서 각자 마시고 싶은 거 마셔도 된다는 거다.
난 회식한다고 해서 삼겹살에 소주 마시는 회식을 생각하곤 방바닥에 앉아도 편한 옷차림=청바지 를 입고 왔는데. (청바지 입어도 눈치 안주는 분위기도 좋은 점 중 하나)
대학로에 있는 이탈리아 요리집에 가서 생맥주 마시는 회식이었다. 거기에 완전 고급스러운 실내까지. 안타깝게도 속이 안좋아서 많이 먹진 못했지만.
가까운 명동, 종로 다 건너뛰고 대학로까지 간 이유는 뭐가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우리 회사는 대학로를 참 좋아한다.

위에 보이는 양손 브이 사진은 노래방에 가서 찍은 사진인데, 내가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사회경험이 거의 없음을 말해주는 수치 중 하나가 찜질방 한번도 가본 적 없음 과 노래방 가본 적 태어나서 10번 이내. 이거라 하겠다. 뭐 나이트 한 번도 가본 적 없음. 클럽 한 번도 가본 적 없음. 수도 없이 많긴 하지만.

10번도 못가본 노래방을 들어가선 벌벌 떨고 있다가 막내의 숙명으로 노래를 하긴 했는데, 혹자의 말에 의하면 내 이미지랑 딱 어울리는 노래 라고. 허허허. 뭐.. 좋게 좋게 생각하자. 우리가 갔던 노래방은 젊은이 취향인지 각종 가면 모자가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는 곳인데 난 저 빨간 반짝이 카우보이 모자가 너무 맘에 들었다! (유치하게 모자, 가발, 가면 등 착용해보는 걸 즐김)

금요일밤 대학로에는 싱그러운 청춘들과 젊은 연인들이 넘쳐났는데, 그냥 젊은 애들 보니까 나도 기분 좋고 노래방에서 재밌기도 했고 해서 기분이 헬렐레~ 되선 전철을 탔다.
저번에 엠제이가 지하철에서 만나는 여성에 대해서 말한 적이 있었는데. 흠. 사실 출퇴근 시간에는 '나 취직한지 3년 이내요~'라고 얼굴과 온 행동에 써붙이고 다니는 젊은대다 늘씬하기까지 한 양복맨들이 많은 건 사실이다. 그닥 눈여겨 보진 않지만. (슬프게도 그들도 날 눈여겨서 안볼것 같고)
여하튼 다시 회식날 얘기로 돌아가서 시간이 좀 늦긴 했지만 난 용산에서 직통을 탔고 필사적으로 재빨리 움직인 덕에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그런데 맞은편 11시 방향에 젊고 늘씬한 양복맨이 아니라 대학 3학년에서 4학년 정도로 생각되는 남자애가 앉아 있었다. 뭐 착각의 늪에 빠진 여자로 보이긴 싫지만 분명히 걔가 날 너무 뚫어져라 쳐다봐서 '응? 왜 그러지?' 라고 생각을 했는데. 또 너무 뚫어져라 쳐다봐주시니 뭐 내가 행동을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는거다. '야. 곽미영. 불쌍하게 왜그래. 너 남자가 쳐다보는 것만으로 이렇게 진땀 뺄만큼 불쌍한 여자였어?' 라는 생각을 거듭에 거듭을 하며 자연스럽게 음악을 듣고 책을 보려고 노력했다. 책에 눈을 고정하다가(당연히 책내용은 들어오지 않았다) 갑자기 궁금해져서 다시 고개를 들었는데 아니 아직도!!!! 쳐다보고 계시는거다. 그런 나의 바보스런 행동을 계기로  그 남자애가 '후훗. 쟤도 내가 쳐다보는 걸 의식하고 있군.'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 생각하니 부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고선 신도림역이 되었고. 사람들이 왕창 탔다. 아마 그 남자애는 사람들 때문에 나 쳐다보는 걸 관두었을 것이 분명하고, 부평역이 되어 사람들이 다시 우르르 내린 뒤 다시 11시 방향을 쳐다본 결과 언제 내렸는지 그 남자애가 없었다는 것. 이렇게 the end 되었다.

워낙 무미건조한 생활이고 나에게 관심 보이는 남자가 너무 없는 나머지
이따위, 그러니까 '내가 쳐다봤음에도 눈을 절대 안피하고 내 눈빛을 그대로 맞받아치는 남자를 지하철에서 봤다' 바로 이 아무것도 아닌 일 때문에 두근거리고 허둥지둥 대다니! 란 자책을 하니 나 혼자 안쓰러웠다.

사실 예전에도 쳐다봤음에도 바로 맞받아쳐서 눈 안피하는 남자들은 봤지만, 또 저렇게 장시간 뚫어져라 쳐다보는 사람이 처음이긴 했다. 그래. 그래서 그런거라 생각하자.

또다른 한편으론.
내가 만약에 연애에 능통한 여자였다면 외국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여자들처럼 유혹스런 눈길을 보낸다던가. 너 나 따라 내려라. 하는 무언의 암시를 보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웃음이 나왔다. 하핫. 웃음이 나오는 이유는 내가 그런 행동을 할 수 없으리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제도 난 대학로에 갔는데 회사에서 교육 있다고 하루 일 빼먹어도 좋으니 대학로 어디어디로 와서 교육받아라 해서 갔다. 확실히 일을 안하는 건 너무 기분이 좋았다. 또 다른 부서 사람들은 하나도 모르는데 알게 된 것도 좋았고. 5시 20분에 끝내준 게 당연하게도 최고로 좋았고. 아. 그리고 태어나서 아랍어 완전 능통한 사람을 본 것도 신기했고. (아랍어라니!!)

일을 안했고 교육도 재밌었고 일찍 끝났고 해서 혼자 또 헬렐레~ 되어선 대학로를 돌아다녔다. 그리고 나중에 남자친구 생기면 퇴근 시간 맞춰서 대학로 가서 영화도 보고 데이트도 해야지. 라는 생각도 했고. 대학로에서 이쁘고 젊은 애들을 너무 많이 본 나머지 자극 받아선. 오늘 10분 일찍 일어나서 진짜 오랜만에 렌즈끼고 화장하고 치마까지! 입었다. 내가 치마 입었더니 며칠 내 날씨 좋다가 천둥 번개 치면서 비가 너무 많이 올건 또 뭔지.

이 글의 결론은 학교다닐 때는 somewhere 어딘가. 였던 대학로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이건가. 하핫.
(사실 이 글을 어떻게 끝맺어야 할지 모르겠다;;)

거깃다 오늘은 금요일!  난 기분이 너무 좋다! 비가오고 우울한 날씨지만 말이다.
금요일엔 언제나 호랑이 기운이 솟아난다. 10분 일찍 일어날 수 있었던 원동력 이기도 하다.
직장인이 되면 참 소박해진다.
때되면 돌아오는 금요일에 이렇게 행복해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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